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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말 한 마디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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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대 총장에서 소형교회 목사로 우뚝 선 그의 목회 이야기’

- 성기호 목사 (前 성결대 총장, 새에덴교회 담임목사)

목사도 연약한 인간이고 다른 사람이 겪는 여러가지 역경을 똑같이 겪습니다. 목사나 그 가족이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신자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한없는 위로와 힘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25년 전, 즉 4반세기가 지난 이야기지만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함으로 기억되는 일화가 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유학길에 올랐는데 아이들이 아직 어릴 때였습니다. 유학과 동시에 목회 사역이 맡겨져 바쁜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일주일에 며칠은 공부하러 학교에 다니고, 나머지 날은 성도들의 가정과 사업장을 방문하느라고 바빴습니다. 아내와 함께 심방을 다니다가 늦게 돌아오면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밥을 챙겨 먹고 잠든 경우가 많았고, 혹 심방에서 일찍 들어오는 날이면 좋아하며 펄펄 뛰기도 하였습니다. 말도 문화도 다른 곳에서 자기들끼리 작은 아파트 공간에서 지내느라고 많이 지루하고 겁도 났을 테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한밤중에 막내딸이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며 울어대기 시작하였습니다. 운다기보다는 악을 쓴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정도로 소리치며 난리를 피웠습니다. 자다가 놀라 깨어 아이들 방에 가보니 한쪽 발을 부여잡고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왜냐고 물어도 대답을 못하고 눈동자가 돌아갈 정도로 악을 쓰고 있었습니다. 발을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손을 대면 기절할 듯 더욱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아이를 둘러업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아직 유학생 신분으로 보험이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엑스레이를 찍고 진단을 마친 의사는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가끔 생기는 일이라며 성장점에 염증이 생긴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빨리 잘 치료하지 않으면 염증이 생긴 부위로 인해 한쪽 다리의 성장이 멈출 수 있다고 했습니다. 불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병원 응급실에 머무는 동안 날이 밝아오니 잠자고 있는 다른 아이들을 깨워 학교에 보내야 할 텐데 우리 부부는 병원을 떠날 형편이 못되었습니다. 신자 가정에 전화를 하여 사정을 설명하고 아이들을 깨워 학교에 보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소식을 들은 장로님과 성도님들이 염려하며 전화를 걸어오고 찾아오셨을 때 막내딸의 상태를 설명하며 내 사정 즉 보험이 없으니 아이를 병원에 오래둘 수 없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불구가 될 수도 있다니 퇴원을 시키자고도 못하고, 워낙 의료비가 비싼 나라이니 그냥 병원에 머물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었습니다. 아무도 어떤 말도 하지 못하시더군요. 그런데 나중에 이 소식을 들은 나이 지긋하신 집사님 한 분이 큰 힘과 위로가 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목사님 걱정마셔요. 어떻게 되겠죠”라는 말이었습니다. 긴 말은 아니었지만 목사의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는 결의가 담겨진 따듯한 배려였습니다. 하나님의 위로도 사람을 통해 주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퇴원시켰습니다. 이후에 생길 사태에 대하여 병원이나 의사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고, 법적인 책임을 묻지도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야 아이를 퇴원시킬 수 있었습니다. 치료를 포기하고 아이를 퇴원시킬 수밖에 없는 심정에 부모로서 참담함을 느꼈습니다.

큰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동생의 일을 물으니 어제 자기들끼리 집에 있을 때 마루에 있던 난방기 위에 올라가 누가 멀리 뛰나 내기를 하였고 이 때 막내가 미끄러지며 넘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곤 성장점의 염증이 아닐 것 같다는 안도감이 생겼고, 또 사고로 다친 것이라면 학교에 들어두었던 24시간 상해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도 같았습니다. 학교 간호사에게 물었더니 자세한 경위를 묻곤 보험청구가 가능하다는 서류를 떼어 주었습니다. 이 서류를 들고 막내아이를 아동병원에 입원을 시키고 며칠간의 치료를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하며 감사하는 한편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넸던 집사님에게 한없는 감사를 느꼈습니다. 신자의 한마디 말이 목사에게 낙심을 주고 힘을 빠지게도 할 수 있지만,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힘이 되고 위로를 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람이지만 목사도 위로와 격려의 말을 필요로 하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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