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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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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근(연세대 교수)

아무리 책의 제목 장사가 반 장사라고 해도,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 제목은 정도에 지나친 출판 마케팅으로 보인다. 바람의 딸로 알려진 한비야는 오지 탐험가에서 월드비전의 긴급구호팀장으로 변신한 다음 한국 젊은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도전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이런 제목을 뽑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권면은 무모한 모험주의로 보인다. 오히려 지도를 읽는 법부터 먼저 배우고, 지도를 따라 행군하는 법을 숙지하라고 권면하고 싶다.

바람의 딸 정도는 못되지만 나도 여행이라면 이골이 난 사람이다. 지난 1 년 동안 여행한 곳만 해도 이집트 말레이시아 중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체코 등 10개국이 넘는다. 나는 일단 여행계획이 세워지면 제일 먼저 그 지역의 정밀지도를 구입한다. 방문해야 할 장소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여행루트를 정하기 위해 자세한 지도는 내게 필수다. 가이드를 둔 단체관광을 거부하는 나로서는 교통 숙박 방문지를 독자적으로 결정해야 하는데, 여기서 정밀하고 자세한 지도는 필수다. 두 번 세 번 지도를 점검하고, 지도가 제시하고 있는 길을 따라 나는 여행을 시작한다. 내 경험상 지도 밖으로 행군하면 반드시 곤욕을 치르게 된다. 특별히 처음 방문하는 곳에서 지도 밖으로 행군한다는 것은 목숨을 흥정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으로 갔던 우리 젊은이들의 마음 속에 지도 밖으로 행군하겠다는 섣부른 열정이 앞섰던 것이 아닐까? 지도 밖으로 행군하는 것이 마치 자신이 가진 신앙심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으로 잘못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신앙심의 척도는 지도 밖으로 행군할 수 있는 용기에 의해 가늠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을 내 인생의 지도로 삼고 그 지도가 가라는 곳까지 가고, 서라는 곳에서 멈출 줄 아는 순종의 미덕으로 평가돼야 할 것이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겠다는 것은 스스로 만든 지도에 의지하겠다는 말이다. 지도는 우리에게 모험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순종을 가르친다.

온 나라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온 젊은이들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난리법석이다. 지도 밖으로 행군했다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던 청년들의 두 손에 나는 새로운 지도 한 장을 쥐어주고 싶다. 하나님의 지도다. 하나님께서 가라는 곳까지만 가자. 그리고 하나님이 서라고 하면 순종하는 마음으로 행진을 멈추는 우리가 되자. 지금 우리 한국 교회는, 선교의 행군을 잠시 멈추고 우리 앞에 놓인 세계지도를 면밀히 검토하는 작업을 시작할 때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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