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무리한 명령을 들었을 때

- 전병욱 (삼일교회 목사)

100% 확신하거나 100% 납득할 수 있는 일에만 순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무리해 보이는 명령임에도 불구하고 순종할 때 열매와 기적이 나타난다. 이세벨에게 쫓기던 엘리야는 시돈의 그릿 시냇가로 피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거기에서 가난한 과부의 도움으로 고난을 넘기라는 것이다. 무리한 명령 같이 보인다. 첫째,가뭄 중에 100㎞가 넘는 길을 걸어서 가라는 것은 무리한 명령이다. 둘째,시돈은 엘리야를 핍박하는 이세벨의 고향이다. 시돈으로 가라는 말은 적진 한복판으로 가라는 말과 같다. 셋째,과부의 집으로 가라는 것이다. 엘리야는 남성으로서 스캔들의 위험이 있는 과부의 집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넷째,가난한 집이다. 넉넉한 부잣집에 가라고 하면 부담이 덜할 터인데 찢어지게 가난한 과부의 집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리한 요구 속에 하나님이 이루고자 하시는 깊은 뜻이 있다.

첫째,하나님이 시돈으로 가라고 하신 이유는 하나님의 백성은 환경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선언적 의미이다. 원수인 이세벨의 고향이지만 환경을 극복하고 하나님의 뜻은 세워진다는 것이다. 사르밧의 뜻은 ‘용광로 도가니 연단’ 등이다. 용광로를 통과한 강한 엘리야를 만들기 위한 하나님의 뜻이다.

둘째,환경 때문에 말씀까지 묶여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엘리야는 가난한 과부에게 먼저 자신에게 먹을 것을 가져오라고 명령한다. 그러면 기름과 가루가 가뭄이 그칠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듣기는 좋지만 믿기는 힘든 말이다. 이것은 말씀 증거자에게 주는 귀한 교훈이다. 늦게 퇴근하는 사람에게 새벽기도를 드리라고 말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상황에 앞서 있는 그대로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될 것 같은데 순종하면 열매와 기적을 맛보게 된다.

신앙은 수준의 문제이다. 자기 판단과 자신의 상황에 얽매어 행하다 보면 결코 궁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담대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100% 믿고,순종의 발걸음을 내디디면 상상하지 못할 열매를 거두게 된다. 수준 높은 인생의 비결은 무엇인가? 내 견해가 아닌,내 생각이 아닌,하나님의 생각과 말씀의 생각으로 바꾸는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