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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복음을 부끄러워 아니하노니 (롬 1: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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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롬 1:16상)

  1963년 10월19일 새벽 2시, 강원도 인제군 남면 어론리 마을. 한 젊은 청년이 초가을 새벽 공기를 가르면서 손에 도끼를 들고 두리번거리면서 마을과 좀 떨어져 있는 군부대 사택을 향해 뛰어 들어갔습니다. 잠시 잠깐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밤하늘을 가르는 외마디 비명소리가 계속해서 들렸습니다.  아주 짧은 순식간의 시간이었지만 지옥과도 같은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았습니다. 그 남자의 손에 든 도끼에는 핏덩어리가 뭉개져 있었습니다. 다음 날 신문들은 이 끔찍한 도끼 살인사건을 대문짝만하게 보도했고 사람들은 이 충격적인 사건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 도끼 살인사건이 그 악명 높았던 고재봉 살인사건이었습니다.

  고재봉의 진술에 의하면, 고재봉은 군인으로 부대에서 부대장인 박 중령의 사택에 자주 사역병으로 불리어 갔다고 합니다. 주로 물을 긷거나 장작을 패는 일, 또는 청소를 하는 일과 이것저것 잔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재봉은 박 중령 사택으로 가서 청소와 장작 패는 일 등을 끝내고 박 중령의 서재에 들어가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시발은 작은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견물생심 이라고 갖고 싶었던 작은 물건 하나를 집어가지고 나왔습니다. 그때 이것을 본 가정부가 길길이 뛰면서 소리 질렀습니다. '저번에 네가 군화도 훔쳐 갔지!' 졸지에 고재봉은 박 중령 집에서 일어났던 모든 도난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 되어버렸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고재봉은 순간적으로 옆에 있던 도끼를 집어 들고 냅다 소리 질렀습니다. '까불면 너, 죽여 버리겠어!'

  이것 때문에 고재봉은 살인미수로 육군형무소에서 7개월간 복역해야 했습니다. 고재봉은 억울하다는 생각하며 출소하면 박 중령을 죽여 버리겠다고 이를 갈았습니다. 실제로 출소 후에 고재봉은 그 이른 새벽에 박 중령이 살았던 사택으로 찾아가 그토록 끔찍한 도끼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만 것입니다. 그런데 박 중령 가족은 그 사이에 다른 곳으로 전속을 가버렸고 그 사택에는 이덕주 중령 가족이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박 중령이 아니라 이덕주 중령 일가족 6명이 도끼에 난자를 당해 죽었던 것입니다.
  정치범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고재봉과 함께 복역 중이었던 이인수 대령은 그 때의 이야기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재봉은 얼마나 살기가 등등했든지, 아무도 그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간수나 형무소 전담 목사도 그를 두려워했다. 뿐만 아니라 전과가 많은 죄수들조차도 그가 ‘내가 고재봉이야.’라고 말하면 형님으로 깍듯이 부르며 그 앞에서 벌벌 떨었다.
  그 후 그는 예수님을 영접하고 구원받은 사람이 되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놈들아, 너희가 이렇게 살다가 갈거냐? 이 감방에서 다시 나 같은 사람 안 만나려면 너희도 예수 믿어야 한다.”라고 전도했다.
  고재봉과 같은 사람에게도 복음이 들어가자마자 예수님께 나아와 용서를 빌고 죄 사함을 받고 구원을 얻어 새사람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사도바울은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사람을 구원하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하나님의 의가 복음 속에 나타납니다. 이 일은 오로지 믿음에 근거하여 일어납니다.”(새번역)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야 말로 세상의 어떤 철학이나 사상, 이념보다 훨씬 더 위대하다는 굳은 확신이 있었으므로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랑한 것입니다. 그것은 철학이나 사상과 이념은 인류의 삶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전부이나 인류를 구원하는 유일한 길은 복음뿐이므로 복음을 자랑한 것입니다. 

  복음의 능력은 지식적이거나 사변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에 의한 체험적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바울은 그 체험의 확신을 가지고 복음을 전하고자 한 것입니다.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 그 복음을 믿음으로, 인간이 죄의 용서와  구원을 받고 새로운 인간으로 의롭게 되게 합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 있었나니, 그가 세상에 계셨으며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되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하지 아니하였으나,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 1:9-12)

  “내가 진실로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 말을 듣고 또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 심판에 이르지 아니하나니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겼느니라.”(요 5:24)

  강해설교자인 ‘제임스 몽고메리’ 목사님은 우리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8가지를 들었습니다. ① 복음이란 말의 의미자체 때문인데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복음은 가장 기쁜 소식이기 때문이다. ② 구원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③ 그 구원이 하나님이 내신 방법이기 때문이다. ④ 복음에는 구원되게 하는 하나님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⑤ 복음이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⑥ 복음이 구원의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⑦ 복음은 우리를 의롭게 하기 때문이다. ⑧ 복음은 믿음에 의해서 모든 사람에게 영광스러운 구원을 받게 하기 때문이다.   
 
