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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침묵 속에 떠오르는 사순절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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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태화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사순절이 깊어가고 있다. 때마침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로 기온도 떨어져 몸을 움츠리게 한다. 봄을 맞기 전 내면으로 파고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닌가 한다. 유럽과 남미에서는 질퍽한 카니발 축제를 끝내고 이제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며 일상을 맞는 시간으로 전환하고 있다. 사회의 참여 여부와는 상관없이 교회는 절기적으로 이른바 사순절 영성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 사이로 현대 기독교가 대중화되어 간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대중화된,너무나 대중화된 신앙을 상품처럼 소개하고 있지나 않은지 반성하게 된다. 고난,자기 부인,십자가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은 복과 웰빙으로 대치되고 사랑과 용서는 타협과 관용이라는 중립지대로 묘하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포스트모던시대에 기독교는 이른바 ‘맥도널드화’(McDonaldization)되어 초대교회의 본질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 그리스도인들도 서서히 성실보다는 성공을,정직한 과정보다는 화려한 결과를 선호하고 영성까지도 자신의 땀과 피로 육화(肉化)하기보다는 디지털 문명의 기기로 대리만족하려는 경향에 몸을 맡기는 데 익숙해진다.

그리하여 회개와 영적 성숙을 위한 기도보다는 문제 해결과 다이어트를 겸한 금식기도 종합세트가,자식들의 영혼 그 자체보다는 진학과 취업을 위해 ‘주여 삼창’을 돋우는 이색기도회가 인기를 끈다. 기독교는 어느덧 흙 묻은 촌로의 순박한 믿음이 아니라 신사숙녀들의 세련된 신앙(Dandism)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사순절이 우리를 부른다. 시대의 혼탁한 정신으로 퇴색해가는 패스트푸드 신앙에서 돌아오라. 영광의 부활에 초청 받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의 고난을 지나가야 한다. 도시의 아스팔트,콘크리트로 치장된 외식을 버리고 투박하나 순박한 웃음을 풀풀 풍기는 고향의 시골아저씨 같은 우직한 믿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뜻밖에도 배부른 소파에 익숙한 신앙인들과 함께 계시지 않았다. 그리스도는 동구밖 따스한 둥지를 찾아다니는 외로운 자들 곁에 계셨다. 사순절은 ‘적어도 이 시기만은 심령이 가난해보라고,애통해보라’고 우리에게 속삭이신다. 사순절의 그리스도는 우리의 심장을 그렇게 바라보고 계신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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