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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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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원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지만,
옛 우이동에는 장미원이 있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장미 밭이었습니다.
그때 보았던 노란 장미가 잊혀지질 않습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한 때는 명동에도 장미원이 있었습니다.
샤보이호텔 골목 한일사전당포 옆의
로즈가든이라는 경양식 집이었습니다.
아마 3층인가 했는데
그때 토요일 오후이면
지금보다 더 싱싱했던
허참씨가 가끔은 출연해서 웃겨주던 곳이었습니다.
그곳의 테이블에는 빨간 양초가 장미마냥 타올랐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사는 이곳에도
장미원이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 이사 온 나로서는 몰랐던 일입니다.
비교적 나무가 많은 동네이기에
여름이면 모기가 있겠다 싶긴 했어도
그 숲 사이에 이토록 장미가 지천인지는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각 아파트 단지마다
흰 장미 노란 장미 붉은 장미
붉다 지친 흙 장미까지
온통 장미 장미 장미 투성입니다.

아파트 입구에도 담 옆에도 놀이터에도
심지어는 각동의 출입구 지붕위에도
화려하게 피었습니다.
3.4월에는 철쭉이 가득 차더니
지금은 장미가 만발한 것입니다.
흥, 꽃동네냐고요?
아직까지는 그런 셈입니다.

도시의 삭막함과
뒷골목의 지저분함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여간 즐거운 게 아닙니다.
이 장미를 보면서
새벽길을 오고 갑니다.
그리고 하루에 서너 번을 오고가니
꽃 미남이 된 듯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가던 길 멈추고 향내를 맡아도 보았습니다.
언젠가는 벌 나비가 심방 왔는가 하여 두리번거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꽃은 큰데 색은 좋은데
그 좋다던 샤넬 NO5의 장미향은 없었습니다.
벌, 나비도 없었습니다.
종이 장미처럼 된 것입니다.

앞서 있는 공장의 소음이
먼저 있던 공장의 매연이
아니면 현대의 오만함과 방종함이
장미를 타락시켜 이단이 되게 했나 봅니다.

이제는 장미에게 말 건네고 싶습니다.
너 시험에 들었느냐고?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고…….

목사다운 주문이지만,
이 주문은 비단 꽃만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목사와 성도들에게도 해당됩니다.

설교의 열정은 있는데 빛이 없습니다.
경건의 모습은 있는데 능력이 없습니다.
열정은 있는데 믿음이 없습니다.
성회는 있는데 주님이 안 계십니다.

붉진 않아도
은은한 향을 발하는 산골짜기의 야생화가 그립습니다.
화려하거나 요란스럽진 않아도
벌 나비를 끌어 드리는
이름 모를 꽃들이 아쉽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힘은 가시의 무력보다
작더라도 감동을 주는 잔향에 있습니다.
지금은 장미원보다 참향을 내는
한 송이의 장미가 요청됩니다.

딤후 3:1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부인하는 자니
            이 같은 자들에게서 네가 돌아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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