  당시 대한성서공회의 권서로 성경을 전하는 전도인의 일을 하고 있었던 분의 고재봉전도수기를 읽어드립니다.
  나는 고재봉의 살인기사의 신문의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아 한 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던 나는 주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을 때 옆에 달린 강도를 보고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순간 나도 모르게 "주님! 저에게도 힘을 주시옵소서. 세상이 모두 깜짝 놀라는 이 엄청난 강도를 제가 구원하게 힘을 주시옵소서"

  그 후부터 나는 새벽기도 때마다 입버릇처럼 기도했습니다. "주여! 그 강도를 제가 구원하도록 힘을 주시옵소서." 하고 되 뇌이면서 고재봉을 구원해 주시기를 기도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살인마 고재봉을 전도하는 일이 꼭 나에게 부여된 사명처럼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토록 끔찍한 일을 저지른 그도 필시 인간일진대 어쩌다가 사람을 죽였을 망정 한 자락의 양심 정도는 남아 있지 않겠느냐고 스스로에게 반문하면서 그에게 전도할 수 있는 길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는 중에 서울 구치소의 담당 검찰관의 배려로 그를 전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집에서부터 구치소로 가는 동안 줄곧 고재봉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할까 하고 생각했으나 도무지 아무런 말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구치소에 도착하여서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5000" 이란 수인번호를 단 죄수가 여덟 명의 간수에게 호위되어 따라 들어왔습니다.
  "새벽마다 너를 위해 기도해 주신분이시다. 좋은 말씀 많이 듣고 깨닫는 바가 있기 바란다." 라고 말하면서 검찰관은 나를 고재봉에게 소개했습니다.  나는 엉겁결에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했습니다. 피 묻은 손, 살기가 감도는 차가운 손으로만 알았는데 그의 손은 의외로 따뜻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교도소 전도였기 때문에 약간은 당황한 감을 느끼면서도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기로 마음먹고 가방에서 성경을 꺼냈습니다.

  "자, 요한복음 3장 16절을 폅시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21절 까지 큰소리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무엇인가 이 말씀에 대한 설교를 해야 할 텐데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눈을 감고 한참을 있다가 나도 모르게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다 죽는답니다" 나는 내가 지금 무슨 말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무슨 말인가를 이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주님의 힘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그토록 나오지 않던 말들이 나도 모르게 술술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주님께서는 불쌍한 죄인을 위하여 나의 입을 사용하신 것입니다. 설교를 마치고 불쌍한 죄인을 구원해 달라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기도가 끝나자 고재봉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그가 갑자기 얼굴을 쳐드는 바람에 주위의 분위기가 순간적으로 긴장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때 제일 당황한 사람은 구치 소장이었습니다. 구치소장과 고재봉 과의 사이에는 특별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날 구치소장이 고재봉이 수감 되어 있는 방을 들여다보는데, 살인마 고재봉이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는 바람에 안경이 깨지는 순간, 구치소 소장은 눈알이 달아나는 줄 알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던 다음부터 고재봉을 가리켜 "눈깔 파먹는 지옥의 염라대왕" 이라고 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일이 벌어진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긴장된 얼굴로 "뭐냐?" 라고 묻는 검찰관의 물음에 고재봉은 약간 머쓱한 표정으로 다시 고개를 내려뜨리면서 "검찰관님, 이제 모든 것을 자백 하겠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체포된 이후로 고재봉은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었고, 그로 인하여 수사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고재봉이 스스로 이같이 이야기 하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고재봉은 모든 범죄의 전말은 털어 놓으면서 후련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가 그동안 그처럼 묵비권을 행사해 온 것은 수사가 지연되는 동안에 기회를 보아 탈출하여 기어이 박 중령을 살해 하겠다는 결심 때문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검찰관이 묻는 질문에 모두 답변했습니다.

  그 후 나는 끊이지 않고 고재봉에 대해서 기도하고, 틈만 있으면 면회를 갔습니다. 사형을 언도받은 고재봉은 공소를 포기했습니다. 왜 공소를 포기하였으냐는 질문에,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저 같은 놈은 빨리 죽어야 합니다. 제가 살아 있다는 그 자체가 이미 저에게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매일 제가 받아먹는 4등급의 급식도 제 마음 같아서는 저 담 밖에서 배를 곯고 있는 거지들에게 주었으면 합니다. 제가 지금 숨을 쉬고 있는 이 공기 한줌마저도 저 같은 쓰레기에게는 차마 아까운 것입니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서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 졌습니다.

