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골방에서 기다리시는 하나님 (마 6:5-8)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장 어렵다고 여겨지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라고 물어보면, 적지 않은 분들이 기도가 어렵다고 그렇게 말씀을 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고, 몇 분 정도만 기도하고 나도 더 이상 기도할 것도 없고, 새벽에 일어나서 기도하는 것도 힘들고, 따로 시간을 내어서 기도하는 것도 힘들고, 그렇게 기도가 가장 힘이 든다고 말을 합니다. 막상, 우리에게 어떤 위급한 일이 닥치면, 기도하지 말라고 해도, 급한만큼 간절하게 기도하게 되지만, 막상 평소에 기도하라고 하면 사실, 생각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 어떤 면에 있어서는 솔직한 표현이고, 그것이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기도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하나님과 우리가 전혀 다른 존재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만져지지도 않습니다. 들리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보아야 알 수 있고, 들어야 깨닫고, 손으로 만져야 느끼는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영이신 하나님께 기도드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눈 앞에 보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도가 이렇게 어렵다 보니까 잘못된 기도를 하는 일들이 많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수님 당시에 유대나라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예수님이 보시기에, 그들은 기도를 하기는 하는데 바른 기도를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봉독한 오늘 본문 말씀은 바로 예수님께서 유대 사람들이 잘못하고 있는 기도를 지적하시고, 무엇이 참된 기도인가를 가르쳐 주고 있는 부분입니다. 유대인들이 드리는 기도에서 잘못된 점은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첫째로는, 유대인들은 하나님 앞에 기도를 드린다고 하면서 실상은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에게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본문 5절 말씀을 보면, 예수님께서 이렇게 지적하십니다. "또 너희가 기도할 때에 외식하는 자와 같이 되지 말라. 저희는 사람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거리 어귀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하느니라." 결국 그들은 사람에게 보이려고, 사람에게 기도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유대교 지도자들은 오래 전부터 기도의 중요성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기도를 좀 더 철저하게 가르치고, 또 기도를 더 잘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 방법을 궁리했는데 너무 열심을 낸 나머지, 이상한 방향으로 갔습니다. 기도를 하나의 틀에 고정시켜버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내용과 형식과 시간까지도 모두 규격화 시켰버렸습니다. 어떤 한 편의 소설을 쓰는 것처럼, 정형화된 기도문을 만들어 냈습니다. 예를 들어서, 슬픈 일을 당했다거나, 도움을 구한다거나, 감사드릴 일이 있으면, 이렇게 기도하면 된다고 그런 일들 하나하나에 해당하는 기도문을 만들었습니다. 심지어는 '밥 먹기 전에 하는 기도, 밥 먹은 후에 하는 기도, 아침에 하는 기도, 취침시간에 하는 기도.' 이런 식으로 온갖 기도문을 만들어내서, 그것을 사람들에게 가르쳐서 그대로 하게 했습니다.

  기도의 내용 뿐만아니라, 시간까지 정형화시켜서, 우리 시간으로 오전 9시, 정오, 오후 3시는 기도시간으로 정해 놓았습니다. 기도가 이런 모습으로 되어가고 있었는데, 그것은 예수님 보시기에 기도가 아니었습니다. 잘못된 기도였습니다. 그런 기도에 유대인들이 점점 익숙해지다 보니까, 자신들도 모르게 점점 외식에 빠져 들어갔고,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정해진 기도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기도하기 시작하는데, 평소에 경건하다고 소문이 나있는 바리새인들이나 서기관들은 일부러 손을 높이 들고 시간을 질질 끌면서 기도했습니다. 그러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고 저 분은 참 경건한 분이구나. 참 존경스럽다고 하면서 수근거립니다. 그러면, 그들은 기도하면서 그 칭찬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래서 더 시간을 끌면서 손을 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도함으로써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는 맛을 알게 되자 어떤 서기관들이나 바리새인들은 일부러 기도시간이 가까워 오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시장 바닥이나 회당거리, 아니면 큰 도시 모퉁이에 서서 기다리다가 기도시간이 되면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의 마음을 아주 꿰뚫어 보시고 그들을 책망하실 수밖에 없으셨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에게만 해당되는 남의 이야기는 분명히 아닐 것입니다. 우리도 그런 모습이 분명히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기도할 때는 일부러 더 길게 기도하면서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기도하는 모습이 우리에게 분명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집에서는 3분도 기도하지 않으면서, 강대상에 올라가서라든지, 밖에서 대표기도를 하게 될 때는 오랜 시간 동안 기도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왜 그렇게 하겠습니까? 그것은 분명히 사람을 의식하는 것입니다. 혼자서 교회에 마련된 기도실에 가서는 10분도 기도하지 않는데, 사람들이 보이는 곳에서는 어떻게든 오래 앉아 있으면서 시간을 채우려고 하는, 그렇게 기도하는 분들이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많은 것 같은데, 우리는 이런 기도를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지적하신 유대인들의 잘못된 기도의 모습은 중언부언하는 기도였습니다. 중언부언한다는 말은 우리가 알고 있는대로,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유대인들은 정형화된 기도문을 계속해서 반복해서 기도하면서, 계속해서 반복해서 기도하게 되면 하나님께서 설득당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계속해서 반복해서 기도하면 하나님은 반드시 설득당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드리는 기도! 그것은 예수님이 보시기에 이미 기도가 아니었습니다. 이 역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기도하는 모습 속에도 같은 말을 반복하고, 별 의미도 없는 온갖 수식어를 붙여 가면서 기도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여하튼, 그런 잘못된 기도의 모습 때문에, 예수님은 잘못된 우리의 기도 모습을 지적하시면서 어떤 기도가 참된 기도인가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신 참된 기도의 모습은 바로 골방에서 드리는 기도입니다. 