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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름다운 시루에 물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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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가 봄을 준비하듯 담장 안 영혼도 인생의 봄 준비해

- 이기학 목사 

새벽 두 시경 막 잠자리에 들어서려고 하는데 핸드폰 소리가 정적을 깼다. 감았던 눈을 뜨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목사님! 그동안 평안하셨어요!”

“새벽에 전화를 드려 죄송해요. 저 전 아무개입니다.”

“그래 무슨 일이야.”

“저 목사님을 뵙고 싶고, 음성을 듣고 싶어 염치 불구하고 이렇게 전화를 했습니다.”

“괜찮아. 그래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니고….”

한 참 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전화를 건 이 친구의 목소리가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바뀌더니 흐느끼는 것이다. 얼마 동안 울다가 진정한 후에 이 친구가 말하기를 출소 후 1년이란 세월이 너무나 힘이 들었다고 한다. 누구 하나 반겨주는 이 없고 가족이나 친척 이웃들의 시선이 너무나 괴로워 다시 교도소에 가려고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교도소 안에 있을 때,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이 나서 ‘그래,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자 하지 말고 내가 사람들을 인정해 주면서 하나님 앞에 열심히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 사람들이 지금 나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내가 미워서, 아니 지난 내 행위가 흉악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잘 살아가는 것을 보기 위해 저들은 나를 염려의 눈으로 보는 거야’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출소 후 6개월 동안 많은 방황을 하면서 자살을 하거나, 재범을 하여 다시 교도소로 가서 사람의 시선을 피하고자 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도소에 있을 때 자기를 찾아오신 하나님을 바라보고 십자가를 바라보니 마음에 안정과 평안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출소자, 즉 전과자라는 꼬리표는 있지만 ‘열심히 살아보자’며 교도소에서 자기를 격려해준 보안과 직원이나 교무과 직원들에게도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 마음이 들자 공사판에도 찾아가 일을 부탁 했고, 비록 막노동이지만 일이 있음을 감사하라는 목사님의 말씀을 거울로 삼아 정말 피가 나도록 일을 하여 이제 주변 사람들도 자기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교도소에 가기 전에 가지고 있던 용접기술로 교도소 영선부에서 일하면서 쌓은 경험이 있어 1년이 지난 후에는 과장이라는 직책도 받았다고 말했다. 그 뿐만 아니라, 결혼까지 하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며 늦게나마 이 소식을 알리고 싶어 전화했다는 것이다. 내년 2006년 봄에 결혼을 하게 되니 나보고 주례를 서 달라고 말했다.

전화를 끊고 밤을 뜬 눈으로 새웠다. 처음 청송 제 2교도소 수용자의 신분으로 이 친구를 만났을 때는 눈에 살기가 있고 마음에는 무엇인가 불안하고 초초함이 가득하여 혈기를 잘 부리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성가대에 들어와서 찬양을 하고 싶어 하여 그 마음만을 보고 성가대에서 봉사하게 했다. 그러면서 이 형제는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몇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이 형제는 다른 수용자들에게도 인정을 받았고, 다른 소로 이감가기 전까지 기독교 총무를 했다. 그 후 1년의 세월이 지나 이렇게 기쁜 소식을 전해오니, 내 마음에서 감사의 울음과 주님 앞에 감사의 찬송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

교정의 일은 겨울에 봄을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왜 그렇게 교도소에 가느냐. 그 사람들은 절대로 변하지 않고 오히려 목사님 같은 사람들을 이용하기만 하니 교도소에 가기보다 장애인이나 미혼모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목사님의 에너지를 투입하라.’ 그 때마다 나는 이런 말을 했다. “검은 천으로 쌓인 콩나물 시루 안은 볼 수 없지만, 때를 따라 물을 주면 그 시루 안에 있는 콩나물은 소리 없이 자라는 것이지.”

교도소 교정의 일은 마치 시루 안에 있는 콩 같은 것이다. 그리고 봄을 준비하기 위한 겨울 나무와 같은 것이다. 나무가 봄에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겨울을 이기어야 하듯 말이다.

각 종류의 나무들도 저마다 봄에 꽃을 피우기 위해 겨울의 시련을 극복하고, 그 안에서 인내하고 새로운 준비를 하듯이 수용자들도 지금 담 안에서 준비하고 있다. 복음은 그들에게 새로운 피조물로 거듭나게 할 뿐만 아니라 새 삶의 길을 제시하는 이정표인 것이다.

담 안에 있는 영혼들이 복음을 접하고, 그 안에서 죄를 고백하고 십자가 앞에 자신의 앞날을 의탁하는 것은 마치 봄을 준비하는 겨울의 앙상한 가지와 같다. 꽃도, 열매도 없는 앙상한 가지여서 몰골이 흉측하다지만 그 나무는 결코 죽은 것이 아니다.

담 안에 있는 수용자들에게 복음을 증거하는 것은 그들의 지난 행적을 보고 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다. 담 안의 영혼들이 사람의 탈을 쓴 마귀 같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들에게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의 사랑을 주어야 할 것이다. 물이 있는 나무는 꽃도 피고 열매도 맺지만, 물이 없는 나무는 아무리 탐스러워 보여도 곧 말라 죽는다. 담 안의 영혼들에게 주의 사랑을 주는 것은 바로 시루에 물을 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여러분들도 이 아름다운 시루에 물을 주기 원한다.

추신 : 담 안의 영혼들을 위한 ‘내복 보내기 운동’에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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