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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황혼의 아버지께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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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강월 (주부편지 발행인, 수필가)

“젊은 자의 영화는 그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운 것은 백발이니라” (잠언 20:29)

가족을 위해 모든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마지막 자존심마저 내던지고 희생해온 당신. 하지만 늙고 병든 지금, 자녀들 앞에 설득력을 잃은 가장으로서의 권위가 슬프고 허망하게 느껴지시나요.

우리나라 최초로 ‘예수님’이라는 제목의 만화 성경을 펴내신 저의 아버지는 50대 이상의 만화 애호가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우리나라 초기의 만화가시지요. 소천하신 지 30년이 되신 아버지에 대한 평가는 ‘한국 만화계의 전설’ ‘스필버그를 능가하는 천재 만화가’ 등 대단한 수식어가 붙어 있지만, 사실 아버지의 평생 꿈은 서양화가셨지요. 일본에서 미술대학까지 나오신 아버지셨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 당신의 꿈을 접으셔야 했거든요. 그것을 알 길 없던 어린 시절의 저는 아버지가 만화가라는 사실을 늘 숨겼지요. 그 시대엔 만화를 보는 것이 출판 금지된 도서를 보는 것과 같았으니까요.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긴 지금 아버지를 생각할 때면 다른 무엇보다 아버지를 부끄러워한 저 자신이 예수님을 부인했던 베드로보다 더 견딜 수 없이 부끄럽습니다. 어느 날 밤엔가는 병들어 고통받으시던 말년의 아버지 모습이 불현듯 떠올라 숨죽여 눈물 흘린 적도 있지요.

언젠가 당신의 아이들도 지금의 저처럼 당신을 그리며 베갯잇을 적시는 밤을 보내겠지요. 그리고 일평생 가족을 위해 흘린 당신의 땀방울과 수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밝고 또렷이 빛나는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할테지요. 당신은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자녀들의 아버지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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