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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온전한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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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일환 (단국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얼마 전에 대학생들에게 매년 해오던 교양 강좌인 ‘현대인의 건강’ 첫 시간을 강의한 적이 있었다. 이 시간에 건강이란 무엇인가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하면서 “건강하다(health)”라는 말은 “온전하고, 흠이 없다(whole, sound)”라는 말과 같은 어원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고, 오래전에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언젠가 학생들과 충북 어느 지역에 무료 진료를 나간 적이 있었다. 그 곳에서 84세 된 할머니 한 분을 진찰해 드렸다. 그때 할머니를 진찰하고 나서 느낀 점은 할머니의 마음속에는 커다란 빈 주머니가 하나 들어 있는데, 그 안에는 담배 연기가 가득히 채워져 있다는 느낌이었다.

할머니는 84세로 그 당시 보통 여성의 평균 수명보다도 더 오래 살고 계셨다. 특별한 신체 질병도 없었고, 장애인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할머니는 오래 전에 할아버지와 사별하셨고, 원래 자녀가 없었기에 홀로 텅 빈 집만 지키고 계셨다.

할머니의 유일한 친구는 매일 만나는 두 갑의 담배였다. 그 할머니에게는 시회적인 지지가 거의 없었고 정서적, 영적인 면에서 큰 외로움과 삶의 허무함만이 남아 있었다.

이 할머니의 건강 상태를 온전한 건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건강을 단순히 질병에 걸리지 않았거나 신체적 장애가 없는 상태라고 제한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온전한 건강관은 아니라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그렇다면 온전한 건강관은 어떠한 것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신체적으로 병든 부분이 없고, 활력이 넘치는 상태는 아마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강 상태일 것이다. 당장 몸에 통증을 느끼고, 좋지 않은 질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자신의 삶의 다른 부분을 조정해서라도 신체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신체적 건강과 쉽게 연결해 볼 수 있는 것은 영양의 측면이다. 우리 몸이 삶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적절한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은 가장 기본일 것이다. 자신의 신체를 잘 돌보지 않는 사람은 영양의 면을 소홀히 한다.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주의 없이 먹거나, 충분하고 적절한 영양소를 섭취하지 않기도 한다. 한국인의 건강 습관에서는 영양의 측면이 너무 지나치게 강조되는 점도 있다. 좋은 음식이나 약물의 섭취가 건강한 삶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하여 보신 음식이나 기능 식품, 약물 등을 많이 찾는다.

신체적 건강과 연결할 수 있는 또 다른 측면은 감각적 부분이다. 신체의 감각 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자극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하는가 하는 것도 건강에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고의적으로 자신의 감각적 신호를 차단하기도 한다. 신체는 무슨 자극을 보내고 있으나, 이를 고의로 차단하여 반응하지 않는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작은 감각적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자극을 자신의 건강을 되돌아보게 하는 유익한 신호로 해석하는 것이다. 또한 음악이나 향기나 좋은 그림 등을 통해 자신의 감각을 회복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다.

사회적 관계를 통한 상호 작용도 건강과 관련성이 많다. 어떤 사람은 신체적으로 허약하여 사회적 관계를 누리지 못할 수도 있고, 사회적 관계가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일부러 피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가족 관계를 비롯한 사회적 관계가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사회적 지지를 얻음으로써 보다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다.

신체적 건강과 연결할 수 있는 또 다른 측면은 지적인 부분이다. 지성만 강조하는 현대인들은 상대적으로 신체적 훈련을 소홀히 할 수 있다. 다른 측면으로는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강에 대한 바른 지식을 갖고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바른 지식을 지력을 통해 배운다는 것은 건강의 유지에 도움이 된다.

환경도 건강과 관련된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신체가 놓인 자연환경, 사회 환경 속에서 삶을 경험하며 살게 된다. 환경이 건강에 열악하면 건강을 잃게 될 위험이 크다는 것은 당연하다.

때로는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자연환경을 변화시키거나 극복하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건강에 해로운 사회적 환경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축소하기도 한다.

두 가지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정서적 부분과 영적인 부분이다. 신체적 건강과 정서(감정)가 연결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삶을 살면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낀다. 만족감, 행복감, 자긍심을 느끼기도 하고, 분노, 상처, 슬픔, 좌절감 등의 부정적 감정을 갖기도 한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은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 역으로 신체적 질병을 앓을 때에 부정적 감정을 함께 갖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영적인 부분이다. 영적인 부분은 종교적 측면이다. 삶과 질병이 주는 의미, 삶에 대한 하나님의 목적과도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다. 우리는 우리의 건강을 유지시키기 위한 하나님의 섭리를 인정한다.

신체적 건강과 관련된 영양, 감각, 사회적 상호작용, 지성, 환경, 정서, 영성 등 여러 부분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의 몸은 한시도 쉬지 않고 활발히 일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신체를 그 신체 하나만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여러 부분들이 우리의 삶을 이루는 조각들이며, 이러한 조각들은 서로 의존한다. 한 예를 생각해 보면, 어떤 부인이 최근 들어 몸이 많이 쇠약해졌다. 체중도 줄었고, 피로감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이 분에게는 최근 말기암으로 진단받은 남편이 있었다.

이 부인은 지금까지 남편의 병간호를 위해 많은 수고를 했지만, 최근에 남편의 상태가 나빠지게 되자 남편을 더 이상 좋게 해줄 수 없는 자신을 자책하였으며, 남편을 잃게 될 상실감 속에서 슬퍼하였다. 이러한 자책감과 슬픔으로 최근 들어 식사를 잘 하지 못하여 영양 섭취기 부족하였고, 체중이 많이 감소하였다.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도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부인의 신체적 건강의 악화는 영적인 부분, 정서적 부분, 사회관계의 부분 모두와 연결되어 있었다.

건강의 상태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성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았다고 말씀하실 때에 어떤 한 부분만 온전했다고 하신 것은 아닐 것 같다. 지으신 만물과 그 안의 사람과 그 환경과 이들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모두 포함하여 보시기에 좋았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건강의 회복을 위한 노력도 오직 신체적 건강만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너무 제한적이다. 오히려 자신의 온전한 건강 상태를 위하여 지적, 정서적, 영적, 환경적, 사회적, 감각적, 영양적 부분과의 관련성을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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