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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경의 열매] 이승율 <9> 하나님 우선하니 청와대 공사 수주 등 사업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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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3월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청와대 옆 궁정동 안전가옥(안가) 5채를 철거하고 그곳에 공원을 조성하라고 지시했다. 그곳은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곳이기도 했다.

새 대통령의 첫 지시이다 보니 공무원들이 서둘렀다. 발주 조건을 충족한 3개 회사를 대상으로 입찰 절차가 진행됐다. 그런데 조용기 목사의 케냐 나이로비 성회와 겹쳤다.

아내 혼자 다녀오라고 했더니 아내는 하나님과의 약속이 먼저라고 우겼다. “하나님과 한 약속이 더 중요하죠. 그냥 하나님께 맡기고 갑시다.” 하는 수 없이 나이로비 성회에 참석해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르고 귀국하는 길이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회사로 전화했더니 담당 직원이 울먹였다.

“낙찰받았습니다.”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마음을 비웠더니 우리 일을 챙겨주신다는 감동이 밀려왔다.

김 대통령은 ‘무궁화공원’이라고 이름 지어 역사의 흔적을 지웠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경호실장에게 박 대통령이 피격당한 지점에 표지석을 세우자고 건의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절대불가’였다. 그래서 조경적인 기법을 동원하기로 했다. 피격당한 곳에 사람이 들어가 누울 만한 직사각형의 작은 공간을 냈고 그 앞에 ‘새’ 모양의 자연석을 골라 안치했다. 그리고 묘실 같은 공간 뒤 성벽에 기대어 낙락장송 한 그루를 심었다.

7월 1일 준공식을 앞두고 또 큰 시험을 치러야 했다. 공기를 맞추느라 밤늦게까지 작업하던 6월 중순 조용기 목사의 러시아 모스크바 집회가 잡혔다. 청와대 담당자에게 타진했다.

“나가는 것은 자유지만 들어오는 것은 마음대로 못 옵니다.”

한마디로 나가지 말라는 대답이었다. 아내를 설득했지만 역시 요지부동.

“안 됩니다. 하나님께 맡기고 갑시다.”

결국 우리는 몰래 도망치다시피 모스크바 집회에 다녀왔다. 한데 결과는 더 좋았다. 회사 대표가 없다 보니 청와대가 이래라저래라 간섭하지 못하고 설계한 원안대로 공사가 마무리됐다.

서울 여의도공원 조경을 우리 회사가 맡게 된 과정도 사람의 힘으로 될 일이 아니었다. 김영삼정부 시절 조순 서울시장은 여의도공원 조경을 1공구, 2공구로 나누어 진행했는데 그중 1공구를 우리 회사가 낙찰받았다.

입찰서류를 넣고 기다릴 때였다. 조달청에서 혹시 무슨 표창이나 공로상 받은 것 있으면 가산점이 붙으니 추가로 제출하라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옛 한국주택공사에서 받은 표창을 찾아내 추가로 제출했다. 바로 그 표창이 가산점(1점)으로 들어가면서 불과 0.5점 차이로 우리 회사가 낙찰을 받았다.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

2000년 경기도 안산 경기테크노파크 공사 발주 때도 기적이 일어났다. 350억원 규모의 제법 큰 공사였다. 우리 회사는 2군이었는데 1군 회사들도 입찰에 참여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나온 큰 공사라 경쟁이 심했다.

“회장님, 2등 했습니다.” 직원이 입찰 결과를 알려왔다.

1등은 S건설이었다. 속상해서 바로 집으로 돌아와 7시 저녁뉴스를 보는데 내 눈을 의심했다. S건설이 부실기업 퇴출 명단에 올랐다는 것이었다.

믿기지 않았다. 당장 관계기관에 전화로 물어보았다. 낙찰 기업이 퇴출되면 자동으로 2등이 승계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3등 한 기업은 S종합건설이었다. 우리 회사가 그 큰 공사를 수주한 것이다.

정리=정재호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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