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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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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달익 목사(서문교회)

며칠 전 ‘어메이징 그레이스’라는 영화 시사회에 참석했다. 영화는 영국의 정치인이며 노예무역 폐지에 일생을 바친 윌리엄 윌버포스의 일생에 대한 기록이다. 올해 서울 기독교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일반에게 소개되는 이 영화는 비평가들에 의해 ‘진정한 신앙인이 정치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 영화에서 노예무역의 실상을 파악하게 된 윌버포스와 그의 친구이자 훗날 총리가 되는 윌리엄 피트가 주고받는 대화는 긴 여운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피트가 ‘우리가 이 잔혹한 노예무역에 종지부를 찍고 역사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하자 윌버포스는 ‘제도보다 내가 먼저 변화돼야 해’라고 독백하면서 의지를 다진다. 결국 1833년 영국에서 모든 노예제도가 폐지됐고 사흘 후 그는 눈을 감는다. 그의 스토리를 통해 우리는 한 사회를 개혁하고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바꾼 힘이 한 사람의 변화에서 비롯됐음을 발견한다. 동시에 우리는 이 시기의 영국사회가 영적 부흥을 경험하고 있던 것도 알게 된다.

한국교회의 100년 전 부흥운동도 비슷한 맥락을 지니고 있다. 구한말의 우리 정부는 외교권의 상실에 이어 행정권을 일본에 빼앗겼고, 군대도 해산되는 등의 국가해체 수순을 밟고 있었다. 그러나 교회는 노회를 조직하고 목사안수를 하는 등 조직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들에게 희망공동체를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각종 관습과 낡은 전통들에 대하여 비판과 개혁을 요구하고, 새로운 사회적 대안들을 제시하려 노력하면서 영적 부흥운동이 사회적 변혁운동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금년이 평양 대부흥운동 100주년이라 하여 요란한 행사들이 많았다. 당연히 기념하고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그러나 사회를 변혁시키는 운동으로 승화돼 민족의 희망이 됐던 100년 전의 역사에 비하여 오늘의 기념행사는 무의미하고 퇴행적이며 전시적일 뿐이다. 지난 7월에 조사된 한 보고서는 ‘가장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종교가 개신교’라는 통계를 소개했다. 그러나 그 영향력이 교회 이기주의에 사용되는 듯 일반에게 비치고 있는 이상 그 영향력은 교회를 향한 비난의 부메랑이 돼 우리에게 돌아오게 된다. 19세기 영국교회의 부흥운동이 영국사회의 개혁운동으로 이어지고 막대한 국가적 부를 포기하고 하나님의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한 것은 다름 아닌 한 사람의 온전한 회개와 변화에서 비롯된 것임을 윌버포스의 역사는 말하고 있다. ‘내가 먼저 변화해야 해’라는 그의 독백을 다시 음미한다. 이 독백 속에 우리의 길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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