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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겨울을 위한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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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훈(소설가·소달중 교사)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안도현, '가을엽서')

붙잡아두고 싶은 계절이 그렇게 가고 있습니다. 낮은 곳으로 내려앉는 나뭇잎을 보면 알 것도 같습니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말입니다. 이 시인은 '너에게 묻는다'란 시에서 우리들 가슴을 향해 다시 질문을 던집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시인의 이 질문은 굳은살이 박인 우리들의 가슴에 화살을 꽂습니다. 누군가의 차가운 방을 따스하게 데우고서 이제는 거리에 버려진 연탄재. 그것은 골다공증에 걸려 푸슬푸슬해진 우리네 어머니의 고관절 같은 것입니다. 포마드를 발라 윤기가 흘렀지만 이제는 허옇게 세어버린 우리네 아버지의 머리카락 같은 것입니다.

거리에 버려진 연탄재는 누구를 탓하는 법이 없습니다. 눈이라도 오면, 산산이 부스러뜨려져 비탈길 얼음 위에 뿌려질 것입니다. 손자 녀석들 넘어져 다칠까봐 조바심이 나서 마지막까지 자기 몸을 내던집니다.

그러고 보니 이젠 정말로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지 못할 것 같습니다. 노숙자들을 보면서, 멀쩡한 육신으로 왜 저러고 있을까 하며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냈던 것도 회개가 됩니다. 자식들에게 다 나눠주고 양로원에서 쓸쓸한 겨울을 맞고 있는 노인들에게 보냈던 눈길도 다시 거둬들입니다.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 '그 꽃')

저도 이제 내려오는 길에 접어든 것일까요. 낙엽도, 연탄재도, 양로원의 할머니도 '그 꽃'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가끔은 말입니다. 이제 겨울입니다. 겨울나기가 힘겨운 이웃들이 우리 곁에는 아직 많습니다. "내가 너를 불쌍히 여김과 같이 너도 네 동관을 불쌍히 여김이 마땅치 아니하냐 하고"(마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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