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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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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훈(소설가·소달중 교사)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빌2:3)

옛날 옛적에 프로크루스테스라는 괴팍한 녀석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걸핏하면 이유없이 사람들을 붙잡아 자기 집으로 끌고 갔습니다. 그 집에는 쇠로 만든 침대가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는 붙잡아 온 사람들을 침대에 눕히고선 그 침대보다 사람의 키가 작으면 사람을 잡아 늘여서 죽였습니다. 반대로, 자기 침대보다 키가 큰 사람은 잘라서 죽였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키가 자기와 똑같아야 된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래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매사에 자기 본위로만 판단하고 자기 자신이 만물의 척도인 양 착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꼬집는 말입니다. 자기 생각과 일치해야 옳은 것이고, 자기 감정에 부합되어야 좋은 것인 양 착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우리는 흔히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합니다. "너는 나와 많이 다르구나"라고 말해야 할 상황에서, "너는 나와 많이 틀리구나"라고 말합니다. '다르다'라는 단어는 '같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틀리다'라는 단어는 '옳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너는 나와 많이 틀리네"란 표현 속에는, 자신은 옳고 상대방은 옳지 않다는 자기 중심적 사고가 깔려 있습니다.

'틀린 그림 찾기'가 맞습니까, '다른 그림 찾기'가 맞습니까? 당연히 '다른 그림 찾기'라고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도 오랫동안, 너무도 무신경하게 '틀린 그림 찾기'라고 말해왔습니다. 어떤 한 가지 기준을 정해놓고 그것과 같지 않으면 모두 '틀린 것'이라는 생각에 젖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요?

당신의 아내가, 또는 당신의 남편이 당신을 힘들게 하는 것도 당신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틀리기 때문이 아닙니다. 당신의 침대에 묶어놓고 잘라 내거나 늘이려는 노력을 멈추십시오. 그러기 전에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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