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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명은 흔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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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담임)

모든 사람들은 사명을 갖고 태어납니다. 본인이 깨닫지 못해서 그렇지 사명 없이 그냥 태어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사명을 깨닫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크고 작은 삶의 흔적을 남깁니다. 그 흔적은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로, 삶의 훈장이 됩니다. 흔적 없는 인생으로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에 왔다 갔다는 자취만 남긴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눈이 녹으면 사라지는 눈 위의 발자국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사명을 알고 그 사명을 따라 치열하게 산 사람들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깁니다. 문제는 사명을 깨달아도 실천하며 사는 것이 쉽지가 않다는 점입니다.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장 귀한 것까지 내어놓아야만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뉴욕 맨하탄에는 9·11테러의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가 있습니다. 120층의 웅장한 세계무역센터 건물은 9·11테러로 인해 다 무너져 내려서 지금은 ‘그라운드 제로’에서 예전의 모습을 찾을 길이 없습니다. 다만 현장 부근에 시간대별로 정리된 사진들만이 당시의 처참한 광경을 보여줄 뿐입니다. 게시판의 많은 사진 가운데 특히 두 장의 사진이 사람들의 눈길을 끕니다. 뉴욕 경찰국 소속 경관과 소방국 소속 대원이 피를 낭자하게 흘리는 사람들을 부축해 지옥의 현장에서 구출해 나오는 장면인데, 그 사진들은 그들이 자기의 사명에 얼마나 충성을 다했는가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진짜 감동을 주는 것은 그 후의 이야기입니다. 그 두 장의 사진 밑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습니다. “테러 직후 뉴욕 경찰국 소속 아모로소가 최선을 다해 상처 입은 사람을 쌍둥이 빌딩에서 끌어내어 밖으로 인도하고 있다. 그는 다시 빌딩 속으로 들어갔고, 결국은 그곳에서 죽었다.” 소방국 대원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다시 건물 속으로 들어가다 무너져 내리는 건물더미에 깔려 숨졌다.” ‘다시 빌딩 속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죽었다’는 글을 읽을 때 사명과 생명을 맞바꾼 그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에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게시판 옆의 까만 대리석 벽면에는 곧 무너져 내리게 될 건물에 용감하게 뛰어 들다 결국 사망한, 사명을 다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그 위에는 ‘9·11의 영웅들’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죽을 수 있는 걸 알면서도 자기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지옥과도 같은 현장에 묵묵히 들어가 구조활동을 펼치다 결국 숨진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이 세상에 가장 귀한 흔적을 남긴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22일 94세로 세상을 떠난 ‘살아있는 성자’로 불린 피에르 신부가 생각이 납니다. 그는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19세에 모든 유산을 포기하고 수도회에 들어가 ‘엠마우스’라는 빈민구호 공동체를 만들었고, 평생 집 없는 사람과 소외된 사람, 전쟁고아들을 돌봤습니다. 이 세상에 큰 흔적을 남기고 떠난 피에르 신부는 생전에 다음과 같은 말들을 했습니다. “인생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주어진 얼마간의 자유시간이다.” “하나님, 배고픈 자들에게는 빵을 주시고 빵을 가진 자들에게는 배고픔을 주십시오.” “홀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사랑할 것인가.” “우리가 진정으로 소유하는 것은 우리가 줄 수 있는 것뿐이다.” 우리는 시편 90편 12절의 말씀대로 우리의 남은 날을 계수하는 지혜를 가지고 우리의 남은 생애 동안 사명을 따라 베푸는 삶을 살며 아름다운 흔적을 남겨야 할 것입니다.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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