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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간 까마귀가 되어준 성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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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기호 목사 (前 성결대 총장, 새에덴교회 담임목사)

까마귀는 나쁜 새, 불길한 새로 여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성경에서, 특별히 엘리야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 준 까마귀는 하나님의 심부름꾼이었고 착한 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합 왕과 왕후 이세벨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을 때 엘리야는 요단 앞 그릿 시냇가에 숨었고 하나님께서는 까마귀를 명하여 조석으로 떡과 고기를 공급해 주셨던 것입니다.

저에게도 하나님께서는 까마귀를 보내주신 일이 있습니다. 생명의 위협을 받거나 가뭄과 흉년으로 시달릴 때가 아니었지만 돌이켜보며 그들은 하나님께서 보내신 인간 까마귀임에 틀림없었습니다.

박사학위 과정의 중요한 한 단계인 종합시험을 치러야 할 텐데 점점 바빠지는 교회일로 공부하는 일에 전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물론 교회일은 대충대충 넘기고 공부에 매달릴 수도 있겠지만 목회자의 양심으로 교회를 ‘밥통’으로 여기는 마땅치 않은 일이라 생각하고 교회를 사임했습니다. 신자들이 염려하던 것처럼 앞으로의 생활대책은 막연했습니다. 그러나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올 당시에 무슨 특별한 생활대책을 마련해 놓고 온 것이 아니기에 교회를 사임한다고 하여 특별히 더 어려워질 것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회의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교회를 떠났기 때문에 떠나온 나도 젖먹이를 두고 온 유모의 심정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고, 교회도 어려움을 겪게 되니 송구스럽기 한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미국에 온 목적이 잘 먹고 생활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사명의 길인 줄 알고 학업의 길로 노력을 모으기로 작정한 것입니다.

학교 기숙사로 이사 온 몇 주 후에 시무하던 교회의 신자 몇 가정이 학교로 방문하여 함께 식사를 하며 그간 나누지 못했던 정을 나누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들이 돌아간 후 아내는 내게 고백할 게 있다며 비밀을 털어놓았습니다.‘비밀’이란 학교로 찾아왔던 신자 몇 가정이 내게는 알리지 말라고 부탁했던 일이랍니다. 아무리 알리지 말라고 했어도 부부간에 숨기는 일이 마땅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털어놓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성 목사가 알면 그 성격에 반대할 게 분명하니 말하지 말고 사모님만 알고 있으라고 했다는데 그 ‘비밀’은 하나님께서 명하신 까마귀의 사명이었습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우리 가족의 식생활은 자기들이 담당하겠노란 제안에 아내도 반대했답니다. 그런데 이 분들은 이미 필요한 액수를 모아 은행에 예금해 두었고, 한꺼번에 주면 한꺼번에 다 쓸지 모르니 매주 일정액을 보내겠으며 이미 거두어 놓았으니 다시 돌릴 수도 없다고 했답니다.

왜 그런 돈을 받았느냐고 아내에게 질책을 했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하나님께서 사명의 길을 가는 당신의 종을 위하여 까마귀를 보내신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들의 손길과 가정 그리고 하는 모든 일에 하나님의 갚으심이 있기를 기도할 뿐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종합시험도 통과되고, 또 다른 한인교회의 청빙을 받게 되었습니다. 논문 작성에 전념해야 하겠기에 청빙을 사양했지만 간곡한 청을 물리치지 못하고 담임목사로 취임하는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먼저 시무하던 교회의 몇 가정이 취임 소식을 듣고 담임목사 취임예배에 참석하였습니다. 그리곤 까마귀의 손길이 그쳤습니다. 이제 나의 생활은 취임한 교회에서 담당할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광야를 여행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약속하신 땅 가나안에 들어와 그 땅 소산을 먹은 다음 날에 만나가 그쳤고 다시는 만나를 얻지 못하였다는 기적(수 5:12)을 부족한 종에게도 체험하게 하신 것입니다.

개척교회의 교역자로 혹은 선교의 사명을 띠고 낯선 곳에 나선 주의 종들에게 지금도 좋으신 하나님께서는 인간 까마귀들을 통해 필요를 채워주시니 만나의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의 종에게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을 베푸는 이러한 손길들을 불의치 아니하신 하나님께서 기억해주시고 그들에게 한량없으신 하나님의 축복이 영육간 물심간에 넘치기를 기원합니다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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