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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길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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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숙  성도 (은혜와진리의교회)

예수님을 믿는 신앙을 갖게 된 일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흘렸습니다. 은혜와진리교회에 첫 발을 딛는 그 날부터 오늘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다 보니 교회가 생활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옛 친구들과의 왕래는 자연히 멀어졌습니다. 내가 사귀고 친밀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교회 교인들뿐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활동 반경도 거의 일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아는 길도 많지 않고 길을 찾는 데는 아주 둔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곳저곳 많이 다녀야 아는 길도 많을 터인데 그럴 이유나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이제는 옛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던 장소나 길조차 어렴풋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내가 길을 많이 알지 못하고, 잘 찾지 못하는 데 대한 자기 타당화의 구실일 뿐입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길눈이 어두운 것이 근본 원인입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나는 길눈이 어두운 편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운전을 하면 확실히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좌우 회전을 해야 할 지점을 놓치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이렇게 되면 아주 난감하게 됩니다. 다시 되돌아오는 데 무척 마음고생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 초행길을 가야 할 경우는 지나치게 긴장하게 됩니다.

생소한 길을 갈 때는 약도를 가지고 있어도 도중에 몇 번씩이나 차를 세워 길을 묻곤 합니다. 이렇게 길을 묻기를 많이 하다 보니 길을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여러 종류인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자신도 알지 못하여 가르쳐 줄 수 없음을 미안해하는 사람, 퉁명스러운 어조로 모른다고 하는 사람, 애써 가르쳐 주지만 엉뚱하게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더러는 아주 친절하고 정확하게 알려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을 만나 길을 용이(容易)하게 잘 찾아가게 되면 고마운 생각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있게 됩니다.

오늘 바로 그런 사람을 만났습니다. 교구 기도회가 끝나자 구역장님들과 함께 심방을 가게 되었습니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성도였습니다. 병원 위치에 대해 누가 일러 주는 대로 대략 머릿속에 약도를 그리고는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중도에 길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설명해 준 길로 한참 갔더니 듣지 못한 갈림길이 나와서 부득이 또 묻게 되었습니다. 카센터의 직원에게 가서 물었습니다. 그 직원이 제 말을 듣더니 ‘말로 해서는 찾기가 어려울 터이니 약도를 그려 주겠습니다.’하였습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는 약도를 그리는데 삼거리 사거리 표시를 해주며 좌우 회전할 곳 그리고 대략 거리가 얼마나 되는 지까지 상세하게 적어 주었습니다. 거기다가 참고가 될 만한 것들을 모두 표시하여 주었습니다. 정말 자상하고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친절에 감동되어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감사의 말을 연거푸 했습니다. 이미 목적지의 절반을 간데다 확실한 약도까지 얻고 보니 목적한 곳에 도착하기까지 아주 느긋한 마음으로 운전할 수 있었습니다.

심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동안 ‘인생과 길’에 대한 상념(想念)이 마음을 채웠습니다. 사람은 일생을 길 찾기와 길 선택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비단 지도상으로 표기되는 이 땅위의 길 뿐 아니라 자신이 가야 할 진로를 찾고 선택하게 됩니다. 한 번 선택하면 한평생 가게 되거나, 계속 갈 수 밖에 없는 길이 있는가 하면 언제라도 바꿀 수 있는 길도 있습니다. 길 선택이 일평생에 미치는 영향은 사소할 수도 있지만 매우 중대하고 결정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중대하고 결정적인 길 선택은 신앙에 관련된 것입니다. 이 길은 영생이나 멸망이냐, 천국이냐 지옥이냐에 결부(結付)된 것입니다.

좋은 길 안내자의 자질(資質)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먼저 길을 숙지(熟知)하고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어렴풋하게 알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명확하게 말해 줄 수는 없습니다. 친절해야 합니다. 퉁명스럽게 말하면 길을 묻던 사람이라도 감정이 상해서 ‘그만 두세요’할 것입니다. 세상의 길들은 모르는 사람이 알 만한 사람에게 가서 묻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천국 가는 길은 묻는 사람이 드뭅니다. 가르쳐 주려고 해도 거절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러니 호감을 갖도록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집으로 돌아 온 나는 오늘 보았던 그 친절한 카센터 직원을 떠 올리며 크리스천의 사명이 길 안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상의 길 안내자가 되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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