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 나갔다가 떨어지고 온 썰 - 닷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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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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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 쇼미 나갔다가 떨어지고 온 썰
아티스트 : 닷원(.1)
앨범 : 항상성
앨범 발매 : 2019.10.07
그러니까 때는, 다름아닌 쇼미더머니 세븐 응모 시기
별 생각 없이 랩을 녹화 떠 보낸 후
한달여 지난 때쯤, 자정에 도착한 합격 전화
열심히 야근하네 얘네들
이어 도착한 공지 문자엔 이거를 알려선 안됨, 비밀 엄수!
허나 내가 쬐끔 빨랐음
친구들은 설레발, "야 너 꼭 쏴라 합격 턱!"
그 와중에 내 목표는 '딴 벌스 하나만 더 들려줄래요?'
세번째 도전
어쩌면 내 열정 아니면 미련, 뭐 이번에도 별로
기댄 없고 놀러갔다오자는 생각쯤
연습이나 해야지 'The Heck of It' 두 곡을 택한 후
당일이 돼 난 아내느님의 하해와
같은 자비로 딸애를 맡기고 출발해
가는 길에 FWRY를 픽업하고나서 driving
세번쯤 길을 잘못 들고나서 보니 다행히 늦지 않았어
대신 줄은 존나게 기네
섭씨 33도, 내리쬐는 햇빛에도
화려한 옷을 껴입은 이들이 내 눈에 띄네
개중 몇은 돌아다니던 리포터랑 얘기해
난 그냥 V넥 반팔티랑 청바지
FWRY는 수술복인 줄 알았대 어떡하지?
심지어 신발은 군납 그 빨간 운동화
혹시 군필자들은 이거를 알아보려나
땡볕에서 구워지길 두 시간 째
겨우 실내 입성했건만 에어컨도 없어, 이쯤 되면
생존 게임인가 - 올핸 또 휴대폰에다
보안 스티커를 붙이니 셀카놀이도 못 해
한 시간 반쯤 말도 없이 무한 대기하다
이제 지하로 이동, 그러고보니 왠지 달라보이는 레이아웃
좀 바뀌긴 했나?
그때 들려오는 JP의 목소리와 켜지는 stage light
딴 건 없고 벌스 하나만 더
딴 건 없고 벌스 하나만 더
딴 건 없고 벌스 하나만 더
내 목표는 '딴 벌스 하나만 더 들려줄래요?'
딴 건 없고 벌스 하나만 더
딴 건 없고 벌스 하나만 더
딴 건 없고 벌스 하나만 더
내 목표는 '딴 벌스 하나만 더 들려줄래요?'
코너에 하나씩 위치한 무대 위로 조명이
켜질 때마다 프로듀서들 폼을 잡고 등장
무슨 약속을 한듯이 모두 환호로 답해
소갯말이 끝나고 나온 추가 공지 방송은
이번 시즌 룰: 올해는 당신이 심사를 받고 싶은 팀은 고른 후
선착순으로 무대 위 올라가서 랩을 하면 된다는데
이러면 더 좋은건가 나쁜건가 헷갈리네
FWRY와 현장에서 만난 영록이가
각자의 선택에 따라 어딘가로 가버린 다음
나도 나름의 고민 끝에 딥플로우 & 넉살 팀
쪽으로 가 접수하고 초록색 팔찌를 장착
점심이라고 나눠준 단팥빵과
주스를 먹던 중에 생긴 두통에 살짝
다 때려치고 갈까? 대기는 자꾸만 길어진다
이건 힙합 사랑에 대한 엠넷의 시험인가?
바닥에 드러누운 사람들 사이 나도
자리 잡고 누워 눈을 붙여봐도 잠이 안 오고
출처불명의 불안감에 랩이나 다시 한 번
몸이 지치다보니 그냥 싹 다 귀찮어
준비 완료 상태는 아니고 한 구십팔퍼
굳이 시간 더 주더라도 이제는 암것도
하기 싫어 덧붙여 올핸 느낌 달러!라는
근자감도 한몫해, 그렇게 다시 두시간 쯤 지났나
넉살이 올라와, finally oh my god
무대 한쪽으로 몰리는 군중
혼란 가득한 상황 속에서 하나둘 심사를 받아
선택 받은 이들은 목걸이를 걸고 나가
그 대상은 Newchamp, Loopy와 Maniac
고등래퍼 이동민과 DooYoung, Blacknine & many more
참고로 난 짜고치는 판은 믿진 않지만
탈락자 중에 아마추어 실력자들이 many more
허.. 역시나 없겠군 가망성
허.. 그래도 혹시나 '벌스 하나만 더?'
