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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진정한 승자와 패자 (요 12: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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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승자와 패자 (요 12:20~30)
  

오늘 본문에 보면 헬라인 몇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 왔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예수님을 찾아온 이유를 제자인 빌립에게 말했습니다. 빌립은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 헬라 문화를 그대로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헬라 말을 조금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헬라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만나고자 하는 이유를 들은 빌립은 안드레에게 전했습니다. 안드레와 빌립은 예수님께 가서 헬라 사람들이 예수님을 만나기 원하는 이유를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뜻을 들어 주실 것은 예수님께 간청했습니다. 여기에 ‘여쭈니’라는 말에는 간청했다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제자들의 간청을 들은 예수님께서 가타부타 말씀이 없으시고 동문서답을 하시는 것처럼 23절에서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인자가 영광을 얻을 때가 왔도다’라고 말씀하시고는 한 알의 밀알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지만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을 찾아온 헬라인 몇 사람과 그들의 뜻을 전하는 제자들의 간청이 무엇이길래 예수님께서 이런 대답을 하셨는가 하는 궁금함이 생깁니다. 이 해석의 열쇠는 제자들이 예수님께 무엇을 간청했는지를 알 때 예수님의 한 알의 밀알 비유의 의미를 알 수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 대한 전설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찾아온 헬라 사람들이 에데스다 왕국의 사신이었다는 것입니다. 

에데스다 왕의 아들이 한센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왕이 아들을 낫게 하기 위해 백방으로 애를 썼지만 고칠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왕은 한 신하로부터 유대 땅에 예수라고 하는 분이 있는데 그는 한센병도 고친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신하들을 예수님께 보냈습니다. 그 신하들이 오늘 본문에 예수님을 찾아온 헬라인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제자인 빌립에게 자신들이 찾아오게 된 이유를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제안을 말했습니다. 

빌립은 그들의 말과 제안을 듣고 안드레와 함께 예수님께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간청했습니다. 그 간청이 무엇이었냐 하면 위험한 이스라엘에 머물지 말고 에데스다 왕국으로 가자는 것입니다. 에데스다 왕이 왕자의 한센병만 고쳐주면 평생토록 왕의 고문으로 추대하며 잘 모시겠다는 것입니다. 이 헬라 사람들은 유대 지도자들과 로마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싫어하고 예수님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까지 알고 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위험한 곳에 계시지 말고 그곳으로 가서 편안하게 지내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빌립과 안드레의 간청입니다. 

이런 제안을 들으신 예수님께서 ‘인자가 영광을 얻을 때가 왔도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에데스다 왕국에 가서 영화로운 삶을 살 수도 있겠지만 하나님께서 나를 보내신 것은 세속적인 영광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영광, 즉 부활의 영광을 위해 보내셨는데 그 때가 왔다는 말입니다. 세속적인 영광이 제안 되었을 때 예수님은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십자가의 죽음을 통한 영광입니다.

그것을 제자들에게 설명하시기 위해 하신 비유가 한 알의 밀알 비유입니다. 한 알의 밀알이 썩지 않고 그대로 있으면 한 알 그대로지만 땅에 떨어져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것입니다. 즉 예수님은 당신의 개인의 영광만이 아니라 당신의 죽음, 즉 썩어짐을 통해 수많은 영혼을 살리는 길을 선택하겠다는 말씀입니다. 

이번 주는 사순절 다섯째 주일입니다. 사순절은 예수님의 부활하심을 기억하는 부활주일을 중심으로 주일을 뺀 40일간 고기를 먹지 않고 오락을 하지 않으며 십자가의 고난을 당하신 예수님을 묵상하며 경건의 훈련을 가지는 시간입니다. 40일간 그런 경건 훈련의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만 일상생활에서 그렇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사순절 기간에 한 알의 밀알의 비유를 묵상하면서 십자가의 고난을 통해 부활의 영광을 얻으신 예수님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닮기를 원합니다. 

지난 한 주간 십자가를 중심으로 말씀을 묵상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초대 왕인 사울과 다윗의 삶속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과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공통점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울왕은 자신이 통치하는 기간에는 성공자의 모습처럼 보였고, 사울에게 쫓기는 다윗은 실패자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에 죽음 앞에서 사울은 패배자가 되었고 다윗은 영원한 승리자가 되었습니다. 승자가 패자가 되었고 패자가 승자가 되었습니다. 거기에는 그들의 삶이 원인이 있었습니다. 

사울의 생애를 살펴보면 그의 삶은 그가 입은 마음의 상처가 그의 삶을 지배했습니다. 사울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다윗이 블레셋 장군 골리앗을 물리친 사건 이후입니다. 사울 왕이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올 때 환영하는 인파들 가운데 철없고 지혜 없는 여인들이 ‘사울이 죽인 사람은 천천이요. 다윗이 죽인 사람은 만만이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울은 그 노래를 듣는 순간 감정이 상했습니다. 사울 왕은 그 순간부터 상한 마음을 가지고, 미움을 가지고 다윗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성경에 보면 그 사건 이후에 사울이 다윗을 주목하여 보았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의심의 눈으로 다윗을 보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사울은 그때부터 억지를 부립니다. 과민 반응을 보입니다. 의심을 하고 생트집을 잡습니다. 다윗을 죽여야 자신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울은 마음의 상처의 노예가 되어 지배를 받았습니다. 마음의 상처는 결국 사울을 패망의 길로 인도했고 다윗과 이스라엘을 고통으로 몰아 넣었습니다. 

