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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입시생을 위한 기도회 이래도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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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규 박사 (대신대학교 한국교회사) 

언제부터인가 우리 한국교회 안에 금요기도회를 비롯해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각종 기도회가 개최되고 있다. 교회 안에 기도하는 모임이 많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요 더 많은 기도모임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고등학교 졸업생들과 중학교 졸업생들을 위한 소위 '입시생들을 위한 기도회' 모임이 교회마다 경쟁이라도 하듯 열리고 있다. 어떤 교회는 입구에 프랭카드까지 내걸고 입시생들을 모으고 있다.

입시생에게 기도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입시일자가 다가올수록 긴장되고 초조해지는 학생들을 10일 혹은 두주간, 40일씩 기도회에 참석시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매일 밤, 혹은 매일 새벽에 불러내어 40일 새벽기도회를, 혹은 40일 입시기도회를 꼭 해야만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고 학업성취를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인가?

'오늘 우리 한국교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지도자들의 신앙관과 가치관이 이렇게도 비이성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고 절로 한숨이 나온다.

오히려 입시생들을 한 두시간 불러 모아놓고 교육전문가들이나 대학 입시 모집담당자들을 초빙해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인생의 전부가 입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우쳐주는 것이 교회가 할 일이요, 입시생들을 진정으로 위한 일이 아닐까?

필자가 직접 입시생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해 보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입시생에게야 합격이 최후 목표이겠지만 기도회를 통하여 모두가 합격되게만 해달라는 기도를 하는 인도자는 옳지 않은 모습이 아닌가? 어차피 많은 경쟁자들이 몰릴 것이고 낙방하거나 떨어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붙게만 해달라는 기도회가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교회가 지양해야 할 기도회이다.

시험이야 평소에 꾸준하게 실력을 쌓아온 학생들이라면 붙지 말라고 해도 합격할 것이고 게으름을 피우거나 노력을 다하지 않은 학생들은 40일이 아니라 365일 내내 기도해도 떨어질 것이 아닌가?

필자가 '입시생을 위한 기도회 이래도 좋은가?'라는 염려를 하는 것은 기도회를 할 필요가 없다거나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오늘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의식구조 속에 기도회에 대한 신학적, 신앙적인 철학없이 다른 교회에서 하니 우리 교회도 한다는 식의 기도회가 문제라는 것이다. 기도회 목적이 꼭 합격자가 되게 하는 데에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환언하면 시험에 합격하는 것도 하나님 뜻이지만 떨어져 다른 길로 가게 되는 것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기도회를 인도해야 되겠다는 것이다.

짧은 필자의 경험 가운데 생긴 이야기를 말하면, 필자가 한국대학생선교회에서 일할 때인데 사무실에 전화가 한 대 더 필요하여 전화가설 신청서를 전화국에 내놓고 기도한 적이 있었다. 큰 세계대회를 앞두고 많은 곳에 연락할 일들이 생겨 전화증설이 하루가 시급한 시기였다. 그래서 전화 때문에 참으로 기도를 많이 하였다.

그런데 하루 어느 새벽시간에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주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야! 박 목사야, 네가 달라는 전화증설 청원의 기도 잘 들었다. 그런데 네게 전화기를 먼저 주면 너보다 더 급한 사정이 있는 다른 한 사람이 전화를 놓을 수 없게 되지 않겠느냐? 그런 상황이 되면 너는 어떻게 할거냐?'라는 음성이었다.

그 음성을 듣는 순간부터는 다시 전화의 긴급성에 대한 기도를 드릴 수 없었다. 그 다음부터 나의 기도는 바뀌었다. '주님 저보다 더 급한 사정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주시고 그 다음에 제게 주세요. 하오나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되기를 빕니다' 이런 기도를 한 지 채 3일도 못 되어 전화국으로부터 9순위에 있던 우리 사무실에 전화증설문제의 해결을 받은 기억이 새롭다.

오늘 한국교회의 기도회 역시 주술적이고 샤먼적인 형태의 기도회에서 정말 신령과 진정으로 드려지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드리는 기도회로 탈바꿈해야 한다. 합격만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불합격도 하나님의 뜻임을 알게 하는 기도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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