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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뉴스룸에서-김남중] 지방 소멸 시대의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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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장밋빛 발전 공약을 제시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지방이 직면한 현실은 저성장이나 쇠퇴 정도가 아닙니다.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20년 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30%가 파산할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어쩌면 지방 소멸은 그보다 빨리 닥칠 수 있고,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릅니다. 성장론, 발전론이 주도해온 지금까지의 지방정책 패러다임을 위기론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성장이 아니라 소멸을 막아내는 것입니다. 당장 신도시 건설계획부터 취소시키겠습니다. 모든 개발계획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겠습니다.”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내년 지방선거가 지방정책, 지방정치 대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가 올해 출간한 ‘지방도시 살생부’는 한국의 지방 소멸론을 처음으로 정립한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마 교수는 책에서 “약 3500개의 읍·면·동 지역 중 3분의 2가 쇠퇴 위기에 빠져 있다”며 “지방 중소도시의 쇠퇴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의 인구변화 추이를 고려할 때 2040년이 도래하면 전국 지자체 중 30%는 1995년 대비 인구가 절반으로 떨어져 사실상 기능 상실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본에서는 2014년에 ‘지방 소멸’이란 책이 나왔다. 우리나라로 치면 행정자치부 장관에 해당하는 총무장관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가 쓴 책으로 최근 5년간 출산율과 인구이동 추이가 지속된다면 2040년에 일본 전체 지자체의 50%가 소멸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전망을 보고한다. 지방 소멸은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스다 히로야의 ‘지방 소멸’은 “원래 시골에서 자녀를 키워야 할 사람들을 빨아들여서 지방을 소멸시킬 뿐만 아니라 (대도시에) 모여든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해 결과적으로 나라 전체의 인구를 감소시킨다”고 경고한다.

마 교수의 ‘지방도시 살생부’는 “중앙정부 지원 없이 독자 생존할 수 없는 지방 중소도시들은 정부 예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조만간 이 문제로 온 나라가 골머리를 썩을 것”이라며 국가재정 파탄을 우려한다. 소멸 위기에 처한 중소도시들에 두 책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해법은 ‘도시의 압축’ 또는 ‘스마트한 축소’다. “핵심은 도시를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압축’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지방도시 살생부)

지방소멸론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젊은이’다. “지방의 지속 가능성은 ‘젊은이에게 매력적인 지역인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지방 소멸) 일본 중부에 위치한 인구 79만명의 지방도시 후쿠이현은 스마트 축소 전략을 통해 지방소멸을 극복한 대표적인 도시로 꼽힌다. 논픽션 작가 후지요시 마사하루가 쓴 책 ‘이토록 멋진 마을’은 사양산업 집적지였던 후쿠이현이 어떻게 ‘일본의 미래’ ‘일본의 북유럽’으로 다시 태어났는지 보여준다. 후쿠이현은 젊은 공무원들을 모아 대책팀을 구성했다. 이들이 찾아낸 답은 도시 확대를 당장 멈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후쿠이현은 교외 개발을 억제해 원도심에 사람과 인프라, 경제를 집약시키는 ‘콤팩트 시티’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일본에서는 지금 100개가 넘는 지자체들이 후쿠이현 사례를 따라 스마트 축소 전략으로 도시정책을 전환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학자인 모종린 연세대 교수가 최근 출간한 ‘골목길 자본론’은 팽창이나 확장과는 다른 도시경제의 길을 모색한다. 골목길을 도시의 자본으로 규정하고 소규모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 전략을 제안한다. 발전론의 전제가 됐던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이 불가능해진 시대다. 젊은 층의 대도시 유출은 멈출 줄 모른다. 사정이 이런데도 발전이나 성장이란 말로 치장된 지방공약을 반복하는 것은 사기에 가깝다. 내년 지방선거는 지방 재생, 지방 혁신의 잔치가 돼야 한다. 키워드는 소멸이다.

김남중 사회2부 차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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