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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에서 대통령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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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근 교수(연세대학교)

신앙적인 내용으로 채워야 할 지면의 서두를 정치적인 문장으로 시작해서 송구스럽다. 신학하는 사람이 정치에 대한 웬 사족이냐고 나무란다면, 그 꾸중 달게 받겠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를 불과 80여일 남겨둔 작금의 상황에 대해 신학적인 논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해도 너무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은 공화정을 국가형태로 채택하고 있다. 여기서 공화정이란 ‘주권을 가진 국민이 직접 또는 간접 선거를 통해 일정한 임기를 가진 국가원수를 선출하는 국가형태’를 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통해서 국민의 주권이 행사된다는 뜻이다.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를 이끌고 갈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것은 국민이 주권을 행사한다는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세계화 시대의 국가경제 운영, 살인적인 주택가격과 치명적인 환경문제, 교육환경의 황폐화와 청년실업의 문제, 북핵사태를 포함한 통일정책, 각종 연금과 조세 문제에 대한 미래 청사진, 계층간의 갈등과 낮은 출산율 등 다음 대통령이 풀어가야 할 현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우리는 지도력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선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국민들은 여러 후보들 중에서 누가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국가 운영의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지도력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우리가 지금 확보하고 있는 정보는 누가 얼마만큼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고, 누가 어느 지역 출신인지, 그리고 한반도에 거대한 뱃길을 내겠다는 어느 후보의 공약밖에 없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지금 한 여성이 가짜 예일대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대학사회와 미술계를 우롱했던 사건과 그녀의 뒤를 봐주었다는 전직 고위공무원 사이의 은밀한 관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니, 그런 쓰레기 같은 일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도록 누군가에 의해 유도되고 있는지 모른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자극적인 사건과 함께 흘러가고 있는 여론의 눈치를 보며 시간벌기에 나서는 것을 보면서 나는 크게 실망하고 있다. 집권의 역량이나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여론의 흐름 뒤에 숨어 있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되는 법인가? 왜 후보들은 국민들에게 자신의 정책을 정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는가?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스라엘의 정치 지도자에게 쏟아졌던 이사야 선지자의 탄식이 떠오른다. “백성을 인도하는 자가 그들로 미혹케 하니, 인도를 받는 자가 멸망을 당하는도다(사 9:16).”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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