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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구원의 복음 앞으로 (롬 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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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복음 앞으로 (롬 10:8~13)


사순절첫째주일입니다. 지난 수요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4월 4일 부활절 전까지, 40일 동안 지키게 됩니다. 사순절을 지키는 의미는, 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의 생애와 가르침을 반추反芻하며, 弟子道를 회복하는 데 있습니다. 이번 사순절이, 우리 모두에게 믿음의 진보가 있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1년전부터, 광화문에 있는 정부중앙청사직장선교회에 가서,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한 달 전에 있었던 예배에서, 청와대에서 30년 동안 공직 생활을 마치고(정권교체, 격변하는 시대), 은퇴 후 KAIST교수로 계시는 어느 장로님의 짧은 간증과 인사가 있었습니다. 그 장로님을 뵈면서 북 이스라엘 아합 왕 때, 바알과 아세라 우상을 극렬하게 섬기던 시대, 왕궁을 맡아보던 ‘오바댜’와 같은 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오바댜, 여호와를 至極히 경외하는 자, 이세벨이 여호와의 선지를 멸할 때, 선지자 백 명을 오십 명씩 굴에 숨기고, 떡과 물을 공급하면서 살려줌; 왕상 18장.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대상 하마평).

그 장로님이, 후배 공직자들에게 이런 권면을 하셨습니다. 공직생활 하는 그리스도인들 중 많은 사람들은 3, 40대에는 직장에서 예수 믿는 표도 내지 않고, 안 믿는 사람이나 다름없이 지낸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지위도 올라가고 나면, 그 때가서 신우회 활동이다 선교회 활동이다 하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의 믿음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며, 직장에서 자리가 불안정하고 힘든 때에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공직생활을 하기를 바란다고 권면하셨습니다. 同感이 되는 말씀이었습니다.

로마서 10장 8절하반절부터 13절 말씀에서 사도 바울은, 놀라운 구원의 복음이 우리에게 어떻게 성취되는가를 말씀해 줍니다. 

1. 9절, 10절 말씀에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主로 是認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義에 이르고, 입으로 是認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 하셨습니다.

‘마음으로 믿어 義에 이른다’ 했습니다. ‘입으로 是認하여 구원에 이른다’ 했습니다. 대단히 중요한 말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중요한 구원의 복음 말씀을 오해할 때가 참 많습니다. 나(우리)는 이 구원의 복음말씀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우려스러운 점은, 로마서 10, 9-10절이 증언하는 놀라운 ‘구원의 복음말씀’이 마치 싸구려 복음인양 오해하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山上垂訓에서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行하는 자라야 천국에 들어가리라”(마 7, 21). 

이 말씀은, 구원의 복음은 절대로 값싼 은혜가 아니다는 말씀입니다.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른다는, 마음의 문제를 우리는, 너무 가볍게 생각합니다. 입으로 是認하여 구원에 이른다는, 입술의 고백이 그저 주여, 주여, 믿습니다, 믿습니다하는 ‘말 한 마디쯤’으로 여깁니다. 정말 그런 것입니까?

정말 내 ‘마음의 문제’가 말처럼 그리 간단한 것입니까? 무슨 일이 닥쳐, 그 일을 결정해야 할 때, 우리는 그저 아무렇지도 않다는 式으로, 늘, 쉽게 마음결정을 하시는지요? 그런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으셨는지요? 또 무슨 일에, 자신의 입장을 언급해야 할 때, 아무런 생각도 없이 준비도 없이,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신 적이 있으신지요? 그런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으셨는지요? 우리 마음의 문제가 그런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 입의 말이, 그런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말에, 「말 한 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말 한 마디가 한 냥, 두 냥도 아니고, 천 냥의 빚을 갚는다는 것은, 말 한 마디의 무게가 얼마나 크고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는가를 말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이 나의 주님이시라는 것을 마음으로 믿고, 입으로 고백하는 것을 너무 쉽게 대수롭잖게 여깁니다. 마치 우리 마음의 믿음과 우리 입술의 고백이, 시편 1편의 말씀처럼 “바람에 나는 겨와 같이” 가볍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사참배 거부운동을 하며 신앙을 지키다가 순교한 주기철 목사님의 부인 오정모 집사님이, 옥중생활로 병약해진 주 목사님을 위해서 보석운동을 하라는, 간수와 주변 사람들의 권고가 계속되자,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주 목사님을 생명같이 사랑하지만, 예수님을 생각할 때는 (예수 믿는 것은, 예수님을 생각하는 일), 주 목사님이 당하시는 어려움이란 둘째 셋째 같았고, 또 순교하시는 것이 주 목사님에게 두 번 없는 기회라 이를 단념했습니다.” 이런 마음의 믿음과 입술의 고백이 있는 오정모 사모님이, 옥중에 있는 주 목사님을 면회하러 가서 무슨 말을 했을 것 같습니까? 이런 모진? 말을 했습니다. “만일, 당신이 신사참배를 허락하고 나오면 나와는 이혼할 것을 각오하고 나오시오.” 이것은, 夫君 되는 주 목사님에게만 요구했던 것이 아닙니다. 오정모 집사 자신에게는 물론, 자기 자녀들에게도 동일하게 요구했던 신앙입니다(세상에서 제일 지독한 사람, 어머니로서는 낙제, 매정한 계모 소리 들었습니다). 

