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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집의 사회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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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태화 교수 (안양대)

한국 문화에서 목숨처럼 여겨지는 말이 있다. 첫째 부귀영화다. 집안이 뛰어나 남들과 다른 지위를 얻어 사는 것이다. 둘째로 입신양명이다. 본인이 성공하여 잘 나가거나 또는 자식이 출세해 부모의 이름을 드러내는 자랑거리다. 호의호식이 세번째인데 이는 잘 먹고 잘 살아 남들의 부러움을 사게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최소한 이 세 가지 단어로 압축되는 생의 가치관에 사족을 못쓴다.

그 반대편에 한과 설움이라는 게 자리잡고 있다. 먹고싶을 때 먹지 못하는 설움,대접받고 싶을 때 대접받지 못하는 설움,잠자고 싶을 때 잠자지 못하는 설움,이 한과 설움이 쌓여 압박이 되면 해방을 위한 불쏘시개도 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마음의 고질병이 되기도 한다.

우리 한국인에게 집은 무엇인가. 그것은 사회적 성취에 대한 만족감의 척도요,인생 성공을 공인받는 기준이요,능력을 뽐낼 수 있는 은근한 자랑거리다. 이는 한국인의 체면문화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큰 것이 좋다는 것이다. 차도 커야 하고,집도 커야 한다. 아파트도 큰 평수를 선호한다. 집 없는 서러움은 여기서부터 상대화되고 실존의 문제를 지나 예민한 자존심 문제로 급선회한다. 그리하여 너도나도 아파트를 장만해야겠다는 욕구가 선량한 시민들을 분양사무소로 내몬다. 욕구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풀어갈 수 있는 생존의 문제를 누가 왜 아파트에 목매게 했느냐는 말이다. 어서 이 욕망의 광풍을 잠재우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릴케는 ‘가을날’이라는 시에서 노래한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는 집을 짓지 않습니다.” 이 실존의 노래가 우리에게 찬바람이 되어 불어오고 있다. 치솟는 집값이 한기를 느끼게 한다. 심각한 것은 집 문제로 상대적 박탈감,상대적 빈곤감,상대적 패배감을 느끼는 가계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하여 가정불화,열등감,문화-교육적 소외,빈곤의 대물림 등 인간 내면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집’이 사회적 위화감으로 심화돼서는 안된다. 집 문제로 사람의 체면을 구기게 하고 이유 없는 설움을 느끼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찬바람에 너무 낮은 체감온도를 느끼지 않도록 정부는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균형잡힌 사회가 건강한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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