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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경의 열매] 배재철 <11> 목소리 잃고 모든 게 내 것 아님을 깨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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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노래하며 보낸 세월이 15년. 그새 나는 결혼해 아들까지 얻었다. 그 아들이 벌써 고등학교 2학년이다. 2011년엔 늦둥이 딸도 얻었다. 이름이 ‘하언’이다. 하나님의 언약을 뜻한다. 한국에 들어와 둘째 생각이 간절했다. 특히 딸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기도를 드렸는데, 귀한 선물을 받은 것이다.

2008년 2월 한국에 들어와 처음엔 약간 낯설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보냈다. 내가 학생들에게 꼭 강조하는 게 있다. “노래는 네가 잘났기 때문에 받은 달란트가 아니다. 누군가를 위해 사용하라고 주신 거다. 그러니 네가 노래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연습해야 한다.”

나는 열심히 했기 때문에 달란트를 인정받은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목소리를 잃은 후 내 목소리를 비롯해 모든 게 내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러니 내 마음대로 쓰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 목적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자 오페라 가수 시절엔 서지 않던 작은 무대에도 올랐다.

2008년 7월 24일, 일본 도쿄 오페라시티 리사이틀 홀에서 재기 무대를 가졌다. 작고 소박한 공간이었다. 240명 정도의 관객은 노래가 끝날 때마다 기립박수를 쳤다. 특히 수술대에서 가장 먼저 하나님께 드린 찬송가 79장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불렀다. 어떤 이들은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내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마음을 움직인 거다. 치유를 받고 행복해했다. 이후로 나는 사람들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리고 얼마 뒤 서울 온누리교회와 일본 현지 교회들이 연합해 올리는 대형 전도집회 ‘러브소나타’ 측에서 연락이 왔다. 이 집회는 CGN TV를 통해 온라인과 위성으로 전 세계에 방송됐다.

덜컥 겁이 났다. 아직은 찬송가 한 곡을 제대로 소화하는 게 힘들었다. 큰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거절했다. 그러나 집회 측에선 “기도해보고 결정해 달라”고 했다.

그 순간 ‘아, 내가 대답을 잘못 했구나’ 싶었다. 물론 상황적으론 못하는 게 뻔하다. 하나님 역시 내가 못 한다는 걸 잘 알고 계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내게 “할 수 있겠니”라고 물으신 거다. 하나님은 순종을 원하셨던 거다.

그해 8월 일본 파시피코 요코하마 국립대홀에서 열린 러브소나타 집회에 친구 와지마 도타로가 참석했다. 걱정하는 나를 격려하며 말했다. “재철, 수술 전에 했던 말 기억해? ‘어쩌면 병에 걸린 게 잘된 일인지 몰라. 난 지금이 더 행복해’라고 말했어. 그땐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지금 널 보니 알 것 같아. 네 하나님이 널 그렇게 만들고 계시잖아.”

그의 말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신다. 찬양은 하나님께 드리는 거다.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하려고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다. 하나님만 들으시면 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불렀다. 와지마는 “리허설 때보다 100배는 잘 불렀다”고 토닥였다. 무대 뒤에서 그를 끌어안고 “엉엉” 울고 말았다.

와지마가 제안했다. “재철, 하나님께 가장 먼저 드린다고 해서 이 무대도 한 거지? 그럼 다시 시작하는 목소리로 성가음반을 내자. 충분히 할 수 있어.”

지금 와지마는 ‘반(半)목사님’이다. 일본에서 통역을 맡고 있는데, 어쩔 때 보면 그의 믿음이 더 크단 생각을 한다. 나보다 더 큰 은혜를 나누기도 한다. 그런 친구를 곁에 두고 있으니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정리=노희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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