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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등불 (대하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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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교 : 장빈 목사 (동광교회)

# 1

오늘 우리는 남 왕국 유다의 왕조실록 한 페이지를 함께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미리 말씀드릴 것 한 가지는, 오늘 우리가 읽을 내용 중 왕조실록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듯한 단어가 하나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그 단어를 오늘 설교의 제목으로 삼았는데요, <등불>이 그것입니다. 그러면, 유다 왕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등불의 의미는 무엇이며, 또한 등불을 통해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이제부터 함께 찾아보겠습니다.

# 2

역대하서 21장 1절을 보니, 왕 여호사밧이 죽고 그 아들 여호람이 대신하여 왕이 되었다고 합니다. 2절을 보니, 여호람을 가리켜 유다 왕 여호사밧의 아들이라 다시 기록하고 있습니다. 5절에 가서 보니, 아들 여호람이 왕위에 오를 때 나이가 삼십 이세라 합니다. 나이 서른둘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유다의 왕이 된 건데요, 거기 5절을 보니, 아쉽게도 그의 시대는 8년 만에 끝이 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6절에 보니, 그가 남 왕국 유다의 왕이면서, 북 왕국 이스라엘 왕들의 길로 행하였고, 결국 유다 왕가가 아합의 집과 같이 되었다고 합니다. 거기 아합은 북 왕국 이스라엘의 악명 높은 왕이었죠. 그렇다면 지금 남 왕국의 왕이, 서로 원수처럼 지내던 북 왕국 왕들의 뒤를 따라 갔으며, 마침내 남쪽의 왕궁을 북쪽 왕들의 집처럼 만들었다는 뜻인데요, 어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 대목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합니다. 이는 아합의 딸이 그 아내가 되었음이라! 그랬습니다. 남 유다의 왕 여호람이 북 이스라엘의 왕 아합의 딸을 아내로 맞아들였던 것입니다.

자, 일단 여기까지 정리합니다. 유다의 왕 여호사밧이 죽자, 그 아들 여호람이 나이 서른둘에 왕권을 이어받았습니다. 그의 아내는 북 왕국 아합 왕의 딸이었습니다. 그는 8년 동안 예루살렘에서 다스린 후 죽었습니다. 그는 자기 아버지를 위시한 유다 왕들의 길을 따르지 않고, 이스라엘 왕들의 길을 따랐고, 결국 유다 왕가는 아합의 집과 같이 되었습니다.

# 3

유다 왕조실록에서 한 가지 더 확인할 것이 있군요. 2절을 보실까요? 거기 보니 여호사밧 왕이 남긴 여섯 아들들의 이름이 나오는군요. 아사랴, 여히엘, 스가랴, 또 아사랴, 미가엘, 스바댜! 여호람 외에 여섯 명의 왕자가 더 있었다는 기록인데요, 이들은 왕이 된 여호람의 동생들이죠. 그런데 3절에 보니, 아버지 여호사밧은 이 여섯 아들들에게 은금과 보물과 견고한 성읍들까지, 후하게 유산을 남겨주었고, 장자인 여호람에게는 왕위를 주셨다고 합니다. 왕자의 난을 염려한 선왕의 당연한 처사요, 또한 믿고 따라야 하는 아버지의 유언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버지 왕의 이 모든 노력이 다 허사가 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기 아버지가 세상 떠나자마자, 아들 여호람은 아내 말만 듣습니다. 유다의 위대한 왕들이 가신 길을 따라가면 좋으련만, 아내와 아내의 부모인, 아합과 이세벨의 말만 따르고 맙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북 왕국이 패망의 길로 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결국 남 유다가 자진하여 망해가는 북 이스라엘의 꽁무니를 따라가는 꼴이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사악한 무리를 벗 삼으니, 선왕들의 유훈도 아무 짝에 쓸모없는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결국 아들은 여호와 보시기에 악한 일만 합니다. 6절인데요, 저가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하였다고 합니다. 여호람 왕에 대한 왕조실록의 정확한 평가입니다. 저는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한 왕 이었다!