커진 귀가본능, 얼굴에 철판 삼아서
딱 깔고 새치기 몇 번 하니 다음이네 바야흐로
넉살이 심사 중인 무대엔 역시
방금 탈락한 낯선 이의 축 쳐진 걸음걸이
긴장이 될 새라 건너편 피디의 손짓
에라이 콱 악수부터 하고 입을 열었지 Yo!
딴 건 없고 벌스 하나만 더
딴 건 없고 벌스 하나만 더
딴 건 없고 벌스 하나만 더
내 목표는 '딴 벌스 하나만 더 들려줄래요?'
딴 건 없고 벌스 하나만 더
딴 건 없고 벌스 하나만 더
딴 건 없고 벌스 하나만 더
내 목표는 '딴 벌스 하나만 더 들려줄래요?'
Skit
불가사의하게 한 마디를 싹 비웠지만
원래 그런 척하며 끝낸 fifteen bars
내가 잘하고 있나? 모르겠어 인식하기엔
내 두뇌는 과부하, 어라 벌써 끝인가?
딴 건 없고 '벌스 하나만 더'는
지나친 소원 "아이고 죄송해요 잘하셨는데"
예예, 악수하고 퇴장, 내려가서 구경하던 딥플로우랑도 인사
그나마 옛날에 한 번 봤던 날 기억하시니 조금은 기분이 나아
곁엔 카메라가 와서 "마음은 어떠십니까?"
솔직히 "떨어질 줄 알았죠 뭐 재밌네요"
탈출은 지능순이라면서 제집에
돌아간 FWRY에게 카톡으로 인사 후
돌아본 무대에는 Osshun Gum이 심사 중
방금 전 거 아냐? '벌스 하나만 더' 결과는? 합격
뭐 딴 건 없어 유명한만큼 이득은 당연
이미 집에 갈라고 나왔다는 영록이와
주차장 앞에서 만나, 조금 얼빠진 듯한
표정으로 자긴 스윙스가 여섯마디 쯤 듣더니 잘랐대
충격 받은 높아진 톤에서 일종의 순진함을 느꼈지
니가 랩을 왜 못해, 문제는 다른 거지
뭐, 이건 증명키 어려운 루저들의 푸념일지도
아마추어 중에도 실력자는 붙었으니
But... 아 됐다, 차 빼자, 어디까지 너 델다줄까
내비를 찍고 밟아 페달
저번 주 녹음했단 영록이 곡을 배경으로
괜시리 억울함을 닮은 감정이 내 폐 속으로
스며들지만 한숨으로 뱉어내
I guess 난 랩 그리 잘하는건 아냐, 인정할게
혹은 스타일의 문제, 약간의 촌스러움
I can't go with the trend, 좋아하는 거 해야지 안 그래?
영등포 역쯤에서 혼자가 되고 나서
정처없이 집으로, 진짜 만약에 네임드라서
합격한 거라면 재밌군, 예를 들면 방송으로
만든 유명셀 가지고 또 기회를 잡어
방송에 나오는 cycle, 국힙의 순환고리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개는 맞어
한국 힙합을 키운 건 8할이 CJ라던
모 사이트의 조크가 불현듯이 떠올랐어
각종 가족과 친구들의 과장된 위로
'야 니가 떨어지면 누가 붙어'
아이고 암튼 땡큐, 결론적으론 재밌는 추억이야
근데 나는 뭘 바랐던 걸까? 아마도...
딴 건 없고 벌스 하나만 더
딴 건 없고 벌스 하나만 더
딴 건 없고 벌스 하나만 더
내 목표는 '딴 벌스 하나만 더 들려줄래요?'
딴 건 없고 벌스 하나만 더
딴 건 없고 벌스 하나만 더
딴 건 없고 벌스 하나만 더
내 목표는 '딴 벌스 하나만 더 들려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