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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로 탓인가, 목사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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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기호 목사 (前 성결대 총장, 새에덴교회 담임목사)

교회에서 재정을 맡아 수고하는 회계 집사님이 주일에 결석을 하였습니다. 그런 일이 없었기에 이상하게 여기며 전화를 했더니, 자동차가 고장 나서 교회를 가지 못했노라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주일도 역시 교회에 나오질 않았습니다. 사업장엘 찾아가서 함께 기도하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장로님 때문에 교회에 나오기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업종의 사업을 하는 분들이기에 장로님이 집사님과 함께 도매상에 가서 물건을 구입하곤 했는데 따로 가자고 한 일 때문에 섭섭했던 것 같습니다. 사업이 번성해지니 차 한 대로 물건을 함께 구매하여 싣고 오기도 벅차고, 구매와 적재하는데 드는 시간도 많아지니 이제부터 각자 도매상을 가자고 장로님께서 제안했던 것입니다.

장로님께 회계 집사를 찾아가 혹 오해가 있으면 푸시고 은혜 가운데 신앙생활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조치하시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장로님의 얼굴이 붉어지시더니 개인적으로는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목사님의 부탁이니 가보시겠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 주일에도 회계 집사님은 여전히 결석을 했습니다. 장로님의 눈치를 봐도 회계 집사님을 만났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다녀왔다는 말씀도 없었고요. 만났다면 그 결과를 알려주어야 하는데 아무 소식이 없어서 내가 먼저 물었습니다. “바쁘실 텐데 지난 주일에 어려운 부탁을 드려 죄송했습니다. 그런데 회계 집사님은 만나셨습니까”라고요.

장로님께서 그 약속은 지키셨으나 목사인 내게 대답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 생겨서 말을 못 꺼내셨던 것 같았습니다. 그 회계 집사님은 목사가 설교시간에 자기를 쳤기 때문에 교회에 가기 싫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목사에게는 장로 때문에 교회에 안 나간다고 말하고, 장로에게는 목사 때문에 교회에 가기 싫다고 말하니 난감한 일이었습니다.

내가 다시 사업장을 찾아가 그 집사님을 만났습니다. 장로 때문이 아니라 목사 때문이라니 송구스럽다고 말하며 무슨 일인지 무슨 오해가 있는지 말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집사님은 어색함과 당황함을 나타내며 내 얼굴을 대하면 불편하니 사업장에 오지 말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했습니다. 바쁘게 일하는 사람, 그것도 방문해 불편을 느끼게 하는 것은 마땅치 않은 일이라 생각해 전화로 출석을 권유했더니 이번에는 전화도 자기가 걸기 전에는 걸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실족한 양을 찾는 일에 당사자인 신자가 방문도 전화도 하지 말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를 생각하니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을 청할 수 없어 뒤척이니 집사람이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왔습니다. 그러나 차마 사실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집사, 장로, 목사 중 누군가가 잘못한 게 분명한데 이런 이야기를 알려서 아내에게 걱정을 보태주고 싶지도 않았고, 혹 말이 나가면 더 큰 오해를 만들게 될까 염려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밤에 종내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한밤중에 교회로 갔습니다. 불도 켜지 않고 더듬어 회계 집사님이 앉던 자리를 어루만지며 하나님께 물었습니다. 무슨 연고인지를, 또 어떻게 이 양무리를 인도해야 할지를 여쭈었습니다. 그때 불현듯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던 지도자 모세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이 백성을 낳았습니까? 내가 지기엔 너무 짐이 무겁습니다”말하며 땅바닥에 엎드리던 모세를 생각하며 나도 교회 바닥에 큰 대자로 엎드려 맡기신 목양 사역을 감당할 힘을 주시기 간구했습니다.

얼마 후에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자기가 다니던 교회와 내가 목회하는 교회가 교파가 달라서 떠났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새 교회에서 장로로 장립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리고 그 곳에서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한편으로는 서운하고 한편으로는 대견하게 생각도 했습니다.

장로 탓도, 목사 탓도 아닌 것이 밝혀진 일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회도 사람이 모인 곳이니 오해와 갈등이 없을 수 없으나 사랑으로 이해하고 서로 허물을 덮어갔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을 지닌 채로 말입니다.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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