그렇다면 얼마나 심각한 죄를 지었기에, 왕조실록에서조차 한 왕을 죄인이라 기록하고 있는 걸까? 하나님 보시기에 악한 일이란 무엇일까? 먼저 4절을 보실까요? / 21:4 / (읽기) / 거기 보니 여호람이 아버지의 왕위에 오른 후에, 먼저 자기 세력을 확장해 갑니다. 그렇게 해서 어느 정도 힘이 생기자,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데요, 자기의 모든 아우들을 칼로 쳐 죽입니다. 이 때 그 왕자들을 보필하던 방백들까지 함께 죽입니다. 왕권을 사수하기 위한 피비린내 나는 숙청이 시작된 것이지요.

그러나 그의 악행은 여기서 그치질 않습니다. 11절을 보실까요? / 21:11 / (읽기) / 거기 산당은 아합의 딸, 곧 자기 아내가 시집올 때 함께 들여온 이방신 바알의 산당을 말합니다. 한 마디로 이방신의 산당을 지어놓고, 백성들을 미혹하여, 음란하듯 우상을 섬기게 하였던 것입니다.

결국 여호람 그는 한 나라의 왕자로 태어나 마침내 머리에 왕관을 쓰게 되었으나, 불행히도 자기에게 돌아온 복 중의 복을 복으로 받아 누리지 못하고, 여호와 보시기에 악한 일만 행하고 말았습니다. 하여 그에게 주어진 왕관은 복의 근원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화의 근원이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한 마디로 왕으로 세워주었더니 죄인으로 인생을 마감한 가장 한심한 인생이 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하나님 보시기에 악한 일만 행한 그는, 왕이었기에 누릴 수 있었던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맙니다. 16절에 보실까요? 하나님은 블레셋 사람들을 들어 여호람을 치게 하십니다. 17절에 보면, 결국 왕궁의 보물은 다 빼앗기고, 심지어 아들과 며느리까지 몽땅 다 죽임을 당하고 맙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막내 야호아하스는 살아남았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을 배반하고 패역의 길로 가버린 여호람, 이젠 그 자신이 가장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아마도 유다 왕조실록에 기록된 왕들 가운데 가장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왕일 것입니다. 성경은 그의 마지막 모습을 조금도 가감 하지 않고 이렇게 전합니다. / 21:18-20 / (읽기)

# 4

이렇게 해서 본인뿐만 아니라 온 백성에게까지 불행을 안겨 주었던 못난 왕의 기록이 마감되는데요, 오늘 우리가 주목하려고 하는 구절은 바로 7절입니다. 이 구절에 등불이란 단어가 등장합니다. 다시 한번 읽겠습니다. / 21:7 / (읽기) / 아하, 그러고 보니 등불은 하나님이 다윗과의 사이에 세우신 언약의 징표이군요. 이전에 다윗으로 더불어 언약을 세우시고, 그 자손에게 항상 등불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는 거지요. 감사한 것은 이 약속은 예수를 믿어 새 이스라엘 공동체에 들어온 우리에게도 유효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놀랍게도 여기 등불이란 단어를 공동번역 성경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씨”라고 번역합니다. 그렇습니다. 등불이란 생명의 불씨를 말합니다. 그것도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씨를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항상 등불을 주시겠다는 약속, 무슨 일이 있어도 너의 자손들을 멸하지 아니할 것이며, 항상 생명의 불씨를 살려주시겠다는 약속이었던 것입니다.

해서 남 왕국 유다에서는 그 어떤 쿠데타도 성공하질 못합니다. 왜? 하나님은 반드시 다윗의 후손으로 하여금 다시 왕권을 이어가도록 하셨기 때문입니다. 언제든 왕의 아들 중에 꺼지지 않는 불씨를 남겨 놓으셨던 것입니다. 여호람의 아들 가운데 막내 여호아하스를 살려두신 뜻도 바로 이것입니다.

