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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흐름이 조용한 곳은 수심이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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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곤 목사(열린교회)

죽음의 위기 속에서 살아난 사람은 삶에 대한 태도가 보통 사람과는 다른 것입니다.

오랫동안 신문 기자로 일해온 작가 권기태씨가 『일 분 후의 삶』이란 책에서 강변의 새나 벌판의 들꽃처럼 평범하게 살아오다 갑작스레 죽음의 문턱에 갔다 생존한 열두 사람의 실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생사의 기로에서 그들의 간절한 소망은 "일 분 후에도 여전히 살아 있을 수만 있다면."이었다고 합니다.

12개의 이야기 중에 「성에에 새긴 이름」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스물 한 살 나이로 여성 선장의 꿈을 품고 실습 기관사가 되어 유조선인 P-하모니를 타게 되었다고 합니다. 반 년간 울산과 인천을 오가며 석유를 싣고 부리는 일을 배웠는데 1월 13일 이창무 선장이 배를 맡게 된 첫날이었다고 합니다.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날 거제도 해상에서 유조선이 폭발하였다고 합니다. 선장은 차분하게 "모두들 옷 찾아 입어. 옷 제대로 안 입으면 얼어 죽어."라고 명령하고 구명정을 내리게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벌써 바람을 타고 불길이 구명정으로 몰아닥치고 있었고 플라스틱 '구명 뗏목' 마저 수면에서 쪼개지며 녹아 내리더니 형체를 잃어갔다고 합니다. 모두들 탄식할 힘조차 잃어버렸으나 선장님만이 자제력을 발휘하여 "모두 물에 뜰 수 있는 건 전부 찾아 띄워!"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모두 얼음 같은 바다에 뛰어 내렸지만, 저자와 선장, 그리고 또 다른 여성 실습생 영은이만 구명재킷을 입지 않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둥근 튜브가 바다로 던져졌다고 합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심경철 2항해사였다고 합니다. 그 역시 구명재킷을 입고 있지 않았지만 튜브를 자신들 쪽으로 던져주고는 곧바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영은이가 먼저 튜브를 잡았고, 자신을 끌어 당겼고 선장도 튜브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그날 바닷물은 섭씨 7도. 15분 이상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했다고 합니다.
"자, 실항사, 이제는, 얼마 남았나?" 선장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답니다.
"5마일 남았습니다."

물에 뛰어들고 40분이 지나 구명정이 왔다고 합니다. 영은이가 먼저 그 다음 자신이 구명정에 오르고 마지막 선장을 구하러 갔을 때는 이미 선장은 튜브에 있지 않았답니다. 자신들을 살리기 위해 몸부림치다 하늘 나라에 가버린 것입니다. 병원에 가니 튜브를 던져주었던 2항해사는 끝내 26살의 젊은 나이로 숨지고 말았다고 합니다.

사랑은 희생입니다. 사랑은 화려하지도 요란하지 않지만 고귀합니다. 진정 사랑하는 자는 소리 없이 희생합니다.

조용히 흐르는 깊은 물처럼 말없이 생명을 살립니다. 얕은 물이 소리가 요란합니다. 깊은 사랑은 소리가 없어도 서로가 통하고 오래도록 감동을 주게 됩니다.

성경은 말씀합니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나니(요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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