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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8.15 그리고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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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특별기고] 8·15 그리고 한국교회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와 사회 경제적인 어려움 가운데 59번째 광복절을 맞게 되었다. 최근 국가주의를 배격하는 교육 정서와 함께 광복절의 의미도 점점 퇴색돼 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이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가 대두되고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에 대한 염려보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동북공정과 그 속에 배여 있는 패권주의가 더 염려를 자아내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민족과 교회 앞에 던져주는 광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민족사에서 광복의 의미는 대외적인 독립을 뜻한다. 따라서 우리는 광복절을 맞을 때마다 일제의 강권통치에 굴하지 않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피 흘려 싸운 독립운동가들의 처절했던 투쟁과 희생적인 삶을 떠올리면서 그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게 된다. 하지만 우리 생각이 거기에서만 머무르면 어설픈 민족주의의 함정에 빠지고마는 우를 범하게 된다. 민족사의 눈으로 보는 8·15 광복은 우리 민족 스스로 독립을 쟁취한 것이지만 세계사의 눈으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이 승리한 국제 정세의 부산물임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함석헌 선생은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에서 “8·15 광복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준 떡”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면 광복된 지 60년이 되어가는 지금 우리나라의 형편은 어떠한가. 말로는 자주 외교와 동북아 중심 국가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일·중·러 4대 강국의 상충되는 이해관계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이 구한말처럼 위태롭기 짝이 없어 일부 학자들은 황준헌의 ‘조선책략’을 다시 인용하는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광복절을 맞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국제정세의 흐름을 정확하게 꿰뚫고 연합군의 일원으로 인도차이나 전선에 참전하고 미군과 함께 대일 진공작전에 참여했던 광복군 지도부의 혜안을 배우는 것이 현실에 필요한 대답을 얻는 데 훨씬 더 유익할 것이다.

광복의 또 다른 의미는 대내적으로 각종 구습과 악습을 타파하고 자유와 평등의 기치 아래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되고 시민이 사회의 근간이 되는 민주사회를 건설하는 것으로 교회는 그러한 노력의 가운데 자리해 왔다. 이미 이 때부터 한국 교회의 지도자로 주목받던 한경직 목사는 ‘건국과 기독교’에서 “새 나라는 진정한 의미에서 민주주의 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이 사상의 근본은 성경입니다. 우리가 기억할 것은 민주주의란 꽃은 기독교 문화의 밭에서만 아름답게 핀다는 사실입니다”고 설파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제도상으로 세계 어느 나라와 견줘도 뒤떨어지지 않는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었지만 한경직 목사가 그리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민주화는 아직도 요원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표면에 나타나는 정치권의 대립이나 노사간 갈등도 문제지만 그 저변에 자리하고 있는 사회적 병리현상을 바라보는 보수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의 시각 차이는 도저히 타협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평행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교회라고 예외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그러했듯 교회 역시 1970∼80년대 산업화에 따른 도시화로 농촌교회가 쇠퇴했던 것처럼 최근에는 세계화와 인터넷화로 사회구조가 대형화 집중화되면서 같은 도시에 있는 교회간에도 성도들의 수평이동이 일어나 우수한 인프라를 갖춘 극소수 교회로 성도들이 집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우리의 산업구조가 구멍가게와 재래시장은 사라지고 세계적인 체인의 편의점과 할인점,대형 백화점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처럼 앞으로는 몇몇 교회만 부흥하고 대부분 교회는 쇠퇴하여 교계 전체가 침체되는 심각한 현상이 빚어질지 모른다. 따라서 이 같은 현상이 실제로 나타날 때의 병리현상을 염려하면서 교회 안에서의 상생과 나눔을 생각하게 된다. 남의 아픔을 이해하고 서로 입장을 존중함으로써 다름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야말로 교회가 그리스도의 지체임을 보여주는 것이고 정권욕과 파당정치에 상처 입은 국민에게 소망과 위안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광복의 정신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역사적 교훈이다.

- 김형석(한민족복지재단 상임이사·역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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