그랬습니다. 관건은 등불이었습니다. 등불을 대물림해야 했습니다. 아버지도 아들도 가장 먼저 하나님 주신 등불을 따라 행해야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나님 주신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했던 것입니다. 등불은 꺼지지 않는 생명의 불씨라 했습니다. 그러므로 등불을 책임 맡은 사람, 생명을 살려내는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호사밧과 여호람 부자가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먼저 아버지 왕에게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국제 정세가 불안해도 바알 신을 섬기는 아합 왕의 딸을 며느리로 들이는 것 아니었습니다. 하나님 대신 아합의 힘을 더 의지한 아버지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아들이 하나님의 등불 대신 불행의 씨앗을 물려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들에게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들의 입장에선 이 모든 일의 원인 제공자는 아버지라고, 나도 희생양이라 강변할지 모르지만, 그러나 그 아들에게도 기회는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선지자 엘리야를 보내, 가던 길을 돌이켜, 내가 준 등불을 꺼뜨리지 말라고 권면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들 여호람은 선지자의 권면에 순종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장 사악한 왕, 아합과 손을 잡고, 여호와 하나님 보시기에 악한 짓만 골라서 자행했던 것입니다. 결국 그는 자기 손으로 자기 동생들을 죽이는 천인공노할 만행까지 저지르고 맙니다. 그의 마음속에 하나님 주신 등불이 꺼져 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하나님은 그의 몸을 치시기로 작정하십니다. 등불이 꺼져 버린 아들의 육체에, 사람으로선 고치지 못할 병을 주신 것입니다. 하여 그는 2년 동안 고질병에 시달리며, 자기 손으로 죽인 사람들의 고통을 남김없이 다 겪어본 후에, 입에 담기도 힘든 비참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하나님 주신 등불을 지키지 못한 부자지간에 돌아온 비극이었습니다. 

# 5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저는 특별한 편지 글 네 통을 가지고 왔습니다. 본래 이렇게 공개할 목적으로 쓴 글은 아니지만 성령의 강권하심에 순종할 수밖에 없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특히 저에게 이 글을 주신 제자 반 여러분께 미리 양해를 구하지 못한 점,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들의 공통점은, 하나님 주신 등불이 그 중심에 있다는 점입니다. 하나님 주신 등불이 가슴에서 가슴으로 번져가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들, 해서 오늘 성경 말씀은 여기까지만 풀어드리고, 이제 하나님 주신 등불을 가슴에 품고 사는 동광 가족들의 사랑 가득한 이야기를 함께 나무며 말씀 마당을 닫으려고 합니다.

편지 1 / 하나님 주신 내 마음 속 등불을 사랑하는 아들에게 남기고 싶은 아버지의 마지막 편지! / 미리 써 본 유언장인데요, 제자 반 공부하던 시간,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가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남자 제1기 제자 반의 경준모 집사님 글입니다.

민호에게! / 알지? 아빤 세상에서 널 제일 사랑하고 있다는 걸. / 늘 네 편이 되고 싶었다. 친구처럼 가깝고도 싶었단다. / 집 밖에서도 친구들과 또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가졌으면 좋겠다. / 아들아! 모든 것은 사필귀정이야. 좋은 일은, 사랑은, 베풀면 결국 되돌아오는 법이야. / 가정을, 학교를, 그리고 사회를, 그래도 살아볼 만 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아름답게 만드는데 민호가 밑거름이 되면 좋겠다. / 사랑하는 아들아! 열심히 주님 섬기고, 하나님의 자녀로서 당당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면 고맙겠다. / 다음 세상에선 아빠가 민호 아들이 된다면 재미있겠지. / 사랑한다. 민호야! / 하늘나라에서도 꼭 너를 지켜 줄게!

2004. 7. 7. / 민호를 제일 사랑하는 아빠로부터!

/ 제1기남자 제자 반 경준모 집사


편지 2 / 하나님 주신 내 마음 속 등불을 사랑하는 아들에게 남기고 떠나는 한 어머니의 마지막 편지! / 역시 미리 써 본 유언장인데요, 차분하지만 가늘게 떨리던 그 분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제2기 여자 제자반의 최기선 집사님!