1944. 4. 21일에 밤에 투옥 중이던 주 목사님이 순교하셨습니다. 그날, 오정모 사모님과 아들 주광조(장로)가 면회를 했는데, 그것이 마지막 면회가 되었습니다. 그날 면회장에 일부러, 형무소 소장이 나와서 주 목사님께 다시 ‘병보석’을 거론하면서, 최봉석 목사님처럼 평양 기독병원에 입원할 것을 권고하자, 주 목사님은 단호하게 “눈을 뜨고는 이 벽돌문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며 거절하셨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오정모 사모님도 동일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당신은 꼭, 꼭 승리하셔야 합니다. 결단코 살아서는 이 붉은 문 밖을 나올 수 없습니다.” 그러자 주 목사님이 “그렇소, 내 살아서 이 붉은 벽돌 문 밖을 나갈 것을 기대하지 않소. 나를 위해 기도해 주오. 내 오래지 않아 주님 나라에 갈 거요. 내 어머니와 어린 자식을 당신한테 부탁하오. 내 하나님 나라에 가서 산정현교회와 조선교회를 위해서 기도하겠소. 내 이 죽음이 한 알의 썩은 밀알이 되어서 조선교회를 구해 주기를 바랄 뿐이오”라고 화답했습니다.

마음으로 믿어 義에 이른다는 의미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입으로 是認하여 구원에 이른다는 의미가 바로 이런 것입니다. 

2. 예수님 공생애 3년 째 후반, 9월경 쯤 되었을 때입니다. 열두 제자들을 데리고 갈릴리 호수 북방 약 40km 지점, 헬몬산 기슭, 해발 약 345m 지점에 위치한 휴양도시 가이사랴 빌립보 조용한 도시에 가셨습니다. 그 지방에 가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정색을 하고 질문하십니다. “사람들이, 人子를 누구라 하느냐?” 

예수님이, 누구시냐?는 문제는, 예수님 공생애 활동하시는 동안(예수님 오시기 전, 승천 후 2천년동안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공생애 당시, 예수님의 정체성 때문에 놀라는 사람도 있고, 믿는 사람도 있고, 따르는 사람도 있었고, 제자가 되는 사람도 있었고, 대적하는 사람도 있었고,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예수님을, 나는 누구로 고백하느냐? 이 문제는 실로, 중대한 문제입니다. 

더러는 예수님을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세례요한으로 생각했습니다. 더러는 예수님을 (구약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의 타락과 종교적 불의를 꾸짖던 선지자 중 한 사람)엘리야로 생각했습니다. 더러는 예수님을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하여 눈물을 가장 많이 흘린 선지자)예레미야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저 선지자 중의 하나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제자들을 향하여 다시 물으십니다. “그러나(de.)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마 16, 15) 사람들은 그렇다고 하여도,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는 겁니다. 예수 안 믿는 사람들의 입장은 제쳐두더라도, 예수 믿고 따른다고 하는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는 겁니다. 

그때, 베드로가 나섰습니다. 담대하고도 신속하게, 기회를 놓치지 않고 千金 같은 신앙고백을 합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16). 베드로의 이 신앙고백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려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인자를 누구라 하느냐? 그러나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고 물으신 그 장소가 어디인지? 유념해 보아야 합니다. 

3. ‘가이사랴 빌립보’라는 장소를 주목해야 합니다. 가이사랴 빌립보는, 본래 자그마한 마을이었습니다. 그러나 헤롯 대왕(Herod Great, B.C.37-A.D.4년; 예루살렘 성전 재건, 확장한 인물, 예수님 탄생 때 유대인의 왕, 유아들 살해하라고 명한 왕; 세 아들 아켈라오, 빌립, 안티파스)의 아들이었던 분봉 왕 헤롯 빌립에 의해서 크게 확장된 도시입니다.

