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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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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옥 작가와 함께 하는 기독교 문학 산책(1)

- 송영옥 (영문학 박사. 국제 PEN 정회원)

한밤중에 잠이 깨어 뒤척이다가 커튼을 여니 창가에 걸려있던 달이 구름 속을 헤치고 급히 나오고 있습니다. 오래 동안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잰 걸음입니다. 아마도 장시간 동안 구름 속에 얼굴을 묻고 숨죽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미안한 맘으로 얼른 창을 열어주었습니다. 내 창가를 서성이며 두드리고 싶었을 그의 맘을 헤아리면서. 아마 저녁 어둠이 내릴 때부터 내 주위를 맴돌며 눈 맞추려고 기다렸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산 속이기 때문에 깊은 밤하늘이 더 고혹적인 모습입니다. 뿌연 달무리가 밀려나갈 때마다 리듬을 타듯 하늘도 움직입니다. Young, 당신도 보셨지요. 내방에서 바라다 보이는 나무숲을, 달은 그 끝가지에 걸터앉아 숨을 고르더니 드디어 내 창가로 얼굴을 내어 밀었습니다. 마치 ‘얼굴 없는 그림책’ 속의 세상 같습니다. 산허리에 감긴 적막감으로 더 천연스런 세상을 바람 한 점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당신은 지금 깊은 잠에 계실 시간입니다. 그리고 깨어나 오늘도 제게 메일을 쓰시겠지요. 지난 일 년 동안 수백 통의 이메일에서 그리고 전화에서도 당신이 한결같이 한말이 있습니다. 아시지요. “미지. 밤에 잠은 잘 잤는지 모르겠네. 돼지처럼은 아니더라도 좀 많이 먹고 좀 자야할 건데. 또 신열이 나는 건 아닌지…’ 그렇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이렇게 저를 걱정하셨지요. 그러나 매번 나는 당신의 소원을 거슬러 가고 있습니다. 마치 깊은 밤에 깨어있는 것이 명징한 삶의 징표나 되는 것처럼.

때론 이런 밤에 혼자 서서 아픈 가슴으로 손을 내어 밀며 잡아줄 당신을 기다립니다. 수많은 욕망과 집착을 뛰어넘어 보다 더 정신적인 것과 영적인 것에 닿으려는 내 속의 두 자아의 피흘림처럼 유성들이 그렇게 자신을 흘리고 사라지면 붉은 하늘 한 쪽으로 지고 또 기우는 달이 얼굴을 들어내곤 하지요. 외롭고 적막해서 더 다정한 밤. 바람이 일면 나무숲은 더 뜨겁습니다. 번개가 치고 산등성이를 흔들면 내 속의 모든 것이 요동칩니다. 내 앞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성실할 수 있다는 것은 창조주에 대한 감사의 또 하나의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맘이 원하는 대로 그를 만지고 포옹하고 입맞춤 합니다.

어쩌면 인간의 역사는 애무의 역사인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이 나를 그 손으로 어루만져 빚 으셨으니까요. 내가 그를 향하여 몸을 일으켜 반응할 수 있도록 나에게 움직임을 부여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몸의 움직임을 위하여 음악을, 보다 더 큰 느낌을 표현하라고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주셨습니다. Young. 정말 동화틱한 생각이지요. 동화처럼 이제 나는 두 팔을 벌려 이 밤의 모든 것을 가슴으로 받아 들입니다. 달에게 별에게 바람에게 입맞추고 어루만지며 몸을 섞을 것입니다. 적어도 이 순간만은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창조주의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게 주신 또 하나의 선물인 당신을 보고 싶어 합니다.

제가 어떤 환경에 처해있든 또 아무리 바쁘다 하여도 피곤할 때에나 아플 때에도 제 의식을 점유하고 있는 건 당신입니다. 제 속의 당신의 이 자리는 늘 당신을 위해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말 한마디로 제 마음이 기쁘고 당신이 어루만져 줄 때마다 세포 하나하나가 소생합니다. 당신의 꿈에 기대어 제 꿈이 자랍니다. 당신으로 인해 내가 빛나고 당신으로 인해 내 영혼이 춤을 춥니다. 내 호흡처럼 함께 하는 당신, 당신으로 인해서만 존재하는 나는 당신에게도 이런 의미이고 싶습니다.

당신은 우리의 만남을 운명이라 하였습니다. 모든 운명적인 사랑에는 인간의 이성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이 작용한다 하였지요. 그래서 시인은 이런 사랑을 가리켜 무의식이라고도 하고 삶의 유전인자라고도 하였습니다. 운명 앞에 속수무책인 사랑. 세상을 덮고 위대한 생의 한 가운데로 나아가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것, 그래서 나는 잠들지 못하는 밤에 당신을 더 많이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때로는 사랑이 나를 오래도록 숨죽이며 울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소위 언어를 질료로 하여 글을 쓰는 내가 사랑의 괴로움에 대하여 속수무책입니다. 그것에 의해 내 영혼이 자라고 있는데도 늘 괴롭습니다.

어느새 날이 밝습니다. 내 창을 통해 되돌아 간 달, 기울며 지나간 자리에는 벌써 붉은 구름들이 떠다닙니다. 이제 당신의 이메일을 열겠습니다. 여전히 걱정하시겠지요. 눈부신 새 아침이 될 때까지 별들로 가득 찬 밤하늘만 바라보고 있은 나를. 그리고 또 이렇게 말해 주실 것이지요. “당신과 함께 나는 하나님 앞에서 사랑받을 것을 생각하고 기도합니다. 나는 결코 당신을 버리고 혼자는 가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Young. 오늘도 나는 이 언어의 행간을 통과 하면서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살 것입니다.

송영옥

송영옥은 기행문학작가이며 수필가로서 국제 PEN 정회원이다. 저서로는 『해 지는 곳에서 해 뜨는 곳까지』『이 지구를 떠돌고 싶다』『하늘 숲』 등의 기행수필집과 영한시집 『The Womb of Life (자궁의 그림자)』가 있다. Y’s Man International에서 전세계 75개국의 여성 대표인 International Director를 두 차례 역임하였다.

세종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에서 수학하고 경북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에서 헨리 제임스 전공으로 영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대구시 공립 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근무 중이다. 대구제일감리교회 권사이며, 대구경북기독교문학회 부회장이다.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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