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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경의 열매] 박신애 <6> 유명한 오르간 선생님 허튼 교수의 제자 돼


앨라배마대학 이상희 교수에게 오르간을 레슨해 줄 좋은 교수님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미국 동남부 지역에서 제일 유명하고 실력 있는 오르간 교수가 우리 대학 학과장으로 계시는데 그분이 과연 레슨을 해 줄지는 알 수 없다”면서 학과장인 워런 허튼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나를 소개해 주었다.

음대 연습실에서 오디션을 준비했다. 연습실엔 전자오르간은 한 대도 없고 모두 파이프오른간만 있었다. 파이프오르간 연주자를 훌륭하게 키워내기 위한 허튼 교수의 고집을 엿볼 수 있었다. 며칠 동안 최선을 다해 연습하는데 누군가 연습실 문을 노크했다. 인자한 모습의 할아버지였다.

“학생은 누구의 제자요?”

“저는 지도교수가 없어요. 그러나 오르간 공부를 하고 싶어 이상희 교수님을 통해 허튼 교수님을 소개받기로 했습니다.”

어설픈 영어로 대답하자 그는 자신이 바로 그 사람이라며 지금 치고 있는 곡을 다시 연주해 보라고 했다. 가슴을 졸이며 바흐의 곡을 연주했다. 연주가 끝나자 교수님은 흡족해하며 당장 레슨을 해주겠다고 했다. 레슨비는 20달러라고 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도저히 분간되지 않았다. 미국 동남부 지역에서 그토록 유명한 오르간 선생님이신 허튼 교수의 제자가 되다니. 그것은 ‘여호와 이레’였다.

주님은 간절한 마음으로 구하고 두드릴 때마다 그렇게 문을 열어주셨다.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구하는 이마다 받을 것이요 찾는 이는 찾아낼 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니라.”(마 7:7∼8)

당시 출석하던 투스칼루사 한인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했다. 물론 우리가 빌려 쓰고 있는 미국교회에는 파이프오르간이 있었지만 한인교회 예배에는 사용하지 못했다. 내가 교회에서 오르간 연습을 못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교수님은 미국교회에 전화해 한인교회 예배시간에 오르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셨다. 교회 열쇠와 오르간 열쇠를 건네받은 난 언제나 연습할 수 있게 됐다. ‘내가 무엇이관데 이렇게 귀하게 대우해 주시는가.’ 말할 수 없이 감사했다.

오르간 공부에 푹 빠진 난 새벽 3시에 일어나 교회로 갔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교회에서 열심히 연습했다. 하나님만이 유일한 청중이셨다. 새벽 3시부터 연습하다 6시 새벽기도에 참석한 후 집에 와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아들 정환이를 조기교육원에 보낸 후 다시 교회에 가서 연습했다. 그렇게 1년 반 정도 좋은 교수님을 통해 기초부터 정확하게 배웠다.

그 무렵 남편은 박사 학위를 마친 후 애틀랜타에 있는 에머리대학으로 가게 됐다. 남편이 에머리대학으로 옮기게 된 것은 분명 축하할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제껏 준비해오던 공부가 허사로 돌아가는 거처럼 보였다. 앨라배마 음악대학원 석사과정에 들어가기 위해 토플 준비와 오디션 곡을 연습하고 있었다. 이젠 더 이상 레슨을 받을 수도 없고 석사과정 공부도 할 수 없다는 실망감에 교수님 앞에서 엉엉 울고 말았다.

그러나 신실하신 하나님께선 이미 새로운 길을 준비해 놓고 계셨다. 교수님은 우는 나를 위로하시면서 애틀랜타에 있는 머서대학 음대 학과장이신 위즐러 교수를 소개해 주셨다. 애틀랜타로 이사 온 후, 교회 반주자에게 주는 장학금을 받으며 머서대학원 종교음악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결코 내가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투스칼루사 한인교회에서 기쁨으로 반주한 결과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었다.

정리=이지현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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