  사형수로 교도소에 수감된 후에도 면회를 갔습니다. 그러나 간수는 고재봉이 면회를 거절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준비해 간 포켓용 신약전서 한권을 간수에게 내밀었습니다. "이것을 좀 전해 주십시오"
  그 신약전서는 곧 고재봉의 손에 전해졌습니다. 독방에 홀로 있던 고재봉은 심심하면 성경책을 할 일 없이 뒤적였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이런 귀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여기까지 읽던 고재봉은 생각했습니다.

  "아니, 이 귀절은 요전에 왔던 어떤 사람이 읽어 준 말이 아니냐" 고재봉은 약간 신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계속 읽어 내려갔습니다.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심이니라"

  여기까지 읽고 나서 또 생각했습니다. "맞다. 그때 그 사람이 나에게 읽어준 바로 그 말씀이다. 그때 그 사람은 너도 죽고 나도 죽고, 너도 나도 모두 죄인이고 세상사람 다 죄인이고, 예수 십자가 한쪽 편의 강도.... 너도 예수 믿으면 구원 받는다... 하였는데 그 말이 정말이긴 정말인 모양이구나....", "구원이란 도대체 무엇이냐?" 그는 그때부터 신약전서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성경의 글씨들이 차츰 살아있는 말씀으로 고재봉에게 전달되기 시작했습니다. 성경을 읽은 결과 그는 거절했던 면담을 청했고 내가 근무하는 대한 성서공회로 연락이 왔습니다.  나는 기대를 안고 다시 구치소로 향했습니다. 일반 면회와는 달리 시간제한이 없이 자유스럽게 만난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고재봉은 나를 보자 대뜸 "지난번에 면회를 거절해서 죄송합니다." 하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습니다.
  "저 지난번에 책을 드렸는데 받아 보았습니까?" 하고 서두를 꺼냈습니다.
  "예, 이것 말씀이시지요? 잘 받았습니다." 고재봉은 바지 주머니에서 성경을 꺼내었습니다. 나는 반색을 하면서 물었습니다.
  "그 책 몇 장이나 읽어보셨나요? 그러자 고재봉은 우물쭈물 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 예, 한 다섯 번쯤......."
  나는 놀라운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 짧은 동안에 다섯 번이나 읽었다니......, 이것이야말로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저....., 이것 말고 큰 책 있지요?" "이거 말이오? 지난번에 드린 것은 신약전서이고 이 큰 책은 신약과 구약을 합본한 성경전서 이지요, 내가 다시 사드리겠습니다."

  다음날 나는 성경과 찬송가를 사서 고재봉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고재봉은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 했습니다. 고재봉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성경을 읽었습니다. 시간이 이처럼 아까운 것인지를 새삼 느낀 것입니다. 급식을 갖다 주어도 고재봉은 성경에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읽던 곳을 끝까지 읽은 연후에 밥을 바라보았고 밥 먹는 것보다는 성경을 더 좋아했다고 하니 고재봉의 바뀌어 진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부터 내가 면회를 갈 때마다 고재봉은 눈물을 글썽이며, "이 성경이 얼마나 귀한 책인지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진작 이 책을 보았더라면 아마 제 인생도 변했을 것입니다." 하고 감격적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는 새벽이면 단정히 일어나 앉아 교회의 종소리가 들리는 것을 신호로 하여 찬송가를 부른다고 말했습니다. "인애하신 구세주여, 내말 들으사, 죄인 오라 하실때에 날 부르소서..."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고재봉의 방에서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렸을 적 우리 동네에도 교회가 있었는데 그 교회가 나에게 예수를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을 죽이게 된 것이 아니냐!  교회가, 교회가..."
  고재봉은 안타까운 듯 흐느껴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한참 기도 하고 있는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입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튀어나왔습니다. 방언의 은사를 받은 것입니다. 한동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퍽 포근하고 기쁨이 몸 전체를 감싸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고재봉을 마치 전도사처럼 생활했습니다.

  고재봉은 삶을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 사람이라도 더 전도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는 틈만 있으면 기도를 했습니다. 그의 눈물의 기도는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 까지 예수가 뭔지도 모르고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고재봉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차츰 성경에 관해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으며, 기도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사형 일자가 가까이 다가옴에 따라 더욱 자주 면회를 갔습니다. 하루는 고재봉이 자기가 꾼 꿈에 대하여 이야기 했습니다. 그 꿈은 천구과 지옥에 관한 꿈이었습니다. 나는 고재봉에게 그것은 참으로 성령이 임하사 그에게 천당과 지옥이 있음을 증거 해 준 것이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얼마 후 또 면회를 갔습니다. 그 날이 마지막 면회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착잡했습니다. 다음 날은 주일이요, 월요일에는 사형이 집행 되는 날이었습니다.
  고재봉은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었다. 그날 새벽에 그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재봉아, 너는 56일이면 죽는다" 준엄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잠을 깨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도사님, 성경에는 날짜를 어떻게 풀이합니까?" 고재봉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것은 누구도 모르는 일입니다. 오직 아버지만 그날과 기한을 아신다고 하셨는데 어찌 내가 성경의 날짜를 풀이합니까?"