골방이라는 것은 글자 그대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단 둘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공간이나, 은밀한 밀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어디서든지 골방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고, 보이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내 앞에 모시고 내가 그분과 상대할 수 있는 여건만 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골방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요란한 곳을 피해서 산이나 조용한 들판에 가셔서 기도하셨다고 성경은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에게는 산이 골방이었고, 들판이 골방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골방에서 우리들을 만나기 원하시기 때문에, 예수님은 우리들에게 골방에서 기도를 드리라고 그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다면, 하나님은 왜 골방을 좋아하시고, 왜 하필이면 교회가 아니라, 골방에서 우리를 기다리시겠다고 하셨겠습니까? 여기에 기도의 심오한 차원이 담겨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사람들을 만날 때는 어디에서 어떻게 만납니까?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만남의 장소가 결정될 것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전경이 좋고 탁 트여 있는 강가나 공원과 같은 곳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고,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밖에서 만나기보다는 집으로 초대해서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연인과 같은 경우에는 될 수 있으면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골방과 같은 곳을 자연적으로 찾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골방에서 은밀하게 만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하나님은 우리들을 너무나도 사랑하셔서 우리들을 연인으로 여기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골방에서 우리들을 만나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만큼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은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하나님이 우리를 더 사랑하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 사랑을 우리들에게 가득 부어주시기를 원하십니다. 바로, 골방에서 말입니다. 아무에게서도 방해받지 않는, 단 둘이 앉아서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곳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자기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골방을 좋아하십니다. 어떤 분은 기도에 대해서 말씀하기를, "기도는 하나님의 자녀 된 우리와 마음을 열고 사랑을 주고받기 위해 만든 하나님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했습니다. 기도는 우리가 만든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너무나 소중한 은혜입니다. 하나님은 골방에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보여주시면서 우리와 사랑의 교제를 나누기를 원하십니다. 그리고, 하나님과 잠잠히 사랑의 교제를 나누는 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우리는 골방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그 힘과 능력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골방에서 하나님과 만나는 사람은 분명히 다른 데가 있습니다. 삶은 힘든 것 같고, 지고 있는 십자가는 몹시 무거운 것 같지만, 그 얼굴에 여유가 있고, 평안이 있고, 기쁨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살펴보면, 그들에게는 골방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골방에서 사랑의 교제를 나누면서 사랑을 부어주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는 항상 평안과 기쁨이 있습니다. 무엇이 있는 것입니까? 골방이 있는 것입니다. 골방에 들어가서 하나님을 만나는 기쁨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기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가르쳐 주시면서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다 아시면서 기도하기를 원하신다는 사실입니다. 본문 8절 말씀을 보면, '구하기 전에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하나님 너희 아버지께서 아시느니라.'라고 말씀합니다. 기도는 하나님이 잘 알지 못하시기 때문에 하나님께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수단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모르셔서 가르쳐 주고, 설득시키는 행위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다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똑같은 말을 자꾸 반복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도는 내가 말을 많이 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받아내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기도는 거꾸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기 원하시는 것을, 주시기 위해서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수단입니다. 하나님은 골방에서 우리들과 사랑의 교제를 나누면서 사랑하는 우리들에게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의 선물을 주고 싶어하십니다. 골방에서 기다리시면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그것을 사랑하는 자에게 선물해 주기를 원하시는데, 그런데, 우리는 그다지 골방에서 하나님과 교제하지 못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너무 바쁘기 때문에, 그냥 내게 필요한 것을 하나님께서 잊어 버리셨을까봐 계속해서 우리의 필요만 얘기하다가, 골방에서의 교제함도 없이 그냥 기도를 끝내버릴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대로, 골방에서 기도하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간적인 골방의 개념이 아니라, 정말 하나님과 단독으로 만나서 깊은 사랑의 교제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영적인 골방이 우리에게 필요한 줄로 압니다. 하나님은 오래하는 기도, 소원을 아뢰는 기도가 아니라, 골방에서 우리와 사랑의 교제를 나누기 원하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지금도 골방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리는 골방을 가지고 있습니까? 우리는 골방기도를 드리고 있습니까? 하나님은 골방에서 기다리고 계시는데, 우리는 엉뚱한 곳에서 잘못된 기도만 드리다가 기도를 마치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골방을 마련하고, 골방에서 기도하지 못했다면, 오늘이라도 하나님과 나만의 골방을 만들고, 거기에서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골방에서 하나님과 사랑의 교제를 나누면서 기도드리게 될 때, 그 기도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드리는 기도보다,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드리는 중언하는 기도보다, 그 어떤 기도보다 힘있고, 능력 있는 기도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골방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그 기쁨은 우리 인생에서 누구에게도 표현할 수 없는 큰 기쁨과 평안이 넘쳐나도록 해줄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 아침에도 골방에 먼저 오셔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