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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상 속 행복과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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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

1년9개월간 백혈병과 씨름하다 최근 세상을 떠난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의 ‘투병일기’를 보았다.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한국 메이크 어 위시 재단’에 의해 세상에 공개된 그 일기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난 친구들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하는 1억원짜리 고액 과외를 받았어. 파란 하늘,맑은 공기 이런 걸 느끼기만 해도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학교 다닐 때는 운동장의 흙을 밟고 다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흙이 너무 감사해. 한 줌 흙을 떠서 혹시라도 거기서 지렁이가 나오면 ‘오! 아가’ 하며 살아 꿈틀대는 모습에 감격할 거야.”

골수이식수술 직후에 자기 엄마에게 들려주었다는 이 한 마디가 오래도록 필자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연이어 던져지는 여러 질문들이 부끄러움이 되어 마음에 머물렀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아직도 내게 호흡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해본 적이 있는가?” “출근길에 피부에 스며드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그것 때문에 행복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분주하고 복잡한 여러 가지 일들로 스트레스가 쌓일 때에 문득 한숨 쉬며 바라다본 하늘이 참 맑고 깨끗해서 짓눌린 마음이 회복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죽어가던 어린 아이가 깨달았던 단순한 진리,우리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살았던 지난 시간들이 부끄러웠다.

지난주,초등학교 6학년 되는 딸아이와 함께 영화 ‘허브’를 보았다. 일곱 살짜리 지능을 가진 스무 살된 딸아이가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그 엄마에게 갑자기 찾아온 불치의 병으로 인해 사별의 고통을 나눈다는 내용의 영화였다. ‘정신지체 3급’ 장애인 딸을 두고 괴로워하며 죽어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 ‘뻔한 스토리다’ 싶으면서도 한 가지 깨달음이 필자의 가슴을 때렸다. 그 영화 속의 두 모녀와는 달리,나와 내 가족들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미숙함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티격태격하는 것이 이 세상 가정의 모습이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그 미숙함을 만회할 기회가 남아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로인가.

죽음의 문턱에서 우리에게 황홀한 인생의 법칙을 알려준 그 아이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며 살자. 아직 기회가 남아있을 때에 더 많이 사랑하고,더 많이 용서하자. 아직도 호흡이 남아 있음 자체가 축복임을 깨달으며,작은 일상 속에서 감사하며 살자.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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