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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제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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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재 목사 (우리들교회)

어느 자매의 이야기다. 목회자 가정의 장남으로 매일 새벽예배를 드린다는 남편을 만나 소개 받은지 넉달만에 결혼을 했다. 그러나 얼마 후 남편에게 큰 빚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이 알려지자 남편은 집을 나가 소식을 끊어버렸다.

신혼의 단꿈을 맛볼 시기에 죽을 것 같은 큰 사건들이 한꺼번에 닥쳐왔는데 목회자 집안이라는 이유로 어느 곳에다 속내를 털어놓기도 어려웠다. 그러던 차에 우리 교회 목장모임을 찾았다. 실명도 밝힐 수 없었지만 그동안의 고통을 나누고 말씀으로 위로를 받으니 살 것 같았다. 남편의 빚을 자신이 갚아나가기로 하고 자신의 결심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남편에게 전했다. 그러기를 1년. 드디어 남편에게서 답장이 왔다. 처음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낸 편지였다.

남편은 목회자 자녀라는 이유로 무조건 참아야 하고 작은 실수도 크게 보이는 자신의 처지가 싫었다고 했다. 엄한 분위기 속에서 자기의 의견은 조금도 표현할 수 없었고 스스로가 비참하고 하찮게 여겨졌다. 억지로 신학공부를 시키려 한 아버지,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등을 떠밀어 결혼시킨 어머니와 주변 사람들. 그런 상처를 안고 결혼을 했는데 부인마저 남편을 비난하고 일을 결정할 때 남편과 상의하는 법이 없었다.

모범생으로 신앙생활을 잘한 줄만 알았는데 남편의 내면에 이토록 깊은 상처와 갈등이 자라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무조건 부모말을 잘 듣는다고 효자와 효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모범생 중에 이 남편과 같은 사람이 많다. 부모가 원치 않는 일을 강요할 때는 때로 반항도 하는 아이가 건강한 자녀다. 부부 사이에도 악을 쓰고 부수며 싸우는 사람들은 도리어 이혼 확률이 적다. 아무 문제 없는 듯 조용하게 살다가 ‘교양 있게’ 이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문제아는 없다. 문제 부모만 있을 뿐이다. 믿음을 심어준다고 하면서 말씀으로 자녀를 위협(?)하는 크리스천 부모들이 의외로 많은 것을 본다. 진정 내 자녀가 구원 받기를 원하고 믿음이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먼저 내 자신의 죄를 깨닫고 인정해야 한다. 자식 앞에서 나의 연약함을 시인하며 애통해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부모도,자식도 하나님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살아있는 신앙 교육이다. 나도 지키지 못하는 신앙의 기준을 휘두르며 남편(부인)과 자녀를 정죄해 그들을 하나님과 멀어지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자. 거듭 강조한다. 문제아는 없다. 문제 부모만 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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