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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외로워야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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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정호승의 ‘달팽이’ 라는 시가 있다. “내 마음은 연약하나 껍질은 단단하다/내 껍질은 연약하나 마음은 단단하다/사람들이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듯이/달팽이도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 나는 이 시를 읽으며 “달팽이도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는 구절에서 가슴이 철렁했다. 그렇다. 우리는 외롭지 않으면 결코 길을 떠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반대로 길을 떠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로워야 한다는 말이 된다.

‘알랭 드 보통’ 이 지은 ‘여행의 기술’ 을 보면 여러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예로 들면서 더 넓은 세계를 보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상상과 고독을 찾아 떠나라고 말한다. 성경의 기술도 마찬가지다. 아브라함,야곱,요셉,바울 등 그들은 모두 처절한 외로움과 고독 속에 놓였던 자들이다.불가항력적인 힘에 끌려 인도되기는 했지만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고독과 맞서 싸워야 했다.

나는 어린 시절 불신가정에서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쫓겨난 적이 있다. 세찬 눈보라가 치는 어느 날,봄 잠바 하나 걸치고 길을 걸어 나오는데 뜨거운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렀다. 아무리 손등으로 훔쳐도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집에서 나오는 길 위에 멈추어 서서 성경을 펼치고 시편 121편을 읽었다. 눈송이들이 성경책 위로 흩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날의 고독과 쓸쓸함,뜨거운 눈물은 오늘의 찬란한 축복으로,기적과 부흥의 꽃씨가 되었다.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 때문에 찾아오는 외로움과 고독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신앙인에게 있어 삶이란,순례자의 길이다. 하늘의 본향을 향해 길을 떠나는 나그네의 삶이다. 두 발은 땅을 딛고 있지만 마음은 늘 하늘에 두고 살아야 한다. 그것도 ‘뜨거운 마음’을 말이다. 누가 그 기쁨을 알겠는가. 아버지 하나님이 계시는 본향을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아들의 마음을….

현대인들은 지독한 외로움을 잊기 위해 욕망의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벼랑을 향해 질주하는 폭주 기관차 같다. 하지만 브레이크 없는 욕망의 끝은 죽음과 심판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 세상의 모든 욕망을 훌훌 털어버리고 순례의 길을 떠나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행복하다. 그리스도인들이라고 다 순례의 길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외로워야 거룩한 순례의 길을 떠날 수 있다. 오늘은 창문을 열어보자. 그리고 먼 곳을 응시하자. 외로운 자만이 떠날 수 있는 찬란한 순례의 길을.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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