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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단의 자기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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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태화 교수(안양대 기독교문화학)

독일 신학자 파울 쉬츠는 어두운 시대를 경험했다. 나치시대가 그것이다. 히틀러라는 독재자가 나타나 위대한 아리안-게르만 민족의 제국을 건설하겠다며 국민들을 호도했다. 나치는 무시무시한 권력으로 국민을 탄압하고 폭정을 감행했다. 강제수용소를 세우고 유대인을 학살하며 2차 세계대전까지 일으켜 인류사에 다시없는 오점을 남겼다.

한 정권이 선악을 잘못 선택함으로써 후대에 끼친 폐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치명적이었다. 쉬츠는 폭력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다음과 같은 신학적 결론을 내렸다. “사단의 성육신,히틀러와 나치 추종자들은 사단의 다른 모습이다.” 그리고 발견한 명제가 바로 사단의 자기부정이었다. 사단은 어느 시대이건 자신의 모습을 전부 드러내지 않는다. 더구나 이성의 계몽이 극에 달하고 실증주의가 일상적 판단의 기준이 된 시대에 사단은 고도의 전략을 편다는 것이다. 사단은 의심과 회의,불확정성과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나는 없다.”

모든 존재는 나는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행동을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상이 그 존재를 인식하도록 한다. 사단이 쓰는 전략은 다르다. 사단은 없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자기 존재의 부정을 통해 존재하려는 것이 사단의 계략이다.

현대인들은 고도의 문명 사회 속에서 사단은 없다는 주장에 기울어지려 한다. 맞아,지금처럼 과학화된 시대에 사단이 어디 있어. 그런 흉칙한 존재가 있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주장에 맞장구치게 하는 것이 사단이 선택한 고도의 전략이다.

종교가 진열대 위에 놓인 상품처럼 변하고,신앙이 스낵처럼 소비되는 현대 시대에 사단은 쉽게 구분이 가지 않는 형태로 자기를 변형시킨다. 때로는 달콤하게,때로는 행복하게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속삭인다. 요즘 시대에 사단은 무슨….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영적 분별력이 요구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사단은 자기를 부정하게 하면서 틈새를 파고 든다. 심지어 광명한 천사로까지 변장한다고 예언되어 있지 않은가.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있어야 할 시각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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