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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사일과 축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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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태화 교수

월드컵은 이제 신화다. 신화는 어느 특정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의 정신 가치 감정 의지 등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월드컵은 거대한 신화다. 신화로 탈바꿈해가는 월드컵은 블랙홀처럼 활동한다. 자국이 경기를 치르는 시간이면 집단 히스테리에 걸리기라도 하듯 일상의 모든 행동을 삼켜버린다. 심각한 정치문제도 축구경기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발생한 사건들이 바로 그 희생 제물이 되었다. 당시 국내 정치는 뒤숭숭했었다. 북한이 도발적으로 일으킨 서해교전으로 고귀한 국군의 생명이 희생됐고 미군 장갑차에 꽃다운 나이의 두 여학생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했었다. 온 나라가 충격과 아픔을 보듬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신화에 들뜬 나머지 축구공을 따라 환호만 지르지 않았나 하는 회한이 들기도 한다. 사자(死者)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를 앞두고 미국을 위시한 열강의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져 있는데 정작 대한민국의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은 눈치였다. 오히려 축구로 이뤄보려는 신화창조의 열정이 미사일 위협을 한낱 촌극으로 여기지 않았나 의아스럽다. 평화와 안보를 와해할 수 있는 심각한 안건이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국제 사회의 쟁점이 되고 있는데 축구공에만 정신을 쏟아부어도 되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대한민국은 어떤 심장을 소유한 나라인지 물어야 하겠다. 미사일의 위협을 터닝슛으로 날려버릴 만큼 대범한 전략의 나라인가. 아니면 미사일 문제를 잊어버리려고 짐짓 응원 열기에 몰입하는 현실도피형인가. 그것도 아니면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남에게 전가해버리려는 얌체족은 아닌가. 국외 언론들은 미사일 기지를 공격하면 북한의 포화가 남한 국민들을 다치게 하기 때문에 선제공격설은 좌시할 수 없다고 위기의식을 조심스럽게 발설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여기서는 환상의 프리킥,논스톱 중거리 슛에 울고 웃으니 어찌 월드컵이 안보문제보다 더 관심을 받는단 말인가. 월드컵은 우리에게 민족 단결,경제 활황 등의 호재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축제는 든든한 마당이 확보되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월드컵도,축제도 평화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거듭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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