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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사순절] 십자가의 도 (고전 1: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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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도 (고전 1:18~25)


김인서(金麟瑞) 목사는 한국교회사에 독특한 자취를 남긴 인물로서 연세대학교는 매 년 김인서목사 기념 강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김목사는 처음에는 독립운동을 열심히 하였습니다. 함경북도 회령에서 교편생활을 하던 중에 일어난 삼일운동에 앞장섰습니다. 그 후 상해 임시정부와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며 독립운동을 추진하던 일이 발각이 되어 4년 간 감옥살이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감옥에서 깊은 신앙체험을 하게 됩니다. 체험의 중심에 십자가가 있었습니다. 

김인서 목사가 쓴 글입니다. "나는 예수교에 입교한지 십 년이 지나도록 내게 죄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난생 처음 감옥에 들어갔을 때 나는 자신을 애국 청년, 독립운동가, 의인열사로 자처하며 이미 옥중에 있는 죄수들이야말로 죄인들이라고 멸시하였다. 나는 옥중에 들어가 조용히 눈을 감고 정좌묵상을 하면서 하루 하루를 보내었다. 그러한 지 여러 달만에 내 양심에 '너도 죄인이다' 라는 하나님의 심판이 임할 때 나도 모르게 기절할 지경에 이르렀다. 

옥중의 죄수들은 세상 재판장에게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나는 하나님께로부터 죄인이라는 심판을 받았으니 나는 다른 죄수들보다 더 큰 죄인인 것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매일 매일 감옥의 고통보다는 마음의 고통으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홀연히 '십자가를 바라보라' 는 영적인 음성을 듣고 앞에 나타난 불꽃같은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내 죄가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로 사함 받았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 때부터 예수는 내 예수, 십자가는 내 십자가, 성경은 내 성경, 천당은 내 천당이라는 것이 의심 없이 믿어졌다. 예수의 사랑에 삼키어진 나는 이 감옥에서 사는 날까지 십자가의 구원을 증거하기로 결심하고 몸 바쳐 십자가의 복음을 증거하고 있다." 신앙 체험의 한 가운데 반드시 십자가가 있어야 합니다. 

본문에 나오는 고린도는 기원전 46년 케사르(Julius Caesar)가 재건축한 도시였습니다. 아가야 지방의 수도로 정치적 특권을 누리고, 부와 문화를 자랑하던 로마의 중심도시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고린도에 당시 유명한 철학과 수사학 학교가 있었기에 헬라철학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고린도 교회에도 헬라 철학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들어와 복음을 철학이나 수사학의 일종으로 이해하였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들을 책망하였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속히 나아가서 교만한 자의 말을 알아 볼 것이 아니라 오직 그 능력을 알아 보겠노니,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아니하고 오직 능력에 있음이라." 

교회는 복음의 능력으로 시작된 곳입니다. 구원의 은혜에 감격하여 무리들이 모인 곳입니다. 바울이 떠난 고린도 교회에 분열과 혼란이 생겼습니다. 외형적인 더 많은 것, 더 높은 것, 더 큰 것만을 최고의 가치로 삼다 분파가 생겼습니다. 최고의 은사만 추구하다가 영적 혼란이 일어났습니다. 따라서 바울은 세상적 가치관이 아니라 십자가의 복음으로 교회가 세워져야함을 강조합니다. 교회는 반드시 십자가의 도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십자가의 도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합니까? 
 
첫째로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전주 화산동에는 군산 영명고등학교 학생들이 성금을 모아 세운 데이비스 선교사의 기념비가 있습니다. 본명은 린니 데이비스 해리슨 (Harrison Linnie Davis)인데 한국에 파송 되어 최초로 순교한 여  선교사입니다. 1896년 군산에서 아이들과 부녀자들을 대상으로 선교를 하던 그녀는 결혼 후에는 전주 서문 밖에 약방을 개설하고 환자들을 치료하며 선교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파송한 미선교부의 지원으로 병원을 지은 후 본격적으로 의료선교를 하게 되었는데 그 곳이 바로 전주 예수병원입니다. 데이비스 선교사는 누구보다 전도의 열정이 강했습니다. 

가가호호 방문하며 전도를 하였는데 한 해에 1,885명을 전도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전도하는 일에 목숨을 바쳤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을 사랑하던 그녀는 예수병원에 입원한 어린이들을 돌보다가 열병에 전염되어 41세의 나이로 순교를 하였습니다. 그녀의 기념비에 이렇게 기록되었습니다. '생명을 바쳐 선교한 여장부'. 데이비스 선교사가 헌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머니로부터 배운 십자가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십자가 사랑에 감격하였기에 전도를 하였으며 가난한 사람을 돌보는 선교사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요한복음 3장 16절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독생자를 보내주셨습니다. 또 예수께서 우리를 사랑하사 십자가에 달려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우리도 십자가의 사랑을 믿고 그 사랑이 마음에 채워질 때 비로소 영혼구원에 앞장서게 될 것입니다. 

로마서 8장 32절입니다.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어 주신 이가 어찌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은사로 주시지 아니하시겠느뇨" 하나님께서는 외아들까지 아끼지 않고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는데 우리에게 무엇을 더 주시지 않겠습니까?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십자가로 확증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시고 영원한 천국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이유는 우리를 사랑하는 십자가의 복음 때문입니다. 
 
