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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희주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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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3학년 시절, 난 여의도성모병원 꼭대기층 백혈병 병동에 입원해 있었는데, 거기서 희주라는 꼬마를 알게 되었다. 희주는 예뻤고, 눈이 너무도 맑아 누구나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희주의 병실에는 다른 아이들 8명이 있었다. 그러던 그 병실에 함께 있던 아이가 갑자기 죽게 되었다. 부모는 넋이 나간 채 아이의 작은 몸을 부둥켜안고 소리소리 질렀고, 그 소리에 놀란 아이들은 자신의 엄마를 부둥켜안고 덩달아 울며 순식간에 병실은 울음바다로 변했다. 그날 저녁, 종일 시무룩한 표정으로 있던 희주가 내게 “오빠, 죽으면 어떻게 돼?” 하고 물었다. 갑작스런 질문에 멈칫거릴 수밖에 없었지만, 희주에게 죽음에 대해 설명해주고 싶었다. “희주야, 죽음이라는 건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하고 잠시 헤어져 있는 거야. 다시 만날 때까지 하늘나라에서 예수님하고 재미있게 놀면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거야. 예수님도 죽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났잖니. 희주도 다시 살아나서 가족들과 헤어지지 않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거란다. 그러니까 죽는다는 건 무서운 일이 아니야.” 그 얘길 듣더니 희주는 “그럼 내가 죽으면 몇 밤 지나야 엄마 아빠랑 다시 만날 수 있는데?” 하고 아주 진지하게 물었다. 그래서 나는 손가락을 꼽으며 “한 밤, 두 밤, 세 밤만 자면 된단다” 하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희주는 그 정도쯤은 헤어져 있을 수 있었는지, 안심이 되어 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희주는 어린아이답지 않게 고통을 잘 참아냈다. 희주에게는 만일 죽더라도 세 밤만 자면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었다. 희망은 우리를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 김기성 신부, 원주교구 주보 <들빛> 1235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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