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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김성수 창작 소설> 새벽의 살인 - 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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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벌떡 일어나 가능한 사람들이 없는 외진 곳으로 이동하며 핸드폰을 꺼내 윤형사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내 예감이 맞아떨어진다면 최소한 네 번째 사건은 미리 예측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이제껏 이 연쇄 살인 사건의 공통점을 동전 하나에만 맞추고 있었을까.

" 예, 김형사님. 마침 연락 드리려던... "

" 잠깐! 내 말부터 들어. "
가슴이 떨려왔다. 연쇄 살인 사건의 실낱같은 단서를 발견했을 때 느껴지는 쾌감은 성적인 그것보다 더 짜릿한 것이었다..  

" 이봐. 윤형사. 첫 번째 사건의 피해자는 김진후라는 평범한 은행원이었어. 그렇지? "

" 예, 맞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사건의 피해자는 오락실 주인 박정필이라는 사람이었지요."

지난 사건들을 다시 한번 확인하자 내 머리 위에 내리쳤던 전격은 신화 속의 기상신(氣象神) 아다드(Adad)의 야심작으로 느껴졌다.

" 김진후는 은행원이었고, 동전 교환 창구에서 일을 했어. 그리고 박정필은 오락실 주인이었기 때문에 항상 손님들에게 동전을 교환해 주었어야 했고 말야. 생각해봐. 범인은 동전을 자주 만지는 사람들을 범행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목소리가 꽤 컸기에 주위를 살폈지만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았고, 어디선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만이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 그래서 버스기사 최씨가 세 번째 피해자가 된 거였군요. 그렇다면 다음 피해자는 과연 누굴까요?! "                
흥분된 윤형사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 그러니까 어서 반장님한테 연락하고 동전을 자주 만지는 직업들을 좀 대충 파악해봐. 왜 진작에 그 생각을 못했는지 몰라. 근데 아까 나한테 하려고 했던 말은 뭐야? "

" 쇠파이프에서 채취된 지문 감식 결과 나왔습니다. 맥빠지는 결과가 나왔어요. 설명이 필요한 얘기니까 일단 서로 오셔서 얘기하시죠. "

난 선글라스와 야구모를 벗어제친 뒤 주차장으로 뛰었다.
서에 도착했을 때 난 유일하게 희망을 걸었던 단서가 멀리 사라져 버리는 결과를 봐야했다. 쇠파이프에 채취한 지문이 피해자의 것이었다는 건 단 한가지 상황만을 말해 주고 있었다.

" 쇠파이프를 사용한 건 범인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어. 지금 추리해 볼 수 있는 건 피해자가 범인에게 저항하기 위해 그 쇠파이프를 휘둘렀고 범인은 다른 둔기로 피해자의 머리를 내리쳤다는거야. 그때 이미 피해자는 칼에 찔려 피를 흘리고 있었을 테니까 한방에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
반장의 말에 한숨이 터져 나왔다. 지문 감식 결과가 나오면 그것을 토대로 동전과 연관되는 주변인물들을 수사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집에 귀가했다 복귀한 반장의 눈에서는 오히려 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 그렇다면 그 다른 둔기는 어떻게 한걸까요? "

" 윤형사, 답답한 소리 그만해. 범인은 세 번째 사건이 터지도록 흔적 하나 남기지 않았어. 그 둔기를 그냥 내버려 두었을거 같아? "
마치 난 미궁에 빠진 이카루스가 된 느낌이었다. 왕 미노스의 노여움을 사고 미궁에 유폐되었던 이카로스처럼 마치 범인이 계획적으로 만들어 놓은 미궁으로 점점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비상구를 발견한다 해도 그것은 벼랑 끝일 것임이 분명했다.

" 김형사, 자네가 한 얘기는 윤형사한테 들었어. 네 번째 사건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니까 빨리 서둘러. 사건이 일어난 날짜들 다 파악해서 주기적으로 일어났는지 알아보고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도 조사해봐. "    

반장에게 담배 한가치를 권하려고 주머니를 뒤졌지만 담배가 없었다.

" 윤형사, 담배 있으면 반장님 담배 한가치 드려.  "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는 반장을 따돌리듯 외면하고 복도를 걸어나와 조사계 앞에 설치된 자판기에 동전을 집어넣었다. 내가 커피를 마시려고 한다는건 반장에게 내 신경이 날카로워졌다고 보내는 신호였다. 그래서 반장도 내가 커피를 마실 때만큼은 건들려 하지 않았다.