사랑하는 선진아, 선혜야!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엄마는 너희 둘을 키우면서 너무 행복했어. 너희들이 있었기에 철부지인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었고, 생명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고, 참 사랑도 느낄 수 있었단다.

너희들이 무언가 힘들어하며 잔뜩 움추러 있을 때 엄마가 말했지. 이 세상 어떤 보석보다도, 이 지구 아니 이 우주보다도 더 많이 너희들이 소중하다고, 그러면 금방 눈물도 마르지 않은 채 웃으며 엄마 품에 안기곤 했었지. 엄만 정말 마음껏 너희들을 사랑했단다. 후회 없이...

한 가지 미안한 게 있다. 아빠와 좀 더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너희들에게 많이 보여주지 못한 것, 미안하다. 너희들은 이 담에 그 어떤 조건보다도 사랑하는 마음을 우선시 하도록 하렴, 사랑하는 마음만 지키면 그 어떤 장애도 극복할 수 있을 거야. 단 조건이 있어. 꼭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어야 해. 그 대신 너희들이 엄너 예수님 잘 믿는 믿음의 사람이 되어야 하구.

엄마가 더 많이 지켜 봐 주지 못해 미안해, 여기까지가 하나님의 뜻이라면 순종해야겠지. 살아가면서 정말 선한 일이 무엇인지, 하나님 기뻐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많이 생각하고, 너무 인색하게 굴지 말고, 아낌없이 나누며 살아라. 어차피 인생은 아무 것도 영원히 소유하지 못하니까.

그리고 엄마 몫까지 아빠를 사랑해 주길 바래. 아빠에겐 너희들의 사랑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 아빠 역시도 너희들을 많이 사랑하는데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서 그래. 그래도 엄만 좋은 엄마였지?! 부디 너희들의 기억 속에 좋은 모습으로 남아 있길 바래.

고마워! 예쁘고,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엄만 너희들이 멋진 인생을 살 거라고 기대할 거야. 내 영혼이 소멸할 때까지 영원히, 영원히 사랑하고 너희들을 위해 기도할게. 그럼 안녕!

2004년 7월 7일, 너희들을 사랑하는 엄마가.


편지 3 / 내 마음 속 등불을 사랑하는 아내에게 남기고 가는 남편의 글인데요, 역시 미리 써본 유언장입니다. / 제자 반 공부할 때 사랑이 철철 넘치는 목소리로 낭독하던 그 분의 모습, 지금도 생생합니다. / 남자 제자반의 한종현 집사님!

사랑하는 아내 이혜경에게! / 나의 사랑, 나의 안식처, 결혼 이후 지금까지 나의 정신적인 고향이 되어주었던 혜경아! / 우리의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였지. 그리고 결혼, 지금까지 변치 않고 사랑해 주는 너의 아름다운 마음은 결코 잊지 못할 거야! 널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께 늘 감사드린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기 마련 아니겠니? 둘이 같이 하늘나라로 가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사람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잖니! 아마 하나님께서 너는 아이들을 위해 조금 더 수고하라고 여기 남겨 두시는 것 같구나!

혜경아! 우리가 세상에서 사는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 첫째인 것을 명심하고, 우리에게 맡겨 주신 아이들을 잘 키워 주기 바란다. 얼마 되지 않지만 우리 재산은 네가 전부 맡아서 아이들 교육과 성장에 잘 써주기 바란다. 그러다 보면 얼마 남진 않겠지만, 아이들이 결혼하게 되고, 혜경이도 나이 들어 하늘나라에 올 때가 되면, 아이들에겐 재산 남겨주지 말고, 어려운 이웃과 선교를 위해 써주었으면 한다.

