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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데올로기의 비극” 들소리신문 시사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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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의 비극” 들소리신문 시사논단
                                           
        - 김명혁 목사 (강변교회 담임) -


나는 지난 9월 1일 뉴질랜드로부터 온 이 메일 한 장을 받았다. 충격적인 내용의 편지였다. 북한을 떠나 한국에 와서 우리와 함께 살던 000군이 한국에서 더 이상 살 수가 없어서 한국을 떠났다는 내용의 긴 편지였다.

“목사님께서 저를 위해 많이 기도하여 주시고, 저 또한 목사님을 아버님처럼 존경하며 사모하여 왔습니다. 저는 8월 27일 저녁 9시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출국하여 아무런 연고도 없는 뉴질랜드에 도착하였습니다. 저는 한국에 왔을 때는 제가 북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조용히 살려고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남에게 슬픔을 보이지 않으려고 웃으면서 열심히 공부하며 교회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점점 웃음이 사라져가고 한국사회에 적응할 의욕을 잃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였지만 그것은 하나의 종이 장에 불과할 뿐 저에게는 탈북자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었습니다. 캐나다 비자는 무조건 거부를 당했습니다. 국정원 간부가 캐나다에 전화를 걸어서 ‘000을 조심하라’고 경고를 하였답니다. 제가 언제까지 간첩오해를 받으면서 살아야 하는지 지겹고 지쳤습니다. 이제는 국정원 관계자들과 경찰 관계자들이 증오스럽습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런 오해를 받는 것은 이데올로기가 심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다시는 한국 땅을 밟을 생각이 없으며, 제 3의 인생을 살 것입니다. 조국도 없이 주님이 가리켜주시는 길로 걸어가며 살겠습니다. 저를 도와주시고 많은 기도를 해주신 강변교회 성도님들에게 ‘죄송합니다’ 라고 인사를 드립니다.” 

지금 한국 땅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 반 수 이상이 한국에 온 것을 후회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한국 땅에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당수가 한국에 대한 원망과 증오심을 품고 살고 있다. 한국 땅에 살고 있는 혼혈인들이 한국사회를 원망하며 어둠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중국에 살고 있는 상당수의 조선족들이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기대를 포기하고 조국을 원망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탈북자들과 외국인 노동자들과 혼혈인들과 조선족들이 모두 나쁜 사람들이기 때문인가? 아니다. 저들의 사고 방식과 생활 방식과 생활 수준이 우리들의 것과 다른 것 뿐이다. 우리들이 나와 기질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이방인들과 나그네들을 멸시하며 정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독교적인 가치와 문화대신 유교적 전통과 사색당파의 전통과 집단 이기주의의 전통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 

나는 편지를 받고 충격과 슬픔을 느꼈다. 우리 한국 사회와 교회가 우리를 찾아온 인민군 청년 나그네를 따뜻하게 품지 못한 것이 한 없이 슬프고 부끄러웠다. 내가 보낸 편지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뜻 밖의 편지를 받고 너무 놀라고 가슴이 아팠다. 그동안 많은 괴로움과 아픔이 있었는데 그것을 제대로 알지도 따뜻하게 품어주지도 못한 것이 너무나 가슴 아팠다. 미안하다. 우리 남한 사람들이 너무 이기적이고 배타적이고 적대적이다. 00군 말대로 지금 여기는 ‘이데올로기가 심하다.’ 나는 이와 같은 이데올로기의 대결을 해소시켜 보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때로는 나까지도 오해를 받곤 한다. 그곳에서 공부도 하고 일도 하면서 좋은 경험을 쌓기 바란다. 감사한 것은 00군이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믿음을 잘 키워가기 바란다. 강변교회가 00군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것을 용서하기 바란다. 우리 교회가 00군의 유학을 위해 장학금을 보내기로 했고 몇 사람이 헌금도 했다. 그곳으로 보내겠다. 때가 되면 다시 오기 싫은 곳이지만 이곳에 오기 바란다. 남한도 북한도 가기 싫은 곳이지만 우리는 가기 싫은 곳도 가야 한다.”

그리고 나는 9월 7일 주일 “나그네를 사랑하지 않는 죄”란 제목으로 설교를 했다. 나그네란 생각과 성질이 다른, 용납되지도 않고 따돌림을 받을만한, 생소한 이방인을 말하는데 첫째는 하나님과 예수님이 나그네들을 사랑하셨기 때문에, 둘째는 하나님과 예수님께서 나그네를 사랑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에, 셋째는 우리 모두가 따돌림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나그네들이기 때문에 나그네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설교했다.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했다. “오늘 아침 저는 우리의 불행을 해결할만한 방안을 제시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하나님의 말씀 신명기 10:18,19을 여러분들에게 읽어 드릴 뿐입니다. 그리고 나그네들에게 사랑을 베풀며 살아가는 집시들의 친구 손영삼 선교사, 가출자들의 친구 임명희 목사, 외국인 노동자들의 친구 김해성 목사와 이선의 목사를 손으로 가리킬 뿐입니다. 저도 부족하지만 북한의 결핵 환자들을 돕는 일과 아프가니스탄의 난민들을 돕는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추석에는 광야교회와 외국인노동자교회를 방문하여 나그네들에게 조그만 사랑과 위로의 손길을 펴려고 합니다.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전에 너희도 애굽땅에서 나그네 되었음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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