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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설] 사랑의 온도계 함께 달구는 연말연시 되길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겨울, 불우한 이웃들에게 마음이 더 가는 계절이다. 그러나 올 연말 기부 민심은 예년에 비해 싸늘하다. 대표적인 법정기부금 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진행하는 올해 ‘희망 나눔 캠페인’ 실적을 보면 기부 문화가 위축된 게 한눈에 보인다. 모금 추이를 보여주는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가 올해는 유독 더디게 오르고 있다. 모금액이 목표액(3994억원)의 1%를 달성하면 1도가 상승하는데 캠페인 20일째인 지난 15일 29.3도에 머물고 있다. 2015년에는 18일째인 16일 43.3도, 2014년에는 19일째인 15일 42.8도였으니 실적이 매우 저조한 편이다. 10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아 개인 호사를 누리는 데 탕진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이 기부 문화에 찬물을 끼얹은 게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기부금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정 지원, 저소득층의 의료비 지원, 불우 아동·청소년·장애인·노인의 생활 지원 등에 쓰고 있다. 기부금이 적게 걷히면 전국의 사회복지단체나 개인에게 이런 용도로 배정되는 지원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부 위축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만의 일은 아니다. 사회복지시설 등 지정기부금 단체나 중소 규모 복지재단들도 올해는 운영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후원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1억원 이상 기부한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도 2007년 12월 창설 이래 매년 신입회원 증가 폭이 확대됐으나 올해는 처음으로 감소할 것 같다고 한다. 취약계층을 보듬는 것은 물론 정부나 공공기관의 책임이다. 그러나 복지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정부가 다 챙길 수는 없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빠트린 곳이나 지원이 부족한 곳은 개인이나 기업 등의 기부나 후원으로 보충해야 하고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다. 기부가 줄면 취약계층을 보듬는 사회안전망의 한쪽에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기부는 타인을 위해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내어주는 나눔의 실천이다. 기부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밑바탕에 신뢰와 존중, 배려가 깔려야 한다. 연말연시를 맞아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는 마음의 온도가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

정부도 기부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힘써야 한다. 기부와 후원, 수혜 과정을 기부자들이 언제든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기부금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기부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나 행정체계를 개선하고 기부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부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기부금 모금 단체나 수혜 단체, 개인 등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시작하는 연말연시, 움츠러든 사랑의 온도계 수은주가 쑥쑥 올라갈 수 있도록 기부 열기가 살아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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