아이들의 재산은 아이들이 벌어서 쓰도록 했으면 한다. 돈이란 것이 있으면 사람을 게으르게 만들고, 거만하게 만들고, 남을 무시하게 만드는 속성이 있잖니! 하나님이 정해서 이웃을 돕기 위해 부유하게 만드는 이도 있긴 하지만, 강하고 담대한 믿음을 소유하지 않으면 오히려 시험에 들기 쉽지! 가난해도 겸손하고 성실하게, 이웃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 크리스천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이 내리시는 축복이라 생각한다. 이 복을 자녀들에게 꼭 물려주고 오렴!

사랑하는 혜경아! 너무 슬퍼만 하지 말고, 내가 하늘나라에서 너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잘 살아주기 바란다. 다시 만날 그 날까지 하나님의 뜻대로 아이들과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며 이만 맺는다.

사랑했다. 사랑한다. 그리고 영원히 사랑할 꺼다!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안녕!

2004년 7월 7일, 이혜경의 남편 한종현!


편지 4 / 제자일기 / 이 글에 대한 소개는 생략합니다. 직접 들으실 텐데요, 여자제자반의 윤진화 집사님 글입니다.

어제 밤에 이어 새벽까지 빗줄기가 멎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태풍 민들레는 소멸되었다는데,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다행히 비가 멎어 있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은 정진희 권사님 하늘가는 환송예배가 있는 날이다. 급히 서둘러 남편과 함께 세곡동까지 걸었다. 가늘 길에 해가 따갑게 내리 쪼여 어제의 걱정을 말끔히 씻어 주었다. 조금 늦게 도착하여 영결식장 뒤편에 앉았다. 발인예배는 시작되었고, 많은 조문객이 영결식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예쁜 꽃으로 장식된 권사님의 사진과 권사님을 모신 관이 앞에 놓여 있었다. 인자하게 웃고 계신 권사님의 모습이 “이제 왔느냐!”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 속의 십자가를 보시고 예수님을 믿기 시작하셨다는 권사님, 2남 3녀의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시고 그 믿음으로 주의 종들을 대접하시던 권사님, 웃으시면 작은 눈이 다 감겨 버리려 하회탈 같으시고, 하얀 피부의 해 맑은 웃음 속엔 천진한 아이와 같이 순전한 미소를 간직하고 계시던 권사님, 이젠 당신을 다시 뵐 수 없음에 마음이 아팠다.

<늘 같은 자리 같은 장소에서 꼿꼿하게 앉아 기도하시던 어머니 권사님, 아들 장로님에게 아범이란 호칭 대신 “이 장로”하시며, 자식이라도 늘 존중해 주시며 기도의 후원자 되어 주시던 권사님, 몸의 아픔이 무엇인지를 아시기에 젊은 집사들 몸 아파하는 것을 보시면 당신이 먼저 아파하시며, “아프지 마라!” 걱정하시던 우리의 어머니, 어느 새벽예배 시간 권사님 앞자리에 앉아 서럽게 울며 기도하는 집사님을 바라보시며 그 통곡하는 소리에 가슴이 저려 당신 기도는 못 하시고 “하나님, 저렇게 울며 기도하는 저 집사님 기도 빨리 들어주세요!” 기도하셨다던 기도의 어머니, 늙고 병들면 하고 싶어도 못한다 하시며 젊고 건강할 때 주님 일 많이 하라고 하시던 어머니 권사님, 그렇게 힘들어하시는 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많이 아프신 줄 미처 몰랐습니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 뒤늦게 소식을 듣고 권사님을 찾아뵈었을 때, 조용히 아이처럼 주무시던 모습, 잠시 후 다시 찾아드는 통증에 신음을 하시면서도 또렷한 음성으로 윤 집사 왔느냐고 말씀하시던 권사님, 지금도 그 모습 생생합니다. 남에게 싫은 내색하지 않으시고, 남에게 폐 끼치는 것 싫어하시던 어머니 권사님, 당신이 보여주신 신앙을 이제 우리가 이어가겠습니다. 평생 주님만 의지하고 사신 그 뜻을 저희 모든 성도가 대물림 하겠습니다. 우리 가슴에 남겨 주신 신앙의 등불, 잘 간직하고 꺼뜨리지 않겠습니다.