헤롯 빌립은, 갈릴리 동북부 지역을 다스리던 분봉왕이었는데, 그 지역은 주로 이방인들이 사는 지역입니다. ‘가이사랴 빌립보’는 건축광이었던 헤롯 대왕이, 이미 지중해 연안 해변에 ‘가이사랴’라는 도시를 세웠기 때문에, 그 도시와 구분하기 위해서 자기 이름을 붙여서 세운 도시입니다.

도시 이름에서 보시는 대로 로마 황제 ‘가이사’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도시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세워진 그 도시가, 어떤 성향을 가진 도시였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대다수 이방인들이었고, 우상숭배자들입니다. 

원주민들은, 풍요와 多産을 상징하는 농사의 神 ‘바알’을 숭배했습니다. 헬라계 사람들은, 山林과 野獸 神인 ‘판’(pan)을 섬겼는데, 그 神堂이 있던 곳입니다. 또 헤롯 빌립 자신이 로마제국의 황제 가이사에게 아부하기 위해서, 그곳에 황제신전을 세우고 황제숭배를 하던 곳입니다. 

우상숭배가 만연한 바로 그곳, 로마제국의 황제를 神으로 숭배하기 위해 황제숭배 신전이 세워져 있는 바로 그곳, 가이사랴 빌립보가 어떤 도시인지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그곳에서, 예수님께서 사람들이 人子를 누구라 하느냐? 그러나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고 물으셨다는 겁니다.

우상숭배의 본거지에서, 로마 황제 가이사가 神으로 숭배되는 그 신전 앞에서, 예수님이 누구신지 고백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우리의 신앙고백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그리스도십니다”는 고백, 주님께서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는 고백은, 바로 그런 상황에서 한 고백입니다. 

여기, 베드로가 특별히 예수님을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한 고백은,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살아계시다’는 말은 헬라어로 “존토스(zw/ntoj)”인데, 현재분사형입니다. 예수님은 恒常, 언제나,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고백입니다. 

예수님을 ‘항상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한다는 것은, 異邦의 죽은 神들과 對照할 때 쓰는 구약적인 표현입니다. 베드로의 이 고백은, 예수님은 가이사랴 빌립보의 온갖 거짓 偶像神들, 죽은 신들과는, 전적으로 다른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다 겁니다. 이런 신앙고백을 한다는 것이, 어찌 쉬운 ‘마음의 믿음’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입으로 그저 한 마디 하는 고백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대구에 있는 여자 조카 아이 하나가, 금년에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올라 왔다가 열차 속에서 내내 울면서 집으로 내려갔다고 합니다. 선배들이, 술판신입생환영모임을 벌인 모양입니다. 술과 신입생 환영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코드입니다. 선배라는 권위주의로 후배를 술로 고주망태가 되게 하는 것이, 우리 대학에서 아직도 통하는 문화입니다. 거기서, 그리스도인 된 자기 정체성을 지킨다는 것, 그리 쉬운 일, 아닙니다. 

4. 나는 예수님이,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구원의 하나님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믿는 자입니까? 입으로 是認하는 자입니까? 우리는, 하나님 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많은 이 시대의 가치 속에서,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로, 하나님으로, 믿고, 고백하기 위해서, 무슨 代價로 지불하고 있습니까?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한 베드로와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否認하고, 自己 十字架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 16, 24).

말씀을 맺습니다. 사순절을 보내면서, 내 마음으로 믿음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내 입으로 고백하는 신앙고백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오늘 말씀으로 다시 한 번 진단해 보십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마음으로 믿어 義에 이르는 자 되기 위하여 어떻게 나를 부인하는지? 입으로 是認하여 구원에 이르는 자 되기 위하여, 내가 지는 十字架는 무엇인지? 돌아다보십시다.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이 ‘구원의 복음 앞으로’ 담대하게 나아가십시다. 아멘. 

[기도] 하나님 아버지, 사순절 첫째주일을 맞이하여 다시 한 번, 예수님의 생애와 가르치신 말씀 앞에 섭니다. 그저 쉽게만 주님을 따르겠다고 생각했던 우리 마음의 불완전 믿음/ 代價도 지불하지 않으면서 입술의 고백에만 머물러 있던 세속적인 우리의 신앙, 이제 내려놓기를 원합니다. 주님이 그리스도이시고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고백하는 자 되기 위해,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제자들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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