반면에 다윗은 자신이 받은 상처에 지배받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에 지배를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시편 18절 1절에서 6절의 말씀을 보면 사울 왕의 박해 가운데서도 다윗이 무엇을 의지 했는지를 우리에게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요새시요 나를 건지시는 자시요 나의 하나님이시요 나의 피할 바위시요 나의 방패시요 나의 구원의 뿔이시요 나의 산성이시로다 내가 찬송받으실 여호와께 아뢰리니 내 원수들에게서 구원을 얻으리로다 사망의 줄이 나를 얽고 불의의 창수가 나를 두렵게 하였으며 음부의 줄이 나를 두르고 사망의 올무가 내게 이르렀도다 내가 환난에서 여호와께 아뢰며 나의 하나님께 부르짖었더니 저가 그 전에서 내 소리를 들으심이여 그 앞에서 나의 부르짖음이 그 귀에 들렸도다’ 그는 자신의 상처에 메이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상처가 삶의 주인 역할을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하나님이 주인 역할을 하도록 했습니다. 하나님은 다윗을 인도하셔서 진정한 승자의 모습으로 세워 주셨습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자신들의 마음에 상처에 지배를 받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헤롯 왕은 에돔 사람으로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왕이었습니다. 그는 왕으로서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총독 빌라도도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신의 입지를 굳히는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불안함과 초조함에 쌓여 있었습니다. 유대 종교지도자들과 군중들은 타민족의 지배를 받는 아픔 속에서 마음에 상처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처의 감정을 가지고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상처가 가지고 있는 감정으로 예수님을 평가했고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반면에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 언덕에 오르시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면서도 군중들과 제자들, 그리고 유대 종교지도자들로부터 입은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사람들을 보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을 향해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는 로마 병사를 위해 ‘하나님 아버지, 저들이 하는 짓을 알지 못하니 용서하옵소서’라고 기도하십니다. 

자신의 상한 감정의 상처를 가지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승자처럼 보였지만 결국은 영원한 패자가 되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순간적으로는 패자처럼 보였던 예수님은 역사속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었습니다. 

사울 왕과 다윗에게서 또 다른 하나의 특징을 살펴보면 사울은 자리에 매우 집착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사울 왕이 그렇게 비참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자리에 연연했기 때문입니다. 사울의 관심은 자리에 있었습니다. 화가 치밀어 오른 것도, 창을 던진 것도, 다윗을 죽이려고 한 것도 다 왕의 자리에 집착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어떤 위치, 어떤 자리, 어떤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느냐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폭군이 되었습니다.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을 치다 보니 추해지게 되고 아픔을 겪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다윗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그는 천부장에 세워지면 천부장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가 장군에 임명되면 그는 장군으로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윗은 사울 왕을 죽이고 왕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손으로 사울 왕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왕의 자리, 직위를 탐내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다윗을 이스라엘의 왕 중의 왕으로 세우셨습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달아 죽인 헤롯 왕과 총독 빌라도, 그리고 유대 종교지도자들은 한결같이 자리에 연연해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자신들의 자리를 남들에게 빼앗기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사람들이었고 높아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십자가를 지시기 직전의 예수님을 가운데 두고 싸운 이유는 누가 더 높은 자리에 앉고, 누가 더 인정받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자리, 직위에 연연해 했습니다. 

반면에 예수님은 내가 어떤 자리에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신 분이십니다. 예수님은 인류의 구원을 위해 하늘의 보좌를 버리고 인간의 몸을 입고 낮은 이 땅에 오셨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군중들이 이스라엘 왕의 자리에 앉히려고 할 때 예수님을 왕의 자리가 아닌 고난의 십자가를 선택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선택하신 자리는 섬김을 받는 자리가 아니라 섬기는 자리였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자리를 선택하시고 걸어가실 때 모든 사람들은 비웃고 조롱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당신의 역사와 시간들 속에서 자기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예수님을 죽이고 십자가 아래에서 승리를 노래했던 이들을 인생의 패자로 만드셨습니다. 하나님은 십자가 위해서 죽음과 패배의 아픔을 토해 냈던 예수님을 영원한 승자로 만드셨습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한 알의 밀알로 남아 있는 삶이 패자가 되고 한 알의 밀알이 썩어 많은 열매를 맺는 삶을 승자로 세우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의 사건을 통해 보여 주시는 교훈입니다. 

1865년 아주 추운 겨울에, 눈보라가 치는 날입니다. 한 여인이 영국의 사우스 웨일즈라고 하는 곳에 언덕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남편 없이 갓난아이를 안고 길을 가던 중에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추위에 떨다떨다 못해서 이 여인은 죽었습니다. 눈보라가 다 그친 다음에 사람들이 이 여자가 앉아서 죽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여자가 홀랑 벗고 있다는 겁니다. 자기가 안고 있는 아이를 살리려고 자기는 하나씩 하나씩 옷을 자꾸 벗어서 그 아이를 감쌌던 겁니다. 

어머니는 죽었는데 아이는 살아 있었습니다. 이 아이를 데려다가 착한 사람이 키웠는데 이 아이가 커서 1916년 영국수상이 됩니다.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라고 하는 수상입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어렸을 적부터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어머니는 나를 위해서 죽었다고 내 대신 죽었다고 알몸으로 죽었다고. 그 뜨거운 사랑에 감격하고 한평생을 부모 없이 살았으나 그는 위대한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한 사람이 죽어서 또 다른 사람을 살리고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오늘 죽으면 내일 삽니다. 낮아지면 높아집니다.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법칙이고 신비입니다. 

사순절 다섯째 주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 주는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는 고난 주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 세속의 영광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선택하시고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한 알의 밀알의 교훈을 직접 삶으로 실천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봅니다. 한 주간 동안 썩어지는 한 알의 밀알이 되신 예수님의 삶을 묵상하는 가운데 그 예수님을 닮아가는 한 주간의 삶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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