  고재봉은 "안 전도사님을 만난지도 56일이 지났고, 성령의 체험을 받은 날도 지났고, 세례 받은 날도 지났으니 이제부터 56일 후도 아닐 것이요. 이제부터 내 집행날짜가 길면 100일 정도일 것이요, 짧으면 2,3일 밖에 안 될 텐데....,"하며 힘없이 56일, 56일 하더니 갑자기 소리를 질렀습니다. "혹시 56시간?" 이 말을 들은 나와 간수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지 않을 것이요" 간수가 나직하게 위로해 주었다.  고재봉은 나의 팔을 꽉 잡았다.
  "오늘은 시간도 많이 갔고 하니 이만하지요." 간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드디어 붙잡은 손을 놓았습니다. 한 발짝 두 발짝 물러서며 자꾸만 서로를 쳐다보았습니다. 이윽고 고재봉은 문을 막 나서려다가 갑자기 휙 돌아섰습니다. 힘 있는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습니다.
  "전도사님! 천당에 가서 다시 만나요!" 그 이후로 나는 고재봉의 목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집행 날이 되었습니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그는 새벽에 일어나서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을 읽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모두들 앉아서 성경책을 뒤적거리고 있는데 밖에서 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고재봉! 전방" 전방이란 방을 옮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고재봉은 이미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고재봉은 마치 면회 온 사람을 만나러 갈 때와 같은 똑같은 표정으로 뚜벅 뚜벅 복도를 걸어갔습니다. 철장 안에서는 "고형!" 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고재봉은 철장 앞에 손을 내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예수 잘 믿어! 나가서 교회 꼭 다니고......"라면서 말을 끝내지 못했습니다.  "고형 잘 가요" 교도소 안은 삽시간에 눈물바다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평소에 가끔 재판정이나 검찰청에 갈 때 타고 갔던 차와는 다른 군대 병원차가 고재봉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몇몇 간수도 같이 탔지만 차 안은 아주 조용했습니다. 고재봉의 머리속에는 아마 주님의 십자가 옆에 달린 강도가 생각났을 것입니다.
  "오늘 너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한참동안 달리던 차가 멈추었습니다. 어느 군부대 뒷산이었습니다. 많은 간수들과 군목, 검찰관, 그리고 총을 가진 9명의 헌병들이 미리 와서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간수 두 사람이 고재봉을 양 옆에서 부축하고 가서 말뚝에 기대게 하고 밧줄로 가볍게 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고재봉은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는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요 3:16)" 고재봉의 목소리는 한적한 주위공간을 울렸습니다.
  "또 할 말 있는가?" "검찰관님, 제가 웃을 때 방아쇠를 당겨 주세요"
고재봉은 침착하게 소리를 높여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인애하신 구세주여, 내 말 들으사 죄인 오라 하실 때에 날 부르소서" 총을 겨눈 헌병들에게 죽어가는 순간까지 예수'를 전하던 그가 "주여, 주여 내말 들으사 죄인오라 하실 때에 날 부르소서" 그는 후렴을 부르면서 웃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웃음으로....

  방아쇠가 당겨졌습니다. 살인마 고재봉은 이 세상의 온갖 근심을 다 털어버리고 오직 사랑으로 뭉쳐진 영혼의 알맹이만을 가지고 하늘나라로 간 것입니다. 고재봉이 주님을 영접한 후에 구치소에서 2000명이나 되는 죄수가운데 전도한 숫자가 무려 1,800명이 넘었습니다. 그의 죽음을 형장에서 지켜본 간수들과 헌병들은 깊은 감명을 받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고재봉의 마지막 광경을 전했다고 합니다.     

  나는 아직도 천하를 깜짝 놀라게 했던 그 고재봉이 남긴 한 마디를 잊지 못합니다. "내가 일지기 예수를 알았더라면,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을 텐데..."

  이 말은 아직도 내 가슴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마도 주님의 부름을 받는 그 순간 까지 잊지 못 할 것입니다.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 9: 27)
  사형수 고재봉(高在奉, 당시27세)은 사형선고를 받고 복역 중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새사람이 되어 사형집행인에게 "예수 믿으시오" 당부하고 찬송을 부르고 웃으면서 1964년 3월 10일 평안히 하나님 앞으로 올라간 복음으로 구원받고 하나님의 의로 승리한 거룩한 성도입니다. 복음은 자랑스러운 것입니다. 그러므로 복음을 자랑하며 전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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