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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해를 맞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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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재(우리들교회 목사)

중3 때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 나면서 집안이 어려워졌다. 예고에 진학해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친구들과 경쟁해야 했다. 대학에 가서는 학비 뿐 아니라 생활비까지 보태야 하는 형편이 되다보니 10원을 따지게 되었다. 교회 반주자로 섬기면서도 봉사보다는 사례비를 받는 날짜를 헤아리며 살았다. 장학금을 타기 위해 꼬박꼬박 수업에 들어가는 것이 치사스럽게 느껴졌으며 절제하는 것이 미덕이 아니고 굴욕으로 느껴졌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자 신랑을 만났을 때 망설이지 않고 결혼했는데 거기에는 더 원색적인 굴욕과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인생의 시기마다 겪은 굴욕과 고통으로 나를 훈련하셨다. 돈에 대한 열등감으로 가득했던 나를 말씀으로 채워주시고 변화시켜 주셨다. 젊은 시절의 훈련이 없었다면 목회 현장에서 만나는 분들의 힘든 마음을 공감하고 만져주기 힘들었을 것이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명의 허준의 삶을 보면 그의 관심은 늘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에게 있었다. 매사에 원칙을 고집하며 모함과 굴욕을 당하면서도 그는 자신의 출세보다는 환자의 병을 고치는 데 더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었다. 진심으로 백성의 고통을 안타까워하며 그 고통을 덜어주고자 노력했기 때문에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명의가 된 것이다.

2005년이 황우석 박사의 배아 줄기세포 조작 사건과 함께 저물어간다. 난치병 치료의 구세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온 국민을 열광하게 했던 그가 결국 수치 가운데 물러나게 되었다. 잠시 고난과 굴욕이 있을지라도 헨리 나우엔의 말처럼 ‘굴욕을 통해 자기를 비어 긍휼을 배우게 되는 축복’이 있기를 기도한다. 황 박사의 실패를 통해 우리 국민 모두 마음을 비우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소원한다.

새해의 삶이 나의 작은 야망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면 아무리 수고를 해도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굴욕을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로운 해를 맞으며 우리가 품는 많은 계획과 포부들이 나의 꿈을 이루는 도구가 아니고 이웃을 섬기는 도구가 된다면 우리는 좋은 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이기심을 위한 것이라면 우리의 결말도 허망할 것이다. 먼저 내 마음을 비우고 연약한 사람들을 품으며 새해를 맞아야겠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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