둘째로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영국의 전도자이며 설교자였던 조지 휫필드(George Whitefield)는 십자가의 복음이 얼마나 놀라운 하나님의 능력인지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휫 필드가 미국 조나단 에드워즈(Jonathan Edwards)목사가 사역하는 교회에서 설교를 하였을 때 많은 사람들이 회심을 하였습니다. 이 때 상황을 에드워즈 목사의 부인이 동생 제임스에게 보낸 내용입니다. 복음을 들은 사람들이 그 날을 새로운 생각, 새로운 소원, 새로운 목적, 새로운 삶이 시작된 날로 여겼었다고 적은 것입니다. 맥컬록(McCulloch)은 조지 휫필드의 설교를 들은 사람들에 대하여 이렇게 평가하였습니다. "말씀의 능력 아래 들어온 사람들은 저주와 욕설과 술 취함을 포기했다. 

불의한 행동을 뉘우치게 했고, 복수심에 가득 찬 사람은 용서를 베풀게 했다.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는 학생으로 만들었고, 천국에서 아버지와 교제하려는 생각을 가지려 노력하게 만들었다." 십자가의 복음을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십자가의 복음을 믿으면 하나님의 능력으로 삶의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십자가의 복음을 통해 하나님의 능력을 경험할 때 복음을 전파하게 됩니다. 십자가의 복음만이 하나님의 능력을 경험하게 만드는 통로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본문 18절입니다.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 미련한 것이지만 구원을 얻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 유대인들은 표적을 구하고 능력을 구하지만 예수께서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죽으셨다는 십자가의 복음을 믿는 자는 복음이 하나님의 능력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구원받은 자들에게 십자가의 복음이야말로 하나님의 능력이라고 바울이 강조한 것입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십자가의 고난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억울하고 분해도 십자가의 고난보다 억울하고 분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무슨 죄가 있어 채찍을 맞고 욕과 침 뱉음을 당하며 십자가를 지셨습니까? 십자가를 생각하면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도 참고 견딜 수 있습니다. 억울하고 분한 일도 견딜 수 있습니다. 힘든 일이 있으십니까? 십자가를 생각하십시오. 억울한 일이 있으십니까? 십자가를 바라보십시오. 질병으로 고통스러우십니까? 십자가의 고통을 생각하십시오. 그리하면 우리를 무너트릴 수 없는 십자가의 능력이 반드시 임하게 됨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셋째로 하나님의 지혜입니다. 

연세대 중앙 도서관 옆에는 백낙준 (白樂濬)박사의 동상이 있습니다. 백낙준 박사는 아버지에 관한 일화로 유명합니다. 아버지 백사겸(白士兼)은 시각장애인으로 점쟁이였습니다. 점을 잘 보기로 유명해 돈을 많이 벌었지만 아들 백낙준과 아내를 버리고 첩과 함께 살았습니다. 어느 날 김제옥이 백사겸을 찾아가 전도했습니다. "당신의 영혼과 후손의 장래를 생각하여 점치는 생활을 청산하고 예수를 믿으시오." 그때 백씨는 전도자를 야단치며 복음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전도자는 "당신이 이렇게 살면 죽어지옥 가는 것은 물론이요, 자손들도 망할 것이오. 

그러니 예수 믿어야 되오" 라고 전도했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백씨는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밤마다 잠을 자려면 전도자의 소리가 귀에 쟁쟁히 울렸습니다.“자식 멸망 받을 짓 그만두고 예수 믿고 천당 가시오" 견딜 수 없었던 그는 교회로 찾아갔습니다. 목사님과 교우들은 백사겸이 교회에 나온 이유를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교회에 나온 그 날, 백사겸은 회개하고 예수 믿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점치는 일을 그만 두고 재산을 내어놓아 교회를 짓고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선교사는 백씨 가족을 교회 사찰로 봉사하도록 해주었습니다. 

백낙준에게는 영어를 가르쳐 미국에 유학을 보내 철학박사 학위를 받도록 해주었습니다. 그 후 백낙준은 연세대 교수를 거쳐 초대 총장이 되었으며, 문교부 장관까지 지내었습니다. 만일 백낙준 박사가 어린 시절 혼자 노력을 했더라면 그리 크게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의 아버지가 하나님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확신하고 헌신하였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지혜로 변화되지 않을 인생은 하나도 없습니다. 십가가의 도를 통해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지혜로 변화되시기 바랍니다.   

본문 24절입니다. "오직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니라". 지혜를 구하는 헬라인도 십자가의 복음을 믿을 때 복음이 참된 지혜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십자가의 복음이야말로 이성적 원리요 행복과 자유를 주는 지혜입니다. 십자가의 복음을 믿는다면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혈통에 관계없이, 자유자나 종이나 신분에 관계없이, 남자나 여자 성별에 관계없이, 성령을 통하여 하나님의 지혜를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지혜를 추구하였던 헬라인에게 십자가의 복음은 미련한 것이었고, 택함 받은 백성이라 자부심을 가졌던 유대인들에게도 십자가의 복음은 걸림돌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셨다는 십자가의 도를 믿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능력과 지혜가 경험되기 시작합니다. 십자가의 복음은 놀랍습니다. 복음을 듣는 자들은 생의 가치관과 목적, 사는 방법이 바꾸어지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의 복음은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합니다. 생활 가운데서 하나님의 능력을 경험하게 합니다. 행복을 주는 지혜를 경험하게 만듭니다. 십자가의 도인 복음을 믿고 그 복음을 전파하시기 바랍니다. 

사순절 절기는 신앙을 점검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특히 고난주일을 맞아 진정으로 십자가의 복음으로 사는가 점검해야 합니다. 그리고 십자가에서 나를 위해 죽으신 예수를 믿고 자기 몫에 태인 십자가를 지고 주를 따라야 합니다. 부디 하나님의 사랑이며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가 되는 십자가의 도를 깨달음으로 복음을 담대히 전하는 성도들이 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김광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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