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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보물’을 만나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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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애(화가)

“너희는 나의 창조하는 것을 인하여 영원히 기뻐하며 즐거워할지니라”(이사야 65;18)

이곳 산속으로 거처를 옮기기 전, 거의 20년 동안 저는 ‘월요사생회’를 이끌어 왔습니다. 레슨비를 낼 수 없는 이웃들이 너무 그림을 그리고 싶어해 저도 함께 그림을 그릴 겸 야외사생 모임을 만들었던 것이지요. 의도한 것도 아닌데 모임은 차츰 시와 독후감, 그리고 삶의 간증을 나누는 폭넓은 만남의 장으로 발전됐답니다. 겨울 여름을 제외한 봄과 가을, 4∼5개월 북한산과 관악산 계곡에서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고 저녁 5시쯤 헤어졌습니다.

K권사를 만난 것은 북한산 대남문 아래 계곡에서였지요. 귀부인 같은 품위를 지닌 60대로 등산하다 걸음을 멈추고 우리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았습니다. 몇 주 동안 구경만 하던 K권사가 드디어 우리와 함께하게 됐습니다. 예술에 대한 동경심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림 그리기는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스케치북을 다 채울 때까지 작은 들꽃이나 계곡의 돌맹이들을 연필로 그려보라”고 안내했지요.

한달쯤 지났을 때, 그녀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저는 이 산길을 수없이 오르내렸지만 길가에 이렇게 많은 꽃이 피어있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녀는 운동삼아 1주일에 한두 번 대남문까지 오르곤 했는데, 따져보니 6년이나 됐다고 했습니다. 수채화 물감으로 색을 칠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또 고백했지요.

“여지껏 살아오며 꽃집에서 수없이 꽃을 사서 꽂았지만 값 없는 들꽃이 이렇게 아름답고 완전한지 몰랐습니다.”

월요사생회 친구들은 이른 봄 대지가 봄기운을 내뿜기 시작하며 계곡 버들강아지의 꽃눈이 통통해질 때부터, 눈부신 복사꽃 배꽃의 계절을 지나, 단풍이 파아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요염한 마지막 춤을 보여줄 때까지 가슴 벅찬 날들을 보낸답니다. 늦가을 너무 추워 ‘방학’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을 때 “혼 빠지게 연애하고 난 것 같다”는 탄식이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왔지요.

하나님은 인생길 주변에 많은 선물을 보물찾기하듯 숨겨놓으셨지요. 욕망으로 세워놓은 삶의 목표를 향해 숨가쁘게 올라가기만 하는 사람들은 그 보물을 찾아 열어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답니다. 선물을 이곳 저곳에 숨겨놓으신 창조주 하나님은 우리가 그것을 발견하고 기뻐 탄성을 지를 때, 얼마나 기뻐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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