" 고개 숙이고 들어가. 어딜 쳐다봐. "
조폭 검거를 위해 출동했던 강력 2반 형사들이 험악한 무리들을 수갑과 포성줄로 연행한 뒤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피로한 모습들. 조폭 검거는 형사들에게 가능한 피하고 싶은 싸움이다. 윤형사 같은 신참들이야 젊은 혈기에 날뛰며 검거 현장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기도 하지만 나이 먹은 나에게 조폭 들은 대하고 싶지 않은 상대다. 조폭과 경찰. 이것 또한 아이러니한 공식이다. 세상이 만들어낸 극과 극. 그러나 가깝다. 앞이 경찰이라면 뒤가 조폭. 뒤가 경찰이라면 앞이 조폭이다. 동전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항상 난 내 안에 내 모습과 똑같은 천사와 악마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고 믿었다. 어릴 적부터 생각해 왔었던 공상에 불과하지만 난 내가 형사로서 흐트러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 안의 악마가 날 유혹한다고 생각해 왔다.
토요일 오후는 지하철을 가장 타기 싫은 시간이다. 이유는 단 하나. 사람들이 붐빈다는 것.  난 지하철의 맨 앞 칸에 탑승했다. 역시 승객들이 많았다. 한 정거장 한 정거장 지날 때 마다 승객들이 점차 늘어갔다. 그때 내 안에 있던 악마가 잠을 깨어 일어났다. 드디어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난 그 수많은 승객들과 몸을 부비며 이리 찡기고 저리 찡길때 마다 조금씩 짜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승객들의 모습은 저마다 제 각각이었다. 욕을 일상적 언어로 사용하는 철부지 10대들도 있었고 큰소리로 낄낄대며 시장을 방불케 하는 40대 아주머니들, 핸드폰이 울리는데도 자신의 핸드폰 소리인지 모르고 가만히 앉아있는 어리버리한 아저씨. 그 외에 그 안이 자신의 무대인줄 알고 토크쇼 하듯이 떠들어대는 20대들. 지하철 안은 이 넓은 세상에 살고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에서의 축소판과 다름없었다. 이제는 짜증이 아니라 내 안의 악마는 내게 조금씩 분노를 주기 시작했다. 난 그들을 죽이기 원했다.

" 저들을 죽여라! "
악마는 나를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원하는 대로 해주지. "
악마는 무참히 그들을 짓밟고 마치 연극대본에 짜놓은 듯 일정하게 그들을 죽여나가기 시작했다.

" 지하철 문의 윈도우를 한번 봐라. "

언제 깨어났는지 천사가 내게 말했다. 내가 서있는 자리는 바로 지하철 문 앞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승객들 속에서 윈도우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윈도우를 본 순간 난 섬칫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윈도우에 비춰진 사람은 나인데 그것은 내가 아니라 나와 똑같이 생긴 악마 한 마리였기 때문이다. 검은 흑백 사진을 찍어놓은 듯이 검은 모습의 악마가 그렇게 서있었다. 내 눈은 금방이라도 살인을 저지를듯 독이 올라 있었고 윈도우에 비친 검은 모습임에도 붉어진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선글라스 밖의 퇴색된 세상. 바로 그것이었다.

" 그게 형사로서 정의를 실현한다는 너의 모습이냐? "

천사가 말했다. 난 답변 할 수 없었다. 악마의 승리였다. 악마는 먼발치에서 피의 축제를 탐미하는 듯 시뻘건 피를 목으로 들이키며 만족해하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면 흔히 승객들은 윈도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거울인것 마냥 들여다보곤 한다. 하지만 난 그 안에 비친 어두운 흑백의 내 모습을 보았다. 그 안에 숨쉬고 있는 악마를 보았다.

" 김형사님! "
꿈을 꾼 것이었다. 눈을 뜨니 윤형사가 내 앞에 와있었다.

" 범인이 보낸겁니다. "

윤형사는 하얀 편지지를 내게 내밀었다.  



4회 예고)

범인은 경찰서에 당당히 편지를 보내고 수사는 활기를 띤다.
과연 편지 속에는 무엇이 적혀 있던 것일까......




-- 죄송한 말씀을 좀 드려야겠습니다....

소설의 결말 부분을 대폭 수정하고 있어
4회는 과연 언제쯤 올리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평이한 결말을 수정하고 반전을 가미시키는 작업중에 있습니다.

저의 미흡한 소설을 읽어주시고 결말을 기대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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