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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끄러워 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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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달익 목사(서문교회)

이탈리아 카라바조 태생의 화가 카라바지오(1573∼1610)는 초기 바로크 미술의 대표적 화가로 알려져 있다. 초년 시절에는 정물과 초상화를 치밀한 기법으로 묘사하여 바로크 미술양식을 확립하는 것에 크게 기여했고 후에는 렘브란트, 벨라스케 등의 거장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가 남긴 작품 중에는 성경을 소재로 한 것도 다수 있는데 바티칸에 소장중인 ‘그리스도의 죽음’ ‘나사로의 부활’ 등은 명작으로 꼽힌다.

그의 또다른 작품 한 점이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데 ‘그리스도를 부인하는 베드로’이다. 이 그림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우울하고 침통한 모습의 베드로를 보면서 자신을 투영하게 된다. 그림속의 베드로는 강인하고 저돌적이며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다. 근심 가득한 얼굴과 당혹스런 눈빛, 그리고 풀죽은 모습과 금방이라도 흘러 내릴 듯 눈 속에 가득 고인 눈물을 지닌 모습이다.

그의 이 모습에서 겁에 질려 입으로는 그리스도를 부인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한없는 자책과 부끄러움과 슬픔을 느끼는 베드로를 만나게 된다. 그래서 잘못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우리의 태도를 더욱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윤리의식은 근간이 수치심에 있고 서양인들의 윤리의식은 죄의식에 근거한다고 한다. 잘못에 대한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수치심은 진정한 자기갱신과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없다. 키에르케고르의 말처럼 ‘신 앞의 단독자’로 서서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움과 통절한 죄의식을 지닐 때 비로소 온전한 회개와 삶의 새로운 창조가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성경 이사야 6장에는 이사야 선지자의 통절한 자기 부끄러움의 고백이 있다.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라고 절규하는 그의 울부짖음에는 현재의 자기 모습을 너무나도 처절하게 부끄러워하는 절절한 고백이 있다. 이사야는 젊은 나이에 선지자가 되어 궁중을 출입하며 활동했다. 하지만 그는 탁월한 정치로 인기를 누리던 웃시야 왕이 말년에 성전 제사의 집례를 고집하고 제사장들과 충돌하더니 급기야 나병환자가 되는 징계를 받고 죽어갈 때까지 비겁하게 침묵했고 기회주의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그런 이사야가 훗날 국가적 위기 때마다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면서 위기극복의 주역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부끄러운 자기 현실에 대한 통절한 회개와 자기고백이 있었기 때문이다.

잘못은 감추고 은폐하고 주변과 역사를 기만함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진실로 부끄러워하면서 하나님앞에 서야 한다. 카라바지오의 그림에 등장하는 베드로의 눈물 고인 눈과 참담한 표정을 보면서 잘못에 대해 괴로워할 줄 모르는 자신의 완악함을 슬퍼하고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아는 최소한의 도덕성을 그리워한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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