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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사가 목회하면 박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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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목회하면 '박살'난다] 
                                                                                   

- 라은성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 -

목회자 후보생들이나 목사님들이 늘 질문하는 것들 중 하나는 신대원에서 배운 신학과 방법론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목회자들은 고급 공부(advanced study)를 더 한다. 신학석사(Th.M, Master of Theology)의 과정을, 목회학박사(D.Min., Doctor of Ministry)의 과정,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신학박사(Ph.D., Doctor of Philosophy나 Th.D., Doctor of Theology)의 과정을 국내에서든 국외에서든 밟는다.

신대원에서 가르치다보면, 학생들 가운데 해외유학을 꿈꾸지 않은 학생들은 거의 없을 정도다. 재정적이든 학문적이든, 어떤 환경이든 적절치 못하기 때문이지 조건만 맞는다면 대체적으로 해외유학을 꿈꿀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행하기를 원한다.

요즈음에 와서는 한국사회가 고학력 시대이다 보니 목사님들의 학력도 고학력을 지향한다. 그래서 과거에는 4년제 신학교를 나와도 목회가 가능했지만 요즈음은 문교부에서 인정하는 학위인 학사(B.A., Bachelor of Arts) 와 목회학 석사(M.Div., Master of Ministry) 학위를 선호한다. 마치 10여 년 전에 교육전도사의 모집광고에 ‘1종 면허’를 삽입한 식이다.

그래서 공공연하게 들리는 이야기들은 담임목사 청빙에 신학석사 학위 소유한 신청 분들은 너무나도 많아서 이제는 신학박사학위를 소유한 분들을 후보로 선출하여 설교의 선을 본다고 한다. 이 말은 현실적이다. 이러다보니 정식학위(예를 들면, B.A.나 M.Div.)를 소유하지 못한 분들은 늦게나마 공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도 하다. 더욱이 앞으로 목회지를 위해서는 고학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미래 목회를 위해 적지 않은 목회자 후보생들이 유학을 떠난다.

유학을 떠나거나 준비하거나 하는 분들에게 나는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앞으로의 목회는 다양하다. 전도, 기관, 교회, 교육, 매스컴, 음악 등등 여러 분야에서 전문적인 목회자들이 활동하고 있고, 활동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부르신 하나님의 소명(calling)을 분명히 확인하는 것이 우선순위이다.

유학생들에게 유행하는 말이 있다 : ‘박사’가 목회하면 ‘박살’난다. 재미있는 말이다. 합당한 말은 아니지만 그냥 무심코 흘러 버려야할 말도 아니다. 그 이유는 신학석사가 되거나 신학박사가 된다는 것은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것이다. 논리적 사고를 요구한다는 것은 곧 글을 쓸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그래서 신학박사과정을 밟는 후보생들에게 나는 늘 하는 말이 있다. 박사학위를 소유한다는 말은 “이제 저술활동을 할 수 있는 공적 자격을 받는다는 것입니다”고 말이다. 박사학위가 없으면 저술활동을 못한다는 말은 아니다. 박사학위자만이 저술활동을 할 수 있다는 말도 아니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 하지만 나의 의도는 박사학위란 곧 저술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저술활동을 위한 논리적 사고와 많은 주변 학문들을 섭렵하게 된다. 어떤 주제가 주어지면 박사학위의 소유자들은 ‘스스로’ 자료를 찾아 시간 내에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적 사고 훈련을 받은 분들, 즉 신학박사학위를 받은 분들이 목회현장에서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목회현장은 실전이고 실제다. 이론이 아니다. 논리적 사고를 적지 않게 요구하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요구하지 않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따지고 말하다 보면 성도들과 마찰을 빚게 된다.

아마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학박사를 소유하신 분들 가운데서도 목회를 잘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라고. 그렇다! 신학박사학위를 소유했기 때문에 목회를 망친다는 말은 진리가 아니다. 대체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성공하시는 분들은 본래 목회적 자질을 가지신 분들이다. 그래서 늘 실천적인 마음을 가지고 신학박사과정을 지냈다고 나는 확신한다.

다시 말하면, 신학박사학위를 소유하지 않아도 그 분들은 목회를 성실하게 하시고 대성하실 분들이었던 것이다. 신학박사학위를 소유했기 때문에 목회를 성공적으로 해 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목회적 재능과 자질을 갖추신 분들이었기에 가능하다는 말이다.

아무튼 신학박사의 길은 논리적이고, 목회의 길은 실천적이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목회현장을 직면할 때가 흔히 있다. 사랑과 겸손이라는 두 자세를 가지고 임하는 것이 목회이다. 신학은 잣대가 있지만 목회에는 뚜렷한 공식이 없다. 성도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해, 마치 양들을 위하는 목자의 마음처럼 행한다. 다양하다.

그래서 목사후보생들은 자신이 어떤 소명을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지를 확신하지 않고서는 지속적인 공부냐 목회냐라는 갈림길에서 질문을 계속 할 것이다. 아니면 젊을 때 배우지 못한 것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학위를 공부할 수도 있다. 어떤 의도를 가졌든지 간에 공부하는 것은 귀하다.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은 귀한 일이다.

목회자는 논리가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기도, 헌신, 희생, 사랑, 인내 등등이 요구되는 현장이다. 경건의 모양들을 갖추면서 그 능력을 소유해야만 한다. 새벽기도회라는 경건의 모양이 있기에 목회자들은 그래도 그것에서 나오는 경건의 능력을 소유하게 된다. 한국교회 현실은 성실한 목회자가 필요하다. 성실한 목회자가 되기 위해 고급 학문을 공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신학석사(Th.M.)와 신학박사(Ph.D.) 그리고 목회학 석사(M.Div.)와 목회학 박사(D.Min. 또는 D.Miss.)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논리를 요구하고, 후자는 경험과 경륜을 요구한다. 전자를 학술학위라 부르고, 후자를 전문 학위라 부른다. 목회학 과정, 즉 신대원이나 신학원에서 공부하는 분들에게 부탁한다. 자신의 소명을 먼저 확인하고, 후에 유학을 꿈꾸거나 더 고급학위를 위해 진력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소명을 확인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것이 하나있다. 그것은 바로 아내의 역할이다. 공부를 하려면 아내의 도움이나 후원이 절대적이다. 5-10년간 일방적 희생이 따라야만 한다. 그것을 터전으로 하여 학위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고려해야만 한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린다 : “박사가 목회하면 박살난다.”

라은성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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