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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교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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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태경 기자(국민일보)

한국 교회의 세계 선교가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공격적 선교가 종교간 갈등을 초래했다는 것. 나는 피랍자들을 결코 '기독교의 전사'로 간주할 수 없다. 전사이기엔 너무나도 순진하다. 준비되지 않은 전사를 본 적이 있는가. 그들의 1차적 관심은 공격적인 신앙이 아니라 적극적인 자세였을 뿐이다. 단기사역을 하는 데 있어 얼마나 기본기에 충실했는지는 또 다른 논의거리다.

많은 선교전문가들은 한 달도 되지 않는 비전트립(단기선교여행, 단기해외봉사활동) 프로그램에 대해 꾸준히 우려를 표명해 왔다. 그런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내줘야 하는 성육신적 희생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 선교'임을 제대로 깨닫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자칫 숭고한 선교에 동참한다는 '겉멋'만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한 언론이 "아프간 선교 활동을 벌이는 한국인들이 19세기 미국의 선교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미국 교계의 경우 현지화의 중요성을 인식, 현지 언어와 문화에 정통한 선교사들을 파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내가 선교지에서 만난 외국 선교사들 중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세계적 선교학자인 랠프 윈터 박사는 과거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선교사들은 영어만을 구사하는 등 가장 현지화가 안 돼 있다"고 일갈하고 한국 교회가 미국 선교 양태를 좇지 말 것을 당부한 적도 있다.

외부인이 현지 문화에 민감하고 정통하기란 녹록지 않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지난 4월부터 민심을 얻기 위해 헬기를 이용, 어린이들에게 축구공 1000여개를 선물했다가 오히려 격분을 샀다. 이유는 공에 도안된 사우디아라비아 국기에 적혀 있던 이슬람의 신앙고백 때문. 샤하다라고 불리는 이 고백은 "알라신 외에 신이 없고 마호메트는 알라신의 예언자"라는 코란의 핵심 구절로 무슬림은 이를 매일 암송해야 한다. 공을 주는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본의 아니게 코란 구절을 발로 뻥뻥 차라는 뜻이 된 것.

그동안 해외 선교는 교회의 안일함을 깨뜨려왔다. 초기 교회가 이방인들을 교회의 교제권 안으로 이끌었을 때도(행 15∼16장), 선교사들이 유럽과 아시아 내륙의 부족들을 복음화하려 했을 때도 그리했다. 개중에는 제국주의적 선교로 인해 지탄받아야 할 교회(선교사)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교회가 내향적일 때는 예배와 복음의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전력을 쏟는다. 문제는 이런 교회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적 조직을 발전시키는 데만 관심을 쏟는다는 것. 외부 세계로 향하는 선교는 이러한 편안한 질서에 도전장을 내민다. 또 문화적·역사적 차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삶의 장소에서 참된 크리스천이 되는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매우 협소한 선교 의식을 가질 수 있다. 삶의 핵심에 놓여 있는 선교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다. 선교는 교회의 많은 과업 중 하나가 아니라 교회가 존재해야 하는 핵심적 근거의 하나다. 교회는 선교를 통해 복음을 의미심장하게 전달하고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 또 하나님의 예언적 대행자로서의 교회는 역사와 문화의 변혁자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크리스천들은 어떤 대가도 지불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물론 어느 때보다 지혜가 필요하다. 세상이 하나님의 아가페적인 사랑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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