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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경의 열매] 조동진 <26> 김일성 “아시아 평화 위해 미군 남아 있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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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화해와 평화의 종교다. 나에게는 사랑과 소망, 믿음, 정의, 자유도 모두 화해와 평화의 틀 안에서의 진리이다. 그리스도는 화해의 종으로 이 땅에 오셨다. 나는 우리 민족 분단의 극복을 화해의 진리에서 찾는다. 그것은 절대 죄악이나 불의와의 타협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 사랑의 기초이며 나 같은 죄인까지도 용서하신 그 용서의 진리를 통한 화해이다. 나는 민족 화해를 위한 대북활동을 이런 믿음 안에서 실천했다.

나는 북녘 노동당 간부들에게도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도 공산당이 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러나 통일을 위해서는 나와 이데올로기를 달리하는 우리 민족 누구와도 화해할 수 있습니다.”

나의 이런 입장은 북녘 지도층을 만나기 위해 핀란드로 갔던 일이나 북녘 고위 관리들을 미국으로 초청한 일로 실천했다. 미국 윌리엄캐리대 고려연구소가 한시해 전 북한 유엔대사 일행을 미국으로 초청했을 때 나는 그에게 김일성종합대 종교학과 발전을 위한 학사 교류를 하자고 약속한 일이 있었다.

나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김일성종합대 종교학과 교재의 출판과 도서 기증을 약속했다. 이는 공식 문서로 전달됐고, 나는 1992년 4월 김일성종합대 총장 박관오 박사의 공식 초청장을 받고 평양으로 떠났다. 떠나기 전 국내 기독교출판 단체에서 2000권의 책을 모았다. 정확하게는 2517권이었다. 둘째 딸은 출판사별로 분류하고 일련번호로 구분해 컴퓨터에 입력했고 도서목록을 만들었다.

5월 22일 나는 한시해, 김수만 두 부위원장의 점심 초대를 받았고 다음 날 주석궁 방문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김일성 주석과의 대화는 자유롭고 유용했다. 김 주석은 나의 가정 배경과 미국에서의 활동내용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대미 활동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면서 미국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해주었다.

“40년 전 전쟁의 적국이 지금도 적국은 아닙니다. 아시아 평화를 위해 미군이 조선반도에 남아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과 우리의 공동 적은 일본입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평양 방문을 환영합니다.”

이후 나는 김일성종합대 별관의 대강의실로 이동해 강연했다. 150여명의 교수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사회를 맡은 최장룡 부총장은 “조금 전 남한에서 가져온 기독교 도서 기증식이 거행됐다”고 밝히고 “이 특별강의는 도서기증을 기념해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나는 이데올로기는 한 시대를 지배하지만 민족은 역사 속에 영원히 존재한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리고 민족과 운명을 같이하는 것은 종교와 문화라고 했다. 이데올로기 블록시대가 끝난 후 남는 것은 민족과 종교뿐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기독교는 박해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역사적 사례와 함께 말했고 결론적으로 통일 조국의 기독교는 외래종교가 아닌 민족교회라고 했다. 기독교가 민족 독립운동의 선봉이었던 것처럼 21세기 통일 조국의 교회는 50년 전 사라졌던 민족교회를 소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간은 내 생애에서 잊을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나를 흥분케 한 시간은 다음 주일 아침 봉수교회에서의 특별설교로 이어졌다. 교회는 평소보다 더 많은 신도가 아래위층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정리=신상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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