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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나님을 증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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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형(기독교연구소 소장)

“오 하나님, 당신은 어디에 계시나요?”

아마 이 땅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은 해 보았을 절규일 것이다. 지진과 해일, 전쟁과 참사 등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닥쳤을 때, 누구나 신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선인이 악인에게 당하는 고통을 보면서 사람들은 신의 존재를 의심한다. 지금 최악의 산불로 고통을 받는 그리스인들은 물론 수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까지도 절대자의 존재에 대해서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을지 모른다.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제기된 본질적 주제인 ‘신의 존재’에 대해서 누구도 명확한 답변을 해주지 못했다. 사람들은 경험론적으로 절대자의 존재 유무를 이야기했을 뿐이다.

논리적으로 신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하나님, 혹은 신이라고 말할 때 그 대상은 초월적이며 무한한 존재다. 그에 비해 인간은 유한한 존재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초월적이며 무한한 존재인 신을 인식하고 증명할 수 없다. 유한한 인간의 인식에 의해 가둬질 수 있는 신은 이미 초월성과 무한성을 상실한 존재가 된다. 결국 인간에 의해서 인식되고 가둬지는 그 순간 그 신은 우리가 말하는 초월적이며 무한한 존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신은 믿음의 대상이다. 크리스천들에게 하나님은 믿음의 대상이지, 증명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가난한 자의 성녀’로 불리던 테레사 수녀가 50년간 신앙의 위기를 겪었다는 내용의 책이 출간된다고 한다. 그녀는 정신적 동반자인 마이클 반 데어 피트 신부에게 보낸 서한에서 “예수께서는 당신에게 아주 특별한 사랑을 주고 계시지만 왠지 저에게는 공허함과 고요함만 가득하답니다. 그래서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는답니다”라고 말했다. 천주교에서 성인으로 추앙받는 테레사 수녀가 겉으로 알려진 모습과는 달리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실존론적인 회의와 믿음에 대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는 뉴스를 접하는 신자들은 당황하게 된다. “반석과 같은 신앙을 가졌을 테레사 수녀마저도 그같은 고민을 했다면 하나님은 허구의 존재란 말인가”라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성경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나요?”를 외치며 절규했다. 그 가운데 아마 욥은 가장 처절하게 절규했을 성경속 인물이다. 동방의 의인으로 칭송받던 욥이 만일 일기를 썼다면 거기에는 “하나님, 당신은 정말로 있기나 한 것입니까? 당신이 저에게 이러실 수 있습니까?”라는 회의와 원망의 말들로 덮여 있을 것이다. 유한한 인간의 관념인 인과응보적인 논리로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가 욥기에는 나와 있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나의 관점에서 이해하려 할 때,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많다. 그러나 한번 관점을 내가 아니라 하나님으로 바꿔볼 때, 많은 부분에서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욥과 같이 이유 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이렇게 말하고 계실지 모른다. “얘들아, 너희들이 당하는 수많은 일들이 너희들의 이야기라고 생각되니? 그러나 그것들은 너희들의 이야기가 아니란다. 그것은 바로 나의 이야기란다.” 지상의 모든 고통이 하나님 이야기의 한 부분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많은 측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테레사 수녀의 ‘연약한’ 고백을 통해서 우리는 인간의 유한성을 생각하게 된다. 테레사 수녀가 초인이 아니라, 고통과 번뇌 속에서도 사명을 감당하려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이 더 감동적이다. 그녀의 고백이 우리의 신앙을 약화시킬 수 없다.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경험적으로 그 분과 사귀고 있는 증인들이 우리 주위에 구름같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인생은 우리의 이야기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그분의 이야기(His Story)로 채워진다. 그 사실을 경험한 서양인들이 역사를 ‘히스토리’(History)라고 명명했을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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