우리의 열조가 되신 권사님, 아픔과 고통에서 자유 하시어 주님과 함께 기쁜 찬송 부르고 계실 권사님, 권사님의 빈 자리 바라보며 마음이 허전할 겁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 다 내려놓으시고 평안히 쉬십시오. 당신이 보여주신 믿음과 신앙의 자세 우리가 보고 배웠으니, 이제는 권사님의 뒤를 따라 권사님 빈 자리 지켜가며, 주님의 지킴이로 동광의 파수꾼으로 살아가겠습니다.

하나님도 감동하시어 권사님 가시는 길, 축복하여 주심을 보았습니다. 쏟아져 내리던 빗줄기도 멎게 하시고, 뜨거운 태양 아래 고생할까 구름 기둥으로 덮어주시어, 모든 장례 절차를 잘 마칠 수 있게 해 주신 사랑의 주님, 평소에 하시던 권사님의 기도가 자녀 손들의 눈물의 기도가, 우리 동광 가족들의 뜨거운 기도를 들어 주시어 좋은 일기 허락하심 감사합니다.

살아생전 권사님께 고백하지 못했던 말, 이제 드립니다. “권사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천국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편히 쉬십시오.

2004년 7월 7일, 윤진화 올림


편지 5 / 이번엔 남자 제자의 일기입니다. / 제목은 할머니의 유언! / 고 정진희 권사님을 할머니라 부르는 동광의 아들이 마지막 환송 예배 자리에서 받았던 마지막 한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쓴 글입니다. / 남자제자반의 이병은 집사님!

유난히 아래 집 아이를 예뻐해 주시던 할머니, 키 쓰고 소금 얻으러 가면 굵은 소금 한 대접을 주시며 얼굴을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푸른 가을 하늘 검붉은 대추를 한 움큼 쥐어 주시던 할머니!

부엌 작은 문을 여시며 아이를 불러 맛나게 부친 부치미를 주시던 할머니, 언제부턴가 “얘야, 교회 가야지!” 하고 부르시던 할머니, 아무 말 없이 울고 있는 아이의 엄마를 보듬어 주시며, “고생 많지!” 하시던 할머니, 어느 날 할머니가 슬픔에 잠겨 계시던 날을 아이는 기억하고 있다.

“얘야, 이젠 니 엄마 모시고 와야지!” 하시며 꾸지람 섞인 말씀을 하시던 할머니, 병으로 누워 계신 중에도 아이 엄마에게 “아이구, 에미 왔어!” 하시며 반가이 맞아 주시던 할머니, “또 와!” 하시던 할머니를 회상하며, 아이 엄마는 흐느껴 운다.

이젠 그 모습 다시 뵈올 수는 없지만 큰 사랑 남겨 주시고 떠나신 할머니, 가슴 속 깊이 사랑과 함께 남겨 주신 말씀, “이제 니 엄마 모시고 와야지!”

후기 / 정진희 권사님의 마지막 주신 이 말씀, 문중의 불신앙을 끊으라 하시는 말씀으로 가슴에 새깁니다. 유독 저의 어머님을 사랑하고 아껴 주셨던 할머니, 권사님 살아생전에 어머님과 가족을 구원의 길로 인도했어야 했지만, 그리 하지 못했음을 죄송하게 생각하며, 내게 주신 할머니의 유언으로 받아, 어머님과 가족을 하나님께 인도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몸은 죽어도 혼은 죽지 않습니다. 몸은 죽어 대지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그 분의 사랑은 지금도 남아 우리 가슴 속에 등불로 타오르기 때문입니다. 오늘 거룩한 주의 날, 우리 동광 가족들의 가슴에 다시 한번 꺼지지 않은 등불이 타오르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이토록 귀한 글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바라기는 부디 하나님 주신 등불, 내 대에서 꺼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 주시고, 이 세상 떠나게 될 때에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꺼지지 않는 등불로 남게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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