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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경의 열매] 박신애 <4> 부모님 기도대로 남편이 간염·에이즈 치료 신약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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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사위를 위해 이렇게 기도하셨다고 했다. “하나님 우리 사위가 훌륭한 과학자가 되어 인류를 위해 공헌하게 해주시고 또 노벨상을 받아 나라와 민족을 빛내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해주십시오.”

남편이 간염과 에이즈를 치료하는 신약을 발명해 세계적인 과학자로 인정받게 된 것은 바로 새벽마다 눈물로 기도하신 부모님의 기도 덕분이었다. 이민 가방 가득한 짐을 풀면서 지난 시간을 반추하다 ‘더 이상 지나간 날들의 추억 속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새로운 것들에 부딪히며 많은 어려움을 견뎌야 하는 미국 땅이었다.

이민 가방 6개를 아파트에 올려놓고 시험을 치러 간 남편을 위해 기도했다. 유학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험이었다. 4과목을 다 통과해야 6과목(18학점)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그만큼의 과목을 면제받으면 1년에서 1년 반 정도 더 빨리 졸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까지 신입생 중 4과목을 모두 통과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2과목 정도 통과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시험을 치른 결과 남편은 그 어려운 시험을 모두 다 통과했다. 남편이 시험을 쉽게 통과한 것은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였다. 한국에서 GRE(대학원 입학자격시험)를 준비하면서 풀었던 문제 중에서 비슷한 문제들이 나왔기 때문에 완벽하게 다 풀 수 있었다고 했다. 교수마다 서로 자기 밑에서 박사과정을 할 것을 권했지만 남편은 매켄지 교수 밑에서 박사과정을 밟기로 했다.

남편은 매일 새벽 2, 3시까지 도서관에서 죽기 살기로 공부했다. 공부하는 데는 타고난 사람 같았다. 남편은 분명하게 알지 않고서는 대충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다. 확실한 대답을 찾아내고 거기다가 응용까지 해가며 공부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남편은 모든 힘든 과정을 완벽하게 소화했고 졸업 프로젝트 실험도 성실하게 했다. 3년 반 만에 박사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졸업이 눈앞에 오는 것 같았다. 매켄지 교수도 졸업을 준비하라고 했다. 그러나 학과장은 3년 반 만에 졸업을 시켜줄 수 없다며 조교로 일하며 남은 시간을 채울 것을 요구했다. 지금껏 앨라배마 주립대에서 3년 반 만에 화학 박사학위를 준 적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남편은 박사 자격시험도 다 통과한 후였고 전공과목도 모두 이수했으며 졸업논문 실험도 착실히 완수해 왔기에 졸업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으리라 믿었다. 그래서 일자리를 찾을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심한 분노와 좌절감을 견딜 수 없어 하며 이렇게 말했다.

“여보 우리 LA에 가서 장사나 합시다. 이제 영어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됐고 미국 돌아가는 사정도 파악했으니 이곳을 떠나 LA에 가서 살길을 찾아봅시다.”

그런 남편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나는 매일 새벽마다 교회에 가서 엎드려 기도했다.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인 것으로 믿고 남편이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도록 기도했다. 그땐 기도 말고는 내가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미국에선 울타리가 되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한국에는 부모님 선후배 믿음의 동역자 등 수많은 사람이 나의 울타리가 돼 많은 기도와 사랑을 베풀어 주었다. 이곳 미국에는 하나님밖에 없었기에 더욱더 하나님께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정리=이지현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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