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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욘겔계수’ 의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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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한창 기자(국민일보)

최근 일본에서 열린 코스타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코스타는 외국에 유학 중인 한국 젊은이들을 위한 전도집회다. 집회 중 중년의 일본인 여성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기자와의 만남에 깊은 기대를 보였다.

“기자 선생님이 참 부러워요. 욘사마와 같은 하늘 아래서 호흡하고 있으니….”

이런 해괴망측한 발언이라니.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이 정도일진대,불신자들은 오죽할까. 한 여인은 겨울연가와 가을동화 촬영장을 구경하고 이벤트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다섯번이나 다녀왔다고 자랑했다. 어졸한 말투였으나 눈은 빛났다. 남편으로부터 한류스타 얼굴이 담긴 머플러를 선물받고 금실이 좋아졌다는 여성,그 팬클럽에 가입한 것이 최상의 선택이었다고 확신하는 여성….

기자는 그들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정녕 이들이 1인당 국민소득 3만4500달러의 경제대국,평균수명 80세의 최장수국,교통사고 사망률 최저인 나라의 국민인가. 그들의 표정에서 무언가 허무와 공허의 그림자가 스멀거렸다. 배용준이 일본 나리타공항에 내렸을 때,어느 지상파방송은 헬기를 띄워서 호텔 도착까지의 과정을 중계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관심이었다.

“그때 참 많은 돈을 투자했어요. 욘사마가 어느 호텔에 묵을지 알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특급호텔 세 곳을 모두 예약해 놓았어요. 물론 제 예상은 적중했고요.”

한류 스타에 몰입하는 일본의 중년 여성들,그들의 관심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가,즐겨입는 옷은 무엇인가,어떤 머플러와 안경을 착용하는가,뭐 이런 시시한 것들이다. 그래서 도쿄의 신주쿠는 요즘 호황이었다. 한류 스타들이 즐겨먹는 음식을 먹고,음악을 듣고,드라마를 실감나게 보기 위해 관광버스를 타고 온 단체객들로 붐빈다. 한국어학원도 일본인 수강생들로 북적거렸다. 신주쿠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한국인 남성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한국 남자들 인기가 대단해요. 한류열풍의 결과입니다. 백제시대 이후 이런 환대는 처음일 겁니다.”

일본 여인들은 한류스타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갈구했다.동행한 사람이,가을동화의 PD가 기자의 대학 친구라고 말하자,갑자기 그들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일본에서의 한류열풍은 한국에서 듣고 본 것보다,그 강도가 족히 두세배는 더 될성 싶었다.광개토대왕의 일대기를 그린 ‘태왕사신기’에 배용준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촬영지인 제주도행 비행기표를 미리 사둔 여성은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한류스타에 대한 투자의 정도가 곧 행복의 기준이요,얼마나 능력있는 남편을 두었느냐를 판가름하는 척도라는 것이다.올해 일본여성 3만명이 제주도를 찾을 것이란다.지금 일본의 여행사들은 한류상품을 놓고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그들의 행복지수는 한류스타의 모든 것과 철저히 연결돼 있다.

“당신은 월 수입 중 한류스타와 관련된 일에 얼마나 투자하는가.배용준표 머플러를 사고,그의 얼굴이 그려진 머그잔을 사고,머리핀을 사고,선글라스를 사고,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박용하의 콘서트를 구경하고….”

일본의 일부 여성들은 자신의 수입 중,한류스타와 관련된 것에 투자한 비율을 기준으로 행복을 평가했다. 그것은 엥겔계수와 흡사한 것이었다.그래서 욘겔계수로 불린다.

복음화율 1%의 나라. 성경에 등장하는 니느웨처럼,풍요롭고 사치스러운 땅.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심각한 정신적 공허를 한류열풍이 웅변하고 있는 듯했다.그들의 마음에 복음이 씨앗이 심어지면 얼마나 좋을까.한류스타들 중 독실한 기독교인이 있어서,그들이 일본인을 향해 “나는 예수를 믿는다.예수를 통해 삶의 공허를 극복했다.여러분도 예수를 믿으라”고 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그것은 단지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